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에서 작지만 감각적인 스튜디오를 갖고자 꿈꾸는 도예가들을 위해,대중 속 도자문화 확산의 첨병 역할을 자처한도예가 5명의 생생한 인터뷰를 소개합니다.그들이 도심 속에서 수년간 도자공방을운영하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와 생존방식,노하우Know-How를 담았습니다.하나 더, 본지 편집부에서 직접 모아 정리한공방 창업에 꼭 필요한 기자재, 장비, 도구구입처 리스트 등의알짜 정보도 공개합니다.회색빛의 차가운 거리에서흙내음 나는 따뜻한 감성의 공간을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정유정 세라믹스튜디오
concept : 브랜딩을 위한 전초기지의 역할
period : 작업경력 6년 / 현재 공방운영 11개월(2015년 8월 기준)
location : 서울 성북구 장위동 주택가에 위치
who : 정유정. 국민대에서 도예 전공후 신당창작아케이드 입주작가,
현재 도자문구 브랜드 ‘오소소’운영 중
공방창업을 위한 것들 : 경험과 정보, 노력
서울 성북구 석관동에 위치한 공방의 공간과 위치를 고를 때 고려하신 점이 있나요?
“작업적 성향, 경제적 상황과 맞는 적절한 공방 찾기”
공방을 창업하고자 한다면 자신의 작업을 잘 알고 공간에 대한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대학원을 졸업한 후, 2013년 4월 신당창작아케이드에서 입주작가로서 독립적으로 작업을 하며 제게 맞는 공간의 기준을 찾게 됐습니다. 지하에 위치한 작업장을 사용하면서 얻는장점들(넓은 공간, 비교적 싼 임대료 등)이 있지만 제게는 하루 종일 머물러야 하는 공간에서 햇빛을 보지 못하는 정서적인 부분이 맞지 않았어요. 또 작가 당 4~5평 정도 규모의 작업장을 제공하는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작은 캐스팅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만, 판작업을 하려면 좀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햇빛이 들어오는 1층에 분리돼 있는 가마실 그리고 10평이상 임대료는 오백만원에서 천만 원 사이, 월세 30~40만원 사이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대를 지정해 놓고 6개월 동안 적합한공방을 찾았습니다.
위치, 인접성, 안전과 같이 공간 이외의 다른 기준이 있다면?
“많은 전시가 열리고 재료를 구하기에 유리한 서울지역”
처음 공방을 만들 때 목적이 2~3년 정도 작품의 ‘브랜드화’에 집중하는 것이었어요. 수강생을 받되, 월세를 유지 할 수 있는 정도로만하고 그 외 시간은 모두 작업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수강생들을 위한 인접성이나 위치가 중요하진 않았지만 전시나 부자재를 구매하는 장소들이 대부분 서울이기 때문에 서울에 작업장을 내고자 했어요.
공방을 열기 위해 지원받은 제도가 있다고 들었어요.
“정부 청년창업지원제도 활용”청년창업전용자금을 신청했습니다. 매년 초, 정부에서 창업하고자하는 청년들을 위해 예산을 지정해놓고 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저는 작년 1월 즈음에 우리은행을 통해 신청했어요. 신청이 접수되면 신용을 보증하는 재단에서 지원사업과 제 능력이 적합한지 심사하게 됩니다. 학부와 대학원까지 동일한 전공으로 졸업한 제 학력도 참고하고, 신당창작아케이드 작업장에도 오셨어요. 이 사람에게 어느 정도의 돈을 빌려줄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확인 서류를 민간금융 매칭형 취급은행인 우리은행으로 보내고, 은행 측에서 삼천만원의 자금을 제게 대출해 주는 방식입니다. 창업을 위한 방법은 찾아보면 많습니다. 만약 판매루트확장이나, 매출신장을 위해 ‘투자금’이 필요한 업종으로 창업한지 3년 미만의 분들이라면 최대 1억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는 제도도 있어요. 하지만 제 경우와 같이 당장 임대료와 기자재부터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대출금 사용 내역에 제약이 많아서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지원받은 청년창업전용자금은 어떻게 사용하셨나요?
“저렴한 방법으로 기자재 구매”
먼저 임대료로 오백만원을 사용했고요, 가마와 물레, 선반들을구매했습니다. 가마와 물레는 도재상 ‘클레이어Clayer’에서 구매했어요. 작업을 잘하는 친구가 써보고 말해준 곳이라 믿고 구매했어요. 시중에 나온 가마둘 중 저렴한 가격대이기도 하고요. 클레이어 전기환원/산화가마 0.15루베를 약 430만원, 물레는 약90만원에 구매했습니다. 또 지금 작업장이 원래 도자공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기 10kw 승압하는데 대략 170만원을 지불했어요. 이 외에도 수납장, 선반, 작업대 등은 발품을 팔아서 저렴하게 제작했습니다. 을지로 목재가게에서 작업대로 사용하기 적합한 튼튼한 물푸레나무를 한판에 9만원씩 3판을 구매해서 한판은 통째로 작업대로 사용했고, 나머지는 자투리 남지 않게 재단해서 선반과 작업대로 제작했어요. 철제 프레임까지 포함해 선반 하나 당 대략 16만원 정도 들었어요. 주변에 작업하는 분들을 보면 더 저렴한 방법으로 구매하시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제가 꿈꿨던 작업실 디자인에 가장 가깝고 저렴하게(!) 만들었습니다.
큼지막한 임대료와 기자재, 그 외(수강을 위한 흙이나 손물레,초벌기 등) 총 천오백만원 정도 들었어요.
기자재를 구매할 때나 전기 설비할 때 주의할 점이 있나요?
“작업량에 맞는 전기승압, 한 달의 가마배송기간”
기자재, 전기공사, 배수공사가 모두 돼 있는 도자작업장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편하지만 그런 곳은 이미 오래 공방을 운영해온곳이라서 권리금이 발생합니다. 일반 공간에 도자공방을 차리는경우에는 설비공사를 하거나 기자재를 구매할 때 신경 쓸 부분이 많아요. 먼저 자신의 작업에 맞게 작업실을 차리는 게 중요해요. 일반 가정에 제공되는 전력은 3~5kw입니다. 제 조그만백자 문방구류에는 0.15루베 환원/산화전기가마(전력량 8.8kw)가 적당하기 때문에 5kw를 추가로 승압해서 총 10kw를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큰 오브제 작업하는 작가라면 적어도 0.3루베 가마를 사용하셔야 해요. 또 가마는 선주문, 후제작 시스템이기 때문에 공방을 오픈하는 날짜를 잘 계산해서 주문해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주문하고 배송 받는 날까지 한 달 정도 걸렸어요. 미리 전기를 승압하면 한 달 전기세를 그냥 내야하는 경우도 생길 수도 있으니 가마의 배송기간을 잘 판단해서 전기공사를 해야 합니다.
전기료는 1kw당 대략 5~6천원 정도 지불해요. 기본 전기료가한 달에 약 5만원 내외인데, 12평인 제 작업실을 기준으로 겨울에 12만원, 여름에 대략 9만원 정도를 지출합니다.
문도방
concept : 작가의 상품숍과 물레성형 지도
period : 작업경력 20년, 공방운영 10년
location : 경기도 분당구 판교동 상가 밀집지역 신축 건물 1층과 지하
who : 고등학교 때부터 여주를 기반으로 작업을 시작한 문병식 작가와
아내 유인향 씨가 부부 도예가의 장점을 살려 운영 중
여주에서 이천을 거쳐 판교까지 10년
여주의 작업실과 이천에서 숍을 운영해 온 것으로 아는데 최근 판교로 공간을 옮긴 이유가 있나요?
“적극적인 고객 유치 마케팅, 도예가로서의 성장 과정”
문병식(이하 문) : 조금 더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했어요. 손님이 찾아서 오는 게 아니라 저희가 더 가까이 다가가는 거죠. 지역에 대한 정보는 별로 없었습니다. 계속 서울로 오고자 하는 계획만 있었는데 근방에서 먼저 숍을 시작한 화소반의 김화중 작가님이 판교를 추천해 줬어요. 상품제작과 작업을 병행하기에는 지금 숍 안에 있는 작업공간이 너무 작고 단점이 많아서 작업실은 여주에 그대로 두고 숍을 중심으로 오픈을 하게 됐습니다. 판교랑 여주는 고속도로를 타면 그리 멀지 않은 거리라 이동의 부담도 적었고요.
또 하나는 사람들에게 제가 도예가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싶었어요. 제 작업을 아는 분이 “이 작가가 그때도열심히 했는데 지금도 꾸준히 열심히 하는구나, 발전하고 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이요. 제가 26살에 여주에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딱 10년 만에 판교에서 숍을 오픈하게 됐네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면 이번이 세 번째 공방 오픈일텐데요. 첫시작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중고트럭에서 시작된 판매”
문 : 2006년에 처음 ‘문도방’을 오픈할 때 아버지께서 중고 트럭(약 300만원)을 한대 사주셨어요. 그 트럭에 기물을 가득싣고 페어를 다녔습니다. 흔히 말하면 보따리장사였죠. 1년에 3~4번에서 많으면 5~6번 정도 페어를 나갔습니다. 그 때 저를 알리는 기회도 만들었고, 판매도 하면서 돈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2009년 사기막골에 처음으로 <설거지 하고 싶은 그릇>이라는 숍을 열었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지금 숍 준비에 도움이 많이 됐어요. 아무래도 도자기는 단골 위주로 판매되는 경우가 많은데, 새로 숍을 오픈한 소식을 듣고 그때 고객분들이 찾아와 주시거든요.
이번 숍은 규모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크고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습니다. 이전 비용이 많이 들었을 것같은데.
“저축의 결과”
유인향(이하 유) : 인테리어 비용에만 1억 정도 들었습니다. 새로 지은 건물이어서 권리금은 없었어요. 공간의 평수에 따라다르지만 보통 판교 지역은 최소 5천만원 이상의 보증금과 200~300만원 정도가 임대시세입니다. 저희는 1층은 숍으로 지하에는 수강생들을 교육하는 공간으로 마련해 두었는데요. 이곳을 위해 0.3루베 전기환원가마와 토련기, 물레 6대를 새로구입해서 들여놨어요. 전체적으로 2억 정도를 투자한 것 같네요.
문 : 이번 숍을 오픈할 때 ‘도자기해서 못 먹고 산다’는 인식을 깨고 후배들에게 이 길을 가도 비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싶은 나름의 신념으로, 빚 없이 그동안 모아온 자금만 사용했는데요. 사실 처음 공방을 시작하는 분들이 저희를 기준으로예산을 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거에요.
공방을 운영할 때 필요한 기자재들은 보통 어떤 경로로 구입을 하시나요?
“중간상인 없는 제조사 직접 거래”
문 : 물레는 ‘클레이파크’에서 중고로 구매 했어요. 대부분 사용한지 1년밖에 안 된 제품이어서 한 대당 70~75만원 정도에구매했어요.(정가의 30%) 전기환원가마는 로폼이라는 회사 제품으로 천만원에 구입했고요. 로폼이라는 회사는 도자를 전공한 분이 운영중인데 그래서 도자작가들에게 마진을 덜 남기면서 판매를 하고 있죠. 보통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할 때 작업하는 동료들한테 추천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제 나름대로 비교도 해요. 가마나 토련기는 한번 사면 거의 평생 쓰거든요.그렇기 때문에 튼튼하고 좋은 제품을 사야하죠. 기자재나 흙은 각 납품처 사장님께 직접 전화해서 주문하는데요, 특히 흙공장 사장님께는 매년 선물을 드리고 있습니다. 좋은 흙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는 표현을 하는 거에요. 그래야 계속 품질이 유지될 거고 저도 좋은 작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전 현대소지를 쓰고 있는데, 사장님한테 ‘문도방에서 쓰는 흙이 뭐
예요?’라고 문의도 많이 주신대요. 그래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성실함으로 무장한 작가의 노하우
다른 공방에 비해 월세가 높은 편입니다. 상품 판매수익만으로 고정적인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진 않나요?
“그릇판매로 수익 창출, 입소문을 통해 매출 유지”
문 : 판매만 해서 월세를 어떻게 내지? 이런 생각이면 숍을 오픈하지 못 했을 거에요. 오로지 예쁜 그릇을 잘 팔자는 생각으로준비했고, 운영방법은 ‘열심히 만들자!’ 이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어느정도 인지도가 생기면 매출이 들쑥날쑥하지 않고 안정됩니다. 옷이나 생필품처럼 도자기를 자주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고객을 만나게 되면 그분의 소개로 또다른 사람이 오는 경우가 있어요. 도자기 좋아하는 분들의 커뮤니티가 따로 있어서 그분들끼리 공유하는 정보에 입소문을 타고 새로운 고객들이 생기는 겁니다.
유 : 저희는 다른 홍보를 많이 하진 않아요. 지금은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운영중인데요. SNS에서 포스팅을 꾸준히 해야 사람들이 찾아오고 저희를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젊은 새댁들이 저희 그릇에 관심을 가져주시더라고요. 전국적으로 다른 숍에납품을 하기도 해요. 부산이나 대구 지역이 백자를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서 수입이 좋은 편이고, 가끔 외국에서 수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고급한정식집에서 그릇을 주문하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주로 그릇을 팔아서 수익을 창출하죠. 사실 식기와작업을 병행하는게 어렵잖아요. 그런데 작가 이름으로 개인전도 꾸준히 하다보니 그릇 판매에 더 시너지 작용을 내는 것 같아요.작품활동을 해서 작품이 판매가 되면 그릇에 대한 가치도 더 인정을 해주게 되고요.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