Joyce Michaud 조이스 미챠드
불꽃의 선물
글+사진 최석진 미국리포터
유리 케이스 속에 설치된 한 뼘 크기의 가녀린 도자기들은 오렌지 빛 향기를 품고 있었다. 표면의 무늬들은 가마 안에서 불꽃과 점토, 그리고 그곳을 스치던 나무 재가 나누었던 이야기를 전해준다. 놀랍도록 우아한 작은 기器들은 목을 살짝 숙인 채 관객을 점토를 매만졌던 작가의 심상 세계로 초대한다. 그는 “번조는 성형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이며 형태에 최후의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다.”라고 한다.
지난 2003년 워싱턴 한국문화원에서 미챠드의 작품을 처음 보았다. 아담한 방의 조금 높은 전시대 위에 놓인 기들은 눈에 익숙한 형태로 얼핏 보기에 미니어처를 연상시켰지만, 전시장에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며 작품 하나하나와 오랫동안 마주했다. 어느 순간, 작가에게서 깊이 뿌리내린 점토에 대한 확신과 불에 대한 이해 그리고 가마에 나무와 소금을 던져 넣었던 번조 과정에 그녀의 시간들을 읽었다. 자연을 수용한 작은 기器들은 ‘아름다움’이라는 진부한 표현 보다는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었다.
‘장작가마에서의 작품의 힘은 열과 광폭한 속도로 관통하는 흐름에 의해서 발사된 화염이 가마를 통해서 포효함으로써, 반짝이는 표면의 질과 생존의 결정유를 자라게 하는 것으로 가마의 창백한 깊은 빛으로부터 탄생되는 것이다.’
키치제몬, 「Raku Tea Bowl;the Essence of the Form」
미챠드는 대학을 졸업한지 십 년이 지나, 그녀를 키워주셨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아픈 마음의 위안으로 콜롬비아 비주얼 아트 칼리지에 등록해서 도예를 시작했다. 그녀는 그곳에서 자신의 교육철학의 기틀을 심어주었던 선생님 라핀을 만나며 그녀의 인생에 커다란 의미가 되는 ‘점토의 언어’를 발견한다.
그의 스승인 라핀은 “너희들이 기를 만들 때 너의 눈이 어떻게 형태를 읽는가를 이해해야 한다. 형태를 보는 시각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성형과 유약 그리고 번조 기법과 함께 해야 한다. 모든 기술은 열정과 같이 자란다.”고 지도했다.
그녀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점토의 특성과 물레 성형 기법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신의 지식을 넓혔다. 그녀의 논문 『물레 성형 형태의 구조적 힘』은 점토의 역할과 점토의 혼합, 반죽 그리고 이 점토를 이용하는 도예가의 능력을 깊이 있게 다룬 것이다.
또한 형태의 미묘한 아름다움을 더욱 강조하는 수단으로 각 가마의 특성을 연구했는데 장작가마 번조법에 특히 관심을 가졌다. 그녀는 번조의 과학을 이해하고자 같은 방법으로 되풀이함으로써 자신의 지식을 굳건히 다져나갔다. 기의 표면에 무늬를 수놓게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열이나 불로부터 거리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열역학과 물리 법칙이 작용한다. 그녀는 가마 재임시 한 작품이 다른 작품을 열로부터 막았을 때 생기는 미리 예상하지 못했던 음영효과를 즐긴다. 점토와 가마 그리고 연료, 재임위치, 재임방법, 번조 시간, 가마의 식힘 등등 모든 다양성에 대한 통찰로 기에 독특한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었고 결국 자신의 그릇에 불의 연주를 담을 수 있게 되었다.
키치제몬은 “번조 과정 동안 자기의 강도는 그릇에 침투하는 열과 가마에서 이글거리는 불길에 의해 도전을 받는다. 상처와 함께 각각의 작품은 번쩍이는 표면에 생존의 수정 같은 빛을 발하면서 재가 많이 쌓인 가마에서부터 나온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챠드는 “나의 작업은 나의 회화에서 선천적인 요소인 선과 공간에 관한 것이다. 좋은 선의 단순성과 기의 안쪽에 부풀어 오른 볼륨은 형태를 분명하게 한다. 이것에서 장작가마의 중요함을 다시 확인한다. 장작가마 번조는 나무를 던질 때의 일어나는 산화와 환원으로 작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법으로 완성한다.”고 답한다.
미챠드는 학교를 마치고 조지 워싱턴 대학에서 7년 동안 도자예술을 가르쳤다. 그후 메릴랜드 후드 칼리지Hood College에 도예 프로그램을 설립했는데, 지난 십여 년 간 디렉터로서 물레 성형기법과 번조 기법에 대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항상 기술적으로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방법을 찾는다. 점토에 대한 이해로써 힘의 과중을 견디는 점토의 능력, 그리고 성형 과정에서 점토의 구조적인 힘과 운동을 설명함으로써 점토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 지를 교육시킨다. 물레 성형 수업에서는 개념적인 언어들을 점토의 움직임과 연관된 물리적 법칙을 이용해 선명한 언어로 전달함으로써 학생들이 물레 성형 할 때 팔 힘을 효율적으로 적합한 동작으로 바꾸게 해 힘의 필요를 줄이게 한다.
미챠드는 “모든 학생들은 무언가 창조하려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충분한 기법과 지식을 가르쳐 줌으로써 학생들이 나아갈 수 있도록 한다. 나는 창조성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법, 도구 그리고 개념을 가르친다.”고 말한다.
대학원에서 박물관학을 함께 공부한 그녀는 현재 ‘조이스 미챠드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전시실의 디스플레이는 작가의 표현이며 작품의 설명이므로 만약 작품이 잘 보여지지 않는다면 관객은 작품의 메시지를 들을 수 없다며 설치 장소와 방법에 대해 강조한다. 미챠드는 장작가마 번조를 ‘불꽃의 핥음의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그녀의 이력서 열한 장에 작은 글씨로 빼곡히 들어있는 기록들은 창작과 가르침이 그녀 생의 대부분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과거에서 불러온 친숙한 형태의 그녀의 기器들은 자신의 독특한 창조성을 지니며 관객을 미지의 맛있는 시각의 세계로 이끈다.
작가 조이스 미챠드는 미국 라이커밍 대학 MFA 조지 워싱턴 대학교 BA 후 워크샵과 강의 120여 회, 전시기획 70여 회를 가져왔다. 현재 조이스 미챠드 갤러리 운영과 허드슨 갤러리와 후드 컬리지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후드 컬리지 조교수이다.
필자 최석진은 이화여자대학교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한국과 미국에서 개인전 9회, 버지니아 박물관 초대 작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강사를 역임했다. 미국 현지에서 워크샵과 강의를 20여회 가져왔으며 현재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재학 중이다.
<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7년 8월호를 참조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