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변상도(變相圖)」세부,고려시대, 국보제235호, 삼성미술관Leeum 소장
청자 향로의 조형미
고려시대 왕실에서는 의례를 시작할 때 항상 향을 피웠으며 사찰에서의 불교 의례 시에도 향을 피우기 위해 향로燒香를 사용하였다. 불교에서의 향은 권청勸請을 의미하며 부처님의 사자使者로서설법을 청한다는 뜻이다.1)「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2)의내용을 요약하여 금색으로 그려 정교하게 묘사한 변상도變相圖에서 향로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어떠한 재료로 성형되었는지 재질은 확실히 구분되지 않지만 형태를 보면 향로의 조형임이 분명하다.
이와 같이 향로는 종교적인 의식과 관련이 있었고, 특히 고려시대불교 의례용 용구로 쓰였으며 왕실의 제례 및 문화, 종교의례 시사용되었다. 사찰에서 의례용으로 쓰여 졌던 향로는 도자기보다금속으로 만들어진 것이 많았던 것에 비해 왕실에서는 주로 청자향로를 사용하였다. 의례에서 청자향로의 사용은 12세기에 청자가 전성기를 맞이할 수 있는 하나의 기반이 되었으리라 여겨진다.고려시대의 향로는 바로전 시대인 통일신라시대의 향로의 유형을 이어가서 더욱 진보된 형태로 변형되기도 하고 완전히 변화된 향로를 제작하기도 하였다. 12세기의 청자향로의 유형을 보면, 전반부에서 살펴본 청자주전자 유형의흐름과 유사하다. 두 기형 모두 중국의 금속기의 모사에서 시작하여 고려인의 창의적인 감성으로 자연물을 표현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형태와 문양 및 장식의 변화가 그들만의 독창적인 형태로 되어가는 과정이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12세기 청자향로의 첫 번째 유형으로써 중국의 금속기를 모사한 청자 정형향로靑磁鼎形香盧형태로 구분하였고, 두 번째 유형은 삼족기의 양식이면서 원형圓形의 동체에 원앙, 오리, 사자 등 현실 속의 동물이나 상상 속의 동물인 기린, 어룡, 귀룡 등동물의 형상을 뚜껑부분에 장식한 상형象形향로의 형태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세 번째 유형으로는 여러 개의 자연물이 어우러져복합적으로 구성된 상형향로의 형태로 구분하였다. 특히 상형향로 뚜껑에 얹어지는 동물의 상징적인 장식은 고려시대 향로의 독보적인 유형이다. 이로써 12세기에 제작되어진 청자 향로 유형 역시 청자 주전자의 유형 분류와 같이 세 가지로 구분 하고자 한다.우선 첫 번째 유형의 청자 정형향로靑磁鼎形香盧의 예로서 「청자 양각도철문 원정형향로靑磁陽刻紋圓鼎形香盧」3)와 「청자 양각도철문 방정형향로靑磁陽刻紋方鼎形香爐」4)가 있다. 이 두 기형은 중국 고대 청동기의 정鼎형태를 묘사해서 제작하였는데, 중국의 정鼎5)은 일반적으로 다리가 달려 있는 형태에 두 개의 귀가 부착되어 있고 동체의형태는 원형과 사각모양이 있다.
청자 정형향로靑磁鼎形香盧 역시 동체의 모양에 따라 원정형圓鼎形과 방정형方鼎形의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원정형향로의 예로 「청자 양각도철문 원정형향로靑磁陽刻紋圓鼎形香爐」가 있다. 원형 동체에 짧은다리를 갖은 삼족기三足器 형태이며 고리 모양의 둥근 귀가 상부에직립으로 붙여 있는 구조이다. 문양은 매우 도드라진 도철문 紋6)으로써 이미 무늬가 새겨진 초벌된 틀이나 나무틀에 태토를 눌러 문양을 나타내는 기술인 압출양각押出陽刻기법을 사용하였다.다음 방정형향로의 예로, 「청자 양각도철문 방정형향로靑磁陽刻紋方鼎形香爐」는 중국 고대 청동기 방정方鼎과 유사한 직사각형 동체로서 네 개의 짧은 다리와 사각 고리 모양의 귀가 상부에 직립으로붙여져 있고 도철문을 압출 양각하였다. 원래 중국 고대 청동기의 형태와 문양은 더 복잡하고 난해하지만 고려청자에서는 도철문을 단순화시켰다.7)
「청자 사자장식 향로靑磁獅子裝飾香爐」10)는 12세기 상형향로의 전형적인 형태이며 예술적 조형미와 의례용기의 기능을 갖춘 고려청자의 정점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화로의 역할을 하는 둥근 동체에향을 피우면 뚜껑 위에 앉아 있는 사자형상의 몸통을 거쳐 입으로 향이 배출되는 구조이다. 향로의 동체는 원통형으로 되어 있고 상부에는 전이 넓은 접시모양의 테두리가 둘러져 있다. 하부바닥을 동물 머리 모양의 세 개의 다리三足가 받쳐주고 있어 향로의 전체적인 조형이 조화롭다. 특히 이 향로의 진수는 뚜껑 위에비스듬히 놓여 있는 사자의 형상이다. 동세의 변화를 주고 있는것 같은 사자의 모습은 시각적 조형성을 고려하여 제작되어서 인지 묘한 균형감을 보여준다.
앞서 「청자 사자장식뚜껑 주전자靑磁獅子蓋注子」에서 언급했듯이 고려시대에는 강한 불교의 영향력으로 사자의 형상과 연꽃문양의 장식이 청자 의례용기에 자주 나타나는데, 불교에서 사자의 의미는불법을 지키는 역할이므로 「청자 주전자」에서 볼 수 있었던 연화장식 위에 사자가 앉아 있는 형태를 「청자 사자장식 향로」에도 볼수 있다. 이와 같이 사자의 형상이 있는 청자 주전자와 향로는 의례용기로써 종교적인 기능을 수행했으며, 고려인들은 사자를 통해 주술적인 소통을 하였을 것이다.
서긍徐兢-1091~1153의 고려도경의 기록을 보면 「청자 사자장식 향로」를 “산예출향 猊出香-사자에서 향이 나온다는 의미”이라 지칭하며그것의 조형적 우수성을 중국자기와 비교하며 고려도경에 기술하였다.11) 이렇듯 중국 사신이 감탄할 정도로 12세기에는 청자의우수성이 절정에 도달해 있었고 그 중 「청자 사자장식 향로」를 지칭하며 비색청자의 아름다움에 대해 칭송한 것은 고려청자의 정수가 12세기 청자 향로에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이와 비슷한 유형을 고려 12세기에 제작되어진 금속제 향로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것은 「청동 은입사 사자뚜껑 향로靑銅銀入絲獅子蓋香爐」12)이며 「청자 양각도철문 방형향로靑磁陽刻紋方形香爐」와 「청자사자장식 향로靑磁獅子蓋香爐」를 합쳐 놓은 것 같은 독특한 형태이다.
장방향의 동체 위 양끝에 손잡이가 부착되어 있으며 동체 하단부에는 사자의 얼굴을 형상화한 네 개의 다리가 달려있다. 동체 부분은 중국 고동기古銅器의 방정方鼎을 묘사했지만 뚜껑 부분은 고려의 상형도자象形陶磁의 고유의 양식과 같다. 즉, 동체가 둥근 원형인「청자 사자장식 향로靑磁獅子蓋香爐」와 동체의 형태는 다르지만 한 발로 공을 어르며 뚜껑 위에 앉은 사자형상의 장식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체에 양각으로 시문된 도철문과 방정형은 「청자 양각도철문 방정형향로靑磁陽刻紋方鼎形香爐」와 거의 같다고 할 수 있어 고려시대의 금속기와 청자는 형태에 있어 많은부분을 공유하며 제작되어진 것으로 여겨진다.다음 세 번째 유형은 여러 개의 자연물이 어우러져 복합적으로구성된 상형향로 형태인 「청자 투각 칠보무늬 향로靑磁透刻七寶紋香爐」13)이다. 각기 다른 소재들의 조화로운 결합으로 제작된 이 청자향로는 고려만의 고유한 독창성을 그대로 표현한 고려 최고의 수작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