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하 <Your Dream> 전시전경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세라믹아트공학과가 한 해의 시작을 바쁘게 보내고 있다. 지난 1월 10일부터 시작해 오는 3월 31일까지 계속되는 릴레이 전시, <Ceramic Art-Tech Relay. 2017>이 한창이다. 대학원의 주축이 되는 황동하 교수를 중심으로 그녀의 제자들과 인연이 닿은 작가들, 그리고 석사생들과 함께 재능기부를 펼쳤던 학교의 학생들이 모여 세 달 간 알찬 전시를 꾸렸다. 자신의 개인전 중에도 제자들의 전시를 지극하게 살피는 그녀의 모습에서 진정한 마음으로 맺은 연이 이렇게 단단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황동하 작가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학교에서도 그녀가 가르치고 있는 태성고등학교 학생들의 막바지 전시 준비로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릴레이 전시 중, 황동하 교수의 개인전이 열렸다. <Your Dream>이라는 주제의 전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작가 자신의 바람을 표현하고 있었다. 묵직한 색감의 목엽천목木葉天目 작품들이 고목이 되어도 늘 뒤에서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을 전한다.
우리가 살면서 자신의 작품, 혹은 무언가를 전시 할 기회가 몇 번이나 올까. 누군가는 한 번도 없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여러 번의 기회가 있을 수 있다. 황동하 작가는 어린 시절 미술시간에 만든 자신의 작품을 다른 학생들에게 선보였던 경험을 행복으로 간직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표현을 내보인다는 일은 자신감과 자기 확신을 가지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작가는 그런 기회를 모두에게 선사하고 싶다는 꿈이 있다. 대학원생들은 물론 작가가 재능기부하고 있는 고등학생, 그리고 유치부 어린이들까지. 모두 작가를 통해 ‘전시’라는 소중한 경험을 갖게 됐다.
가르침, 또 다른 배움
학과 일정을 소화하며, 또 재능기부를 통해 황동하 작가는 많은 학생들을 만났다. 작가에게는 어릴 적 도자에 대한 경험만으로도 그 아이들이 자라 도자에 대한 다른 시각을 갖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도자교육 재능기부는 도자문화를 전파하는 또 다른 길인 셈이다. 제자들에게는 유독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가게 된다는 그녀는 도자기를 가르치는 선생을 넘어, 인생 선배로서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고민을 들어주는 멘토의 역할을 자처한다. 하지만 직업으로 도예가의 길을 걷겠다는 제자들에게 선뜻 응원의 뜻을 내비치지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직장을 다녀 돈을 벌고, 나중에 정년퇴직할 때쯤 취미로 배우라는 말이 가장 이성적인 조언이었다. 하지만 스승의 염려보다 자신의 꿈을 좇아 직접 부딪치며 용기를 내는 제자들을 보며 작가는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런 제자들이 있어 그녀는 아무리 고되더라도 가르침을 멈추지 않는다.
제자들은 그녀를 지탱하는 힘이자 원동력이다. 학부 때부터 도자기에 꾸준하게 관심을 보이며 청강까지 마다않던 제자 정우열은 이제는 학과 조교까지 맡아 큰 힘이 되고 있다. 태성고의 한서는 수업 내내 졸기 일쑤였던 학생이었는데, 흙을 만질 때만큼은 집중력이 대단했다. 먼저 물레를 배워보겠다고 적극적으로 나서며 점차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는 등 한서에게 변화가 일었다. 어느새 도자가 자신이 잘 하고 격려 받을 수 있는 꿈으로 자리 잡은 것이다.
과학을 딛고 확장하는 예술의 세계
예술이 인간의 내면과 정신세계를 표현하는 수단으로 변모하면서 본래 그 뿌리였던 기술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가 예술계에 만연한 콤플렉스로 자리 잡았다. 그간 흔히 요업과, 요업공학과로 불리던 이공계 학과는 이른바 ‘예술’을 다루고 있는 여타 도예학과와는 차별 대우를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세라믹아트 공학과는 도자예술과 공학을 융합시킨 학문을 다져나가는 곳이다. 도자기 재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그 특성을 파악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어떻게 예술에 접목시킬 것인지, 또한 심리적으로 접근해 어떤 표현을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으로 뻗어나간다. 더욱이 나날로 새로운 매개medium가 등장하는 오늘날, 결국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더욱 다양하게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기법을 향할 수밖에 없다.
황동하 작가의 작품 또한 다양한 분석을 통해 이뤄낸 연구의 결과물이자 예술이다. 작가가 처음 천목 작품을 접했을 때 느꼈던 소우주의 신비와 감동을 다시금 재현하고, 또 자신의 것으로 변주하기 위해서는 기술과 재료의 연구가 필수였다. 연구차 일본에 다녀오고 수많은 원서들을 파헤치며 수십 종의 꽃과 나뭇잎를 채취하고 연구했다. 그 해의 기후와 조건에 따라 작품이 풍년이 들기도 흉년이 들기도 했지만 작년은 지난 10년을 합한 작품량이 나왔을 만큼 유독 결과가 좋았다. 학과 제자들도 자신만의 연구로 새로운 유약뿐만 아니라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볼 때면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3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