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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월호 | 특집 ]

벽돌 한켜한켜 쌓아올린 공간, 남양도예
  • 편집부
  • 등록 2018-03-14 16:44:29
  • 수정 2018-03-14 18: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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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한켜한켜 쌓아올린 공간, 남양도예

 

이향구 도예가


“초콜릿색 건물이 보이면 그리 들어오세요.”
마을 입구부터 우로 꺾었다가, 좌로 꺾어드길 반복하다 전화 끝에 전해들은 지침이다. 작가의 모호한 설명에 잘 찾아갈 수 있을까하는 가뜩한 의심은 도착해서야 확심으로 바뀌었다. 그의 말마따나 붉은 벽돌이 아닌 초콜릿 빛깔의 흑갈색 건물이었기 때문. 무게감이 느껴지는 색감과 벽돌 재료는 공간에 안정과 질서를 만들어 시각적으로도 편안하다. 벽돌 한 장은 작지만 군집을 이뤄내는 큰 덩어리의 힘이 발휘되는 분위기다. 마당엔 장작가마와 비축해 둔 땔감들이 자리하고, 벽돌 특유의 물성과 단정함이 돋보이는 건물로 발길이 자연스레 연결된다.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이사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전 작업실에 미처 옮기지 못한 세간살이를 위한 공간과 여유가 곳곳에 보였다. 생활자기와 다도구, 항아리가 그득한 판매공간을 비롯해 물레와 성형 작업이 가능한 작업실, 손님맞이와 휴식을 겸한 온돌방, 그리고 가장 공간이 너른 가마실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구조다. 2층은 이향구 작가의 아내와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살림집으로 바깥에서 내부가 보이지 않게 설계한 점이 특징적이다. 
이향구 작가는 이곳에 오기 전 이천 신둔면 수광리에서 30여 년을 넘게 살았다. 가정집과 작업실을 겸한 공간은 조립식 패널로 지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추위로 계절앓이를 해야 했다. 또한 방문객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관심을 두는 점이 도자기 내실이 아닌 외부 디자인이나 포장에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내부에 좋은 작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외관만 보고 돌아갈 때 서운한 마음이 말도 못했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번지르르한 작업실을 꼭 갖겠다고 말이죠.” 새로운 작업실은 400여평 부지에 약 90여평의 대지로 만들었다. 미처 정리가 덜 되었다고 하지만 갤러리숍이 가장 질서정연한 상태인 점으로 보아 물질적인 구조체보다 내적가치를 여전히 중시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옛 작업실은 장녀 이원정 작가의 거주 공간이자 더포터리나인The Pottery Nine의 작업실로 사용 중이다. 더포터리나인은 홍대 서양학과를 졸업한 딸이 아버지가 만든 생활자기에 그림을 입혀 완성한 브랜드로 독립적으로 운영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입점한 후로 지속적인 판매와 인지도를 올리고 있어 남양도예보다 잘 나가는 브랜드가 되었다. 이전 공간은 약 15평의 공간 네 곳이 모여 이뤄진 구조지만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고, 오랜 세월 같이 늙어온 장소를 미련없이 처분하기도 쉽지 않았다. 때마침 딸에게 전할 수 있는 자산이 되어 다행이었다. 판재를 붙여 만든 것, 벽돌을 쌓아서 만든 것, 모두 재료가 가진 무게감이 다를 뿐 유용하게 잘 사용하면 좋고 나쁨이 없는 것이다.
이향구 작가의 작업실 숙원사업은 도자인생 50여년에 걸쳐 이뤄진 셈이다. 이중투각하면 곧 남양도예라고 할 만큼 호시기가 있었다. 만들어 놓기가 무섭게 팔리던 시절은 과거의 영광으로 남았고, 지금은 다기를 중점으로 생활자기에 주력하고 있다. “도자시장이 하향세를 탄 게 오래됐어요. 오죽하면 외국인을 위한 체험 준비를 하겠어요.” 올해부터 이천도자기축제가 이곳 예스파크에서 선보일 예정으로 그는 기대와 걱정 사이에 있다. 예술가와 대중이 직접 소통하며 작가는 창작 활동의 에너지를, 대중은 예술의 문턱을 낮춰 쉽고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불황의 도자예술시장에 생기와 활력을 되찾고, 사람들의 관심과 발길이 계속되는 도자예술마을로 마주하길 바래본다. ◆

 

이향구는 1953년 경남 삼천포 출생으로 1972년부터 이천, 광주 등지의 요장에서 전통민속도예를 8년간 연구했다. 1987년에 남양도예를 설립하여 2005년 이천시도자기 명장에 선정됐으며, 백자토를 이용한 생활자기와 장식용 도자기를 제작하고 있다 현재 예스파크에서 ‘남양도예’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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