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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3월호 | 뉴스단신 ]

자연의 정체성이 느껴지는 생명력과의 조화 안재영
  • 편집부
  • 등록 2018-01-30 01:31:49
  • 수정 2024-11-18 17: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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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ower」
112×162cm
acrylic on canvas

 

작가 안재영의 회화는 마치 자연의 향기를 맡은 듯 편안하고 포근하게 해준다. 필자가 그의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는 인간적인 포근함과 더불어 무언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듯하다고 느꼈으며, 그와 교유를 하면서부터는 그 포근함을, 단지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 까닭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의 작품은 구상, 추상, 인물을 막론하고 우리 주변에서 본듯이 조금은 친숙하며 밝고 맑은 색감과 다정다감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친근감을 주기 때문인 듯하다. 조금은 무심무취하면서도 은근하게 다가오는 조형적 감흥과 색감은 작가만의 감성 속에서 비롯된 미감이라 할 수 있다. 형태가 존재하지 않는 듯한 그의 추상적인 작품들은 현대 한국 추상 미술의 발전을 가늠해보게 한다.
이처럼 맑고 밝은 추상 회화나 자연의 향기가 느껴지는 구상성이 있는 그림을 그려온 작가 안재영은 어려서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관심을 가져왔기에 어떤 환경 속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으며 그림과 관련된 일에서는 어디서든 유난히 적극적이었다. 잠시 미술 외의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하던 때도 순수 회화 쪽에 관심을 가지고 화가로서의 꿈을 키워나갔다. 이처럼 그는 그림에 대한 열정이 남달라서 자신의 창작 세계와 관련된 이론을 토대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이론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특히 그는 추상에 매료되어 추상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리게 되면서 자연의 생명성과 인간의 심성적인 투영과 관련된 추상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였던 것 같다. 따라서 그는 추상 속의 자연성의 깊은 맛을 깨닫게 되었고 이 자연성은 곧 세상의 가장 소중한 에너지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 후 작가는 자연성을 모티브로 하여 생명력 있는 그림을 그리며, 자연의 질서로서 생명성을 환기하고, 서양의 일반적인 추상 작업과는 다른, 보다 인간적이면서도 한국의 정서와 동양의 미감이 반영된 생명력이 담겨진 독특하면서도 독창적인 추상 및 구상 작업 등을 병행해왔다.
그의 그림에는 작가의 정체성과 더불어 앞서 잠시 언급한 것처럼 생명력, 다시 말해 생명성이 내재되어 있다. 생명성은 현대 미술에서 전개되는 새로운 표현 방법론 가운데 하나로서 글로벌리즘의 시대에 세계 미술이 추진해야 할 신질서적인 개념을 지닌 문제이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담겨진 생명성의 문제는 삶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를 지닌 것으로 새로운 질서에 대한 논의이자 인간 생존과 삶의 방향성을 찾고자 하는 의미를 지닌다. 환경과 생명, 생태, 우주의 존폐 등에서 우리는 바로 생명성의 중요함을 자각할 수 있다. 이러한 논의는 생명주의로 귀결되고 살아있는 모든 생명체의 정체성 회복을 깨달을 수 있게 한다. 그의 작품에는 이런 생명성의 회복과 파괴되어 가는 자연 질서의 회복을 공통분모로 담고 있다.
이처럼 신비로운 생명력을 지닌 자연의 조화와 인간의 본성과의 교감을 통해 미적으로 큰 감흥을 얻은 작가는 푸른 빛 혹은 적색 바탕에 코스모스, 수련, 모란, 맨드라미, 기타 다양한 꽃의 이미지 혹은 나무 등 다양한 꽃과 식물의 형태에서 빚어진 자연의 현상과 이미지가 복합적으로 창출되는 형상이 담겨져 있는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러기에 작가의 그림은 자연과 인간미적인 조화의 신비로움과 생명력을 담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추상적이며 색채의 감성 및 음악성과 서정성을 풍부하게 담고 있다. 다시 말해 서양의 원근법 등 외관을 중시하는 그림의 틀을 벗어나 원근법과 비례와 형식이 사라진 화면 위에서 매우 온화하면서도 부드러운 색채가 수놓아진다. 한국인의 미의식을 토대로 한 색의 향연이 추상과 구상, 반구상을 가리지 않고 보는 이들의 눈앞에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것이다. 그러기에 작가의 그림에는 추상, 구상을 막론하고 서로 소통되며 융화되는 특별함이 있다. 때로는 우주 자연의 질서를 함축한 생명력을 기조로 한 자연의 모습을 담은 그림이기도 하고, 때로는 자연의 이미지를 추상화시킨 그림이기도 하며, 때로는 작가의 심성에서 비롯된 또 다른 세계를 매개체로 하여 전개되는 일련의 생명력이 풍부한 그림이기도 하다. 이 그림들은 당연히 부드럽고 은은하면서도 화사한 색상과 점, 선, 면 그리고 다양한 붓의 흔적들로 이루어지며, 보이지 않는 자연의 형상들 및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흥미를 더해 준다.
이처럼 그림에 남다른 열정을 지닌 작가는 어려서부터 생각해온 무한한 감흥을, 자연의 조화와 섭리속에 조형화시킨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처럼 무한한 상상력으로 형상화하였다. 자연의 순수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작가의 그림들은 감각적 현실의 재현이라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산과 들에서 볼 수 있는 자연의 이미지뿐만 아니라 우리가 볼 수 없는 생명의 신비로움까지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아름다운 선율이 있는 그림으로 표출해내는 독특함을 내재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는 우리의 정서가 묻어있으면서도 잔잔한 생명력을 지닌 휴머니즘적 감동과 더불어 자연의 부드러움과 음악적 선율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있다.
이런 면을 기조로 볼 때 작가의 그림은 기법적인 면에서 담담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역동적이며 마치 자연의 현상처럼 자연스럽다. 한국의 맑고 부드러운 가을 하늘처럼 색감이 맑고 투명하며 은은하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감흥과 자신의 삶을 토대로 한 휴머니즘적이면서도 자연미적인 조형성과 서정적인 이미지를 내포한 그림은 인간미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그림들에는 한국 근대 미학의 선구자 고유섭이 말했던 것처럼 ‘무기교의 기교’와도 같은 투박함과 더불어 생명적 정제가 변증법처럼 공존하는 듯하여 흥미롭다. 이는 한국의 자연과 조형적 세계에 대한 상황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설정해 나가면서 창의적인 면이 농후한 추상성과 담담하게 드러나는 구상성으로 양존하는 형태로 구축되어 있다. 이처럼 생명력이 담담하게 느껴지는 한국적인 추상과 구상 작업들은 작가의 작업의 구심점이며 서양의 추상과는 다른 작가만의 한국적인 독창성이 흐르는 현대 한국의 순수 추상임이 분명하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색의 향연이라 할 만큼 색상이 심도 있고 아름다우며 마치 자연이 주는 감흥처럼 순수하다. 이 감흥으로 작가는 한편으로 즐겨 그리는 구상 작업의 소재인 꽃 등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붓 끝으로 담담하게 표현하거나 혹은 생명력이 넘치는 이름 모를 식물들을 순수미적 조형성으로 표현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구상적인 이미지들, 다시 말해 색과 형태 그리고 유연한 선묘의 다양한 모습들이 한 화면 안에서 자유롭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색과 형태, 면과 색, 정형성과 비정형성 등이 자연과 생명력이 그러하듯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은 순수하면서도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작가는 때로는 수더분하고 수수한 추상성과 구상적 이미지들을 한 화면에 함께 담아내기도 하며, 마을 뒷동산에 널려있을법한 들풀과 들꽃들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이미지화시킨 듯한 색감과 무정형의 형태들을 캔버스에 담기도 하였다. 여기에 현대의 조형성을 가미하여 단순히 자연주의적이고 지역주의적인 편협함을 넘어, 각박한 세상에서 몸과 마음이 외롭고 지쳐버린 현대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위로하고 어루만지고자 하는 것 같다. 고달픈 현대인들을 위한 희망의 노래처럼 생명력을 화면에 담아내는 그림을 추상, 구상, 반구상을 가리지 않고 부단히 그려온 것이다. 이는 작가의 타고난 기질과도 부합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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