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22. ~8. 9. 스페이스 이수
흑자黑磁라고 하면 검은색 도자기라고 연상하기 쉬우나, 김시영의 흑자는 공작의 깃털 같은 오색찬란한 빛을 띤다. 그의 작업은 예기치 못한 우연이 결합하여 마치 빅뱅과 같은 폭발력을 응축한 소우주를 도자 안에 담아 두는 일이다. ‘플래닛 Planet’이라 명명한 그의 작품들을 궤도에 놓인 행성들처럼 배치해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미지의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일으킨다. 불에 의해 이지러지는 형태를 극대화하거나 붕판 자체에 유약을 발라 화염으로 그린 듯한 평면 작업에서 물성에 대한 그의 탐험적 면모와 마주한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그의 작품을 “마치 검은 대지에 잔잔히 피어난 꽃들과 같다”고 평했듯, 김시영은 지천의 흙에 감춰졌던 미지의 우주로 우리를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