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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5월호 | 특집 ]

한국도예, 지금(2)
  • 편집부
  • 등록 2018-01-29 23: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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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창간 20주년을 기념한 기획 특집 두 번째로 이번 호에서는 융합, 지역, 재료라는 3개의 키워드로 나눠 각 분야 전문가 3인의 제언을 듣는다. 본 특집 기사를 통해 21세기 문화예술에서 필수 요소로 선택된 ‘융합’을 도자예술이 어떻게 받아들여 활용해야 하는가를 판단하고, 이 시대의 트렌드에 맞춘 도자관련 재료와 컬러에 대한 과학적 이해로 도자디자인 요소의 새로운 가치의 필요성을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도자문화가 정부의 정책 지원에 발맞춰 어떻게 올바르게 정착하고 활성화 될 수 있는가를 현실적인 시각으로 진단해본다.

 

레오나르드 다빈치 「모나리자의 초상」

 

융합融合에 관한 단상

융합融合’ 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중 하나가 바로 ‘핵융합’이라는 물리학의 용어다. ‘원자핵을 서로 융합하게 하는 데에는 아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가령 가벼운 원소가 융합해서 무거운 원소나 자유중성자를 만들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융합하는 데 필요로 했던 에너지 이상이다. 이러한 에너지 생성 과정, 즉 발열반응은 핵융합 반응이 스스로 지속될 수 있도록 한다.’
- 위키백과사전

마찬가지로 물리학을 포함한 모든 ‘융합’ 작용에서는 계상했던 에너지 이상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이것은 충돌에 의한 에너지이며, 융합 반응을 지속하기 위한 에너지이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을 논한 ‘프리쵸프 카프라Fritjof Capra’는 서양의 물리학에서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이론과 부족함의 해답을 동양의 도교 사상과 불교의 사상에서 찾고자 했다. 또한 도가와 주역에서 말하는 ‘태허太虛’에서 기氣의 이론을 접목하기도 했다.
그에 앞서 우리나라에서도 19세기말 ‘혜강 최한기(1803~1877)’라는, 동양사상을 중심으로 서양의 물리학을 접목한 사상가가 있었다. 실로 오랜 세월 연구되어온 주제가 바로 이 ‘융합’이라는 주제이다. 이 문제 앞에서 서양과 동양 모두 ‘경험’과 ‘직관’의 사이에서 통찰의 과정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그것은 철학과 과학은 물론이고 천문, 지리에 까지도 닿아 있었다. 즉, ‘융합’이란 21세기에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며 오랜 시간 연구와 논증의 연속선상에서 자연스런 인과관계 속에 발현한 주제라 하겠다.
예술에 있어서 융합은?
예술에서의 융·복합 기법은 이미 20세기를 들어서면서 적극적으로 활용돼왔다. 피카소는 도자기에 회화를 구현해냈고, 현대 도예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볼커스 역시 어찌 보면 조각과 도자를 융합하여 ‘현대도자’를 만들어낸 셈이다. 새로운 그 무엇을 만들어 내는데 각 고유의 분야나 장르 안에서의 창조보다는 ‘융합’과 ‘통섭’이라는 혁명을 통해 새로운 무엇을 창조해냈던 것이다. 현대 미술계의 ‘요셉보이스’, ‘백남준’과 같은 걸출한 예술가들 또한 미디어와 음악, 회화, 조각, 퍼포먼스를 철학적 사고와 융합해 냄으로써 새로운 장르의 미술을 개척했다. 그때마다 그 에너지와 파장은 매우 강했다.

도자기에서 예를 들어 보자. 일품 수공예 ‘용기容器’가 대형 브랜드 회사에서 제조한 용기보다 좋은 이유를 대라고 하면, 막상 설명하기가 어렵다. 심미적 요인과 예술성 이외에 특별히 차별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강도나 완성도에서 따지고 들면 대답은 더욱 궁색해 진다. ‘도자 장신구’ 또한 마찬가지다. 금속이나 보석과 비교한다면, 투박하고, 무겁고, 잘 깨지고... 과연 어떤 장점을 설명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다. 고객은 21세기의 상품을 찾는데 우리는 20세기 상품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여기서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이 있다. ‘도자기는 원래 그렇다, 깨져야 도자기다, 이것이 도자기의 한계다...’ 이젠 보다 솔직해져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결국 디자인과 품질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21세기 도자선진국의 찬란한 역사를 가진 현재 우리의 도자는 얼마나 당당한가?
대안은 융합?
그렇다면 그 대안은 무엇인가? 조심스럽게 ‘융합’이라는 방법에서 찾아볼까 한다.
핵융합 반응 시 엄청난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앞서 언급한 바 있다. 서로 다른 분야가 만나서 융합할 때 생각지 못한 불협화음이나 충돌 상황들이 벌어진다. 때문에 무엇과 무엇이 섞이고 융합하느냐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속하거나 겪고 나면 상상 이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 문제는 단지 각 공예와 예술, 과학, 디자인의 융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판매 시스템과 유통, 그리고 홍보 방법의 융합 문제까지 확산해야 그 실마리가 풀린다. 즉, 경영과 비즈니스의 방법을 달리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S전자’ 또는 ‘H자동차’ 회사에서 어느 개인 브랜드를 런칭하고 판매한다면 얘기는 달라질 것이다. 아마도 개발 타당성 검토와 성공을 위한 체계적인 진행 방법부터 계획해 들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젠 접근 자체를 달리해야 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작업장 안에서의 작업만을 고집할 때가 아니다.

 

©www.jansenco.nl

 

도자기 재료와 컬러의 과학적인 이해

도자기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면서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용돼왔다. 도자기 유약은 도자기를 견고하게 하고 액체의 흡수성을 낮추는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을 담고 저장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고, 도자기 표면에 컬러를 입혀 예술적인 아름다움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목적으로, 보다 좋은 재료를 찾아다니고 유약 실험을 통하여 안정적인 유약을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우리나라 도자기 재료의 문제점은 영세업체들의 시설 부족으로 높은 순도의 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지 못한다는 점과 수입업체들이 재료의 성분을 고려하지 않고 저렴한 가격의 재료를 무분별하게 공급하여 도자기의 질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약의 안정성을 찾기 위해서는 도자기 재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도자기 원료의 이해가 어려운 것은 재료의 특징과 용어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양한 기능의 스마트폰을 처음 접했을 때, 설명서를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기능과 용어들 때문에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관심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디지털 용어가 이해되고 자연스럽게 익숙해졌다.
도자기 재료의 이해도 마찬가지다. 재료의 특성, 화학기호, 실험 데이터, 계산식 등의 과학적인 용어에 익숙해진다면, 안정적인 유약에 대한 활용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도자기를 가르치는 아카데미academy 또는 기관에서 원료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에 앞서 재료를 이해할 수 있는 기본적인 용어와 특성, 과학적인 용어에 대한 의미를 설명해준다면 도자기 재료가 그렇게 어렵게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을 통해 화학적 원리를 이해한다면, 도자기 재료를 구입할 때 용기에 표시된 재료의 명칭과 화학식에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다. 화학식과 같은 과학적인 용어는 다른 분야의 전문 용어가 아닌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세계 공통언어이다. 그러므로 과학적인 이해는 필요하다.
기본적인 도자기 재료의 과학적인 특성이 이해됐다면, 유약을 만들 때 생기는 문제점은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도자기를 제작해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유약 데이터를 보고 유약을 만들어봤을 것이다. 도자기 관련 책과 지인을 통해 얻은 유약 데이터를 가지고 재료를 배합했을 때 원하는 유약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고, 계속되는 실패로 인해 이내 포기하고 만다. 결국 도자기 원료에 대한 성분 분석과 유약 실험에 의해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는 도재상에 주문을 할 것이다. 유약 실험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예전에 사용한 유약 데이터의 재료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유약 재료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채취하는 과정에서 환경적·지리적으로 원료의 주요성분 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고려청자를 재현하기 위해 같은 지역의 태토와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과연 똑같은 청자를 만들 수 있는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공급되는 원료들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계산식(UMF식)을 통해 유약 구성요소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유약의 특성을 예측하고 제어하여 좋은 유약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공예계 환경 변화에 따른 지역 도자문화산업의 진흥

 

공예문화산업 진흥법의 제정과 시행
2015년 5월 18일 신규 제정 된 공예문화산업 진흥법으로 인한 공예계의 환경 변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예업계 구성 중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도자분야는 관련법으로 인한 변화를 인지하거나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공예문화산업 진흥법 안에 지역 공예산업에 관한 조항의 면면이 위안이 된다.
제18조 (지역특화 공예품의 육성)
①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특화 공예품의 생산을 업으로 하거나 하려는 자에 대하여 지역특화 공예품의 생산 및 개발, 전문판매점의 설치·운영, 수출촉진,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②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지역특화 공예문화산업이 지역의 문화관광·교육·체험 사업 등과 연계하여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업계 숙원사업이었던 관련 법안 마련에는 성공하였으나 산자부, 중기청, 문화재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에 흩어져있던 업무의 효율적인 재배치는 아직 미완의 상태여서 공예계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차후 관련사업 발굴과 시행을 통해 명확한 업무분담과 자리매김이 이루어질 것을 예상해 이에 대한 지역 도예계의 합리적인 대응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충남공예협동조합과 충청남도는 2015년부터 상위법에 맞춰 보조 할 수 있는 조례를 만들고 제정하여 본격적인 공예문화산업 진흥법 시행을 기다리는 한편 한국공예·디자인 문화진흥원(이하 KCDF)의 공예비지니스 교육을 유치해 법안에 관한 교육을 이미 실시해오고 있으며, 업계 종사자들에 대한 사업 역량 강화와 함께 전문가들의 의견을 현장에 반영하고 있다.

지역에 정통한 공예행정가의 필요성
이제 관과 공예계 사이에서 업계와 지역의 특수성을 알고 행정업무를 풀어나갈 공예행정가의 필요성을 논의 할 때다. 예를 들어 충청남도 공주 ‘계룡산도예촌’의 경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의 ‘지역공예마을 육성사업’을 수행 중에 있다. 문화부와 KCDF, 충청남도와 공주시의 업무교류와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도예촌 내에 행정지구가 없을 뿐 아니라 전문인력 또한 부족하다. 때문에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사업수행을 위한 중장기적 계획 수립 등을 자체적으로 추진하기가 어렵고 현재 지자체에 의존해 진행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내 친구가 도의원인데......”, “선배의 작은아버지가 시청 과장님인데......” 지역사회에서 흔하게 듣던 말들이다. 필자의 경우도 학연과 지연 등 좁은 지역사회의 관계망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현재 공주에서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물론 본인 또한 이곳이 고향이 아니기 때문에 공방운영 초창기에 지자체 기관과의 관계에 있어 다소 서먹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이 향상되고 행정이 투명해지면서 전에는 자연스럽게 들리던 학연, 지연에 관련한 말들이 점차 거북하게 들리는 시대가 되었다. 기관의 운영기준과 법의 내용이 부합하는 확실한 논리가 행정에 필요하다는 공식이 형성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지역단위의 협회와 단체들은 친목도모에 그치거나 혹은 단기사업 위주로 지원받기를 경쟁하듯하다 매몰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대표자 개인 네트워크 역량에 따라 사업 영역이 결정되고 시행되었기 때문에 문화예술 단체들은 지역행정과 괴리된 사업비 경쟁과 기관의 구색 맞추기식의 대접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업계 편에 서서 행정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혹은 윤활유 역할을 수행할 행정 전문가의 지역 내 존재야말로 업계의 큰 자산이 아닐까? 지금까지 각종 기획사 등에서 역할을 일부 담당해 주기는 했지만 업계편에 서서 일을 해줬다고 말하긴 어렵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환경의 변화와 앞으로의 계획에 관한 시스템 완성과 추진 능력들이 지역 업계에 필요한 시점이다. 그 역할을 지역 협회, 단체의 리더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지역별 특화 된 원천 소스와 작업 환경 등이 행정의 전개 방향과 시장 형성에 큰 간극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별 혹은 권역별 행정 전문가의 존재는 앞으로 화두가 될 공동 사업 등의 협업과 환경 조성에 큰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5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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