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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1월호 | 특집 ]

도자와 예술을 담아낸 마을 예스파크
  • 편집부
  • 등록 2018-03-14 16:33:29
  • 수정 2018-03-14 18:3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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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와 예술을 담아낸 마을
예스파크

 

이연주  객원기자

 

이천 예스파크의 변신이 놀랍다. 논과 밭이었던 곳을 메우기 시작한지
10여년, 이천을 대표하는 도자예술마을로 한창 새단장 중이다. 공방 세 곳의 문을 두들겨 보았다.

 

126개의 달항아리를 마주하는 곳, 흙으로 빚은달
신철 도예가


소박한 풍경사이로 우뚝 솟은 조형물이 지나가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술인 마을’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자예술촌은 닮은 듯 다른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거리 곳곳에는 비범한 예술이 숨쉬고 있다. ‘예술은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때 가장 빛난다’는 말처럼 도자 예술과 일상생활을 소재로 삼은 현대조형물을 이곳, 흙으로 빚은 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너른 마당을 압도하는 것은 126개의 달항아리가 담긴 조형물. 가로 9.5m, 세로 11m의 적갈색으로 만들어진 골격은 달항아리를 하나하나 보호하는 모습이다. 좀 더 정확하게 하자면 단독으로 자리한 입호立壺 한 점과 달항아리 125점으로 구성된다. 입호는 윗부분은 둥그렇고 내려갈수록 좁아지는 형태로 다른 달항아리와 구분 지을 수 있는 기형이다. 저마다 다른 달항아리의 양감과 백색미감은 태양의 고도에 따라 매번 다른 빛깔을 뿜어내고, 밤에는 조명의 도움을 받아 어둠 속에서도 당당한 기색이다. 공방의 위치를 설명 받을 때 역시 달항아리 조형물로 안내받은 터. 명실공히 신철 도예가의 작업실을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3층 높이에 해당하는 조형물을 세운다는 것은 시작부터 끝까지 쉽지 않았다. 듬직한 달항아리를 지탱하기 위해 초반을 다지는 공사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지진과 태풍 등 자연재해를 대비해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며 멋스럽게 녹이드는 코르텐강은 일반적인 철 가격의 두 배에 해당돼 치솟는 설치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교각과 구조물 건축에 쓰이는 코르텐강은 내구성은 물론 부식을 통한 코팅마감과 착색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달항아리는 물레로 빚어 만드는 작업을 대표하는 동시에 예스파크를 상징하는 조형물로써도 상통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무릅 쓰고 실행한 것이었다.
순백색의 2층 건물은 통유리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갤러리숍을 선두로, 작업실과 가마실이 나란히 뒤따르는 구조다. 아이디어 구상부터 설계, 도면작업 모두 신철 작가가 직접 했다. 작업동선이 편하게 이어지는 작업생활 기본권을 위주로 반영했다. 작업실 바닥에 보일러를 설치해 추위에 지장 받지 않게 되었고, 키친룸을 마련해 작업과 요리를 즐겁고 안락한 공간에 같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오래 전부터 작업경험의 지혜로 만들어진 요소인 셈이다. 그는 남양주 덕소에서 2년 전 이곳으로 옮겨왔다. 장작가마를 때기 어려웠던 여건에 새로운 환경으로 옮길 필요를 느끼던 시기였다. 그간 작업실에서 불편했던 점을 재정비하고, 유용한 시설과 동선을 가다듬을 수 있는 기회로 삼으며 새로운 작업실에 축적한 계획들을 풀어냈다. 특히 과시적인 무리한 반영은 일절 배제하고, 철저히 작업 중심의 규범이 되는 공간으로 삼고자 했다.
주거기능보다 작업적 기능을 고심했던 이유는 그가 추구하는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자연스러움. 자연스러워야 본래의 작업이 나오는데, 다른 기능을 기대하면 불편함이 생긴다. 그의 작업 또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데서 시작됐다. 조선 백자의 아름다움은 자연스러운 맛이 어우러지는 데 있다. 청자 연리문, 분청, 옹기 등 그간의 작업경력은 백자항아리라는 구심점으로 자연히 인도해 주었다. 청강대 도자전공 교수직에서 잔업작가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또한 걷다보면 자연히 향하게 되는 길과 같았다. 그는 앞으로 작업할 수 있는 시간과 체력적 한계를 15년 정도로 내다보고 있다. 흙으로 빚는 달, 이름답게 빛나는 삶과 순리에 따르는 작업이 계속되길 바래본다.

신철은 단국대학교 도예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개인전 19회 단체전 150여회에 참여했다. 현재 한국미술가협회회원, 도곡도예가회회원이며, 예스파크에서 ‘흙으로 빚은 달’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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