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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4월호 | 뉴스단신 ]

낙산골 미리뽕이 꾸미는 색동초가
  • 편집부
  • 등록 2018-01-08 16: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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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바카의 4월 봄밥상

 

 

제철 채소와 친환경 재료를 이용한 자연주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색동초가. 샐러드, 보따리 김치, 단호박 등갈비찜, 채소케잌 등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며, 여러 시즌으로 나누어 새로운 메뉴를 구성한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과 함께 색동초가 대표 유바카의 감성 가득한 공간과 무유번조도자기에 담긴 먹음직스러운 플레이팅은 공간 가득 채운 햇살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켜준다.

 

이화마을 옆 낙산공원 아랫마을에서 만난 색동초가
서울 종로구 낙산골 고불고불한 골목길을 들어서고 한참을 헤맸다. 이화마을 옆 낙산공원 아랫마을인 낙산골 주변은 가정집이기 때문에 색동초가를 찾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뒷목에 땀이 흐르고, 여기가 맞는가 싶을 찰나 동그란 양철통 안 검정 단발머리의 소녀가 꽃을 들고 있는 그림이 필자를 반겼다. 주인장의 자화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벽면 가득 분홍빛 페인트가 칠해진 공간에 들어갔다. 한쪽 벽 그릇장 안 무유번조 도자기를 비롯해 다양한 옷을 입고 한껏 드레스 업한 얼굴 없는 검은 단발머리 인형, 셔링 잡힌 순백의 드레스, 꽃무늬 벽지 등등 곳곳에 주인장의 감성이 거치지 않는 곳이 없었다. 다른 방에 들어서자 복도와는 또 다른 이색적인 공간이 나왔다. 유바카의 주방과 식탁이 놓인 플레이팅룸Plating room이었다.

문득 머리에 스치는 영화가 있었다. 시바사키 코우Kou Shibasaki 주연의 <달팽이 식당>. 색동초가 대표 유바카는 <달팽이식당> 여주인공 노리코의 느낌과 흡사했다. 그녀 역시 어느 날 집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수수깡 모양이 달린 집을 운명처럼 이끌려 집을 계약하고, 가게를 차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녀는 방 두 개, 복도, 그리고 햇빛 샤워도 가능한 아주 작은 마당이 있는 초가집을 색동 같은 상상력으로 꾸며 색동초가를 만들었다. 그리고 식당에 예약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한 음식을 제공하기로 마음먹는다. 하루에 한 팀. 아니면 특별한 사연을 담은 예약한 사람만을 위한 작은 레스토랑. 이곳을 아는 사람들만 알고 방문한다는 색동초가의 첫인상이었다.

 

밥 디자이너 유바카
그녀는 손님들에게 대접할 요리의 재료를 도시형 장터인 마르쉐@나 친환경 마켓에서 공수한다. NON-GMO, No MSG. 그녀가 요리를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좋은 재료와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의 재료를 공수해 음식을 만든다는 것이다. 유기농, 친환경, 무농약, 자연농법으로 기른 재료들로 만들어진 독창적인 스토리가 있는 음식. 이런 재료들이 한데 뒤엉켜 우리네 어릴 적부터 입맛에 길들여진 엄마의 밥처럼 유바카는 자신의 요리는 채소의 기분이 그대로 느껴지고 그 음식들이 대중들에게 길들여지기를 소망한다. 그녀가 필자에게 음식을 권하였다. 오랜 객지생활로 MSG가 듬뿍 들어가는 식당 밥에 익숙했던 필자에게는 새로운 맛과 식감이었다. 조금은 평범하지 않은 맛을 내는 요리를 하는 이유가 궁금해졌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로 고생하고 엄마 곁을 떠나면서 불규칙한 식습관 때문에 1년에 두 차례 환절기 때마다 무척 힘들었어요. 일하는 중에 유기농 무염식을 한 달 동안 실행했는데, 몸이 가뿐했고 저의 영혼이 맑아진 기분을 느꼈어요. 먹는 것이 우리의 영혼까지 지배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어느 날 방송에서 마크로비오틱 식사법을 접하게 되었는데 식재료를 뿌리와 껍질을 함께 먹는 전체식사요법에 대한 소개가 나오더라고요. 거기에 영감을 받아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을 위한 조리법을 연구하게 되었어요. 거창한 것은 아니고 굽거나 찌는 식이죠. 조리과정이 간단하니 자연히 아름답게 요리를 담고 싶었어요. 우리가 먹은 음식은 물론 아름다운 플레이팅은 우리 몸속에 분명한 발자국을 남깁니다.” 그중 색동초가의 자랑은 봄밥상에 어울리는 봄동 보따리 김치. 봄동의 이파리를 하나씩 감싸 옥수수 줄기로 묶어 보따리 모양으로 만들어낸다. 그녀는 자연에서 오는 것으로 장식하고, 자연스럽게 풀어 해석한다.

 

상상력 플레이팅
그녀는 자신만의 상상력을 글을 비롯해 섬유, 음식, 플레이팅에 유감없이 발휘한다. 할머니들이 쓰시던 손때 묻은 물건,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잎,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인형은 색동초가 대표 유바카에게는 또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디스플레이 제품이다. 색동초가에는 ‘무엇이든지 즐기면 보물이다.’라는 명제를 갖고 있다. “공목, 거즈, 앤틱 놋수저, 도자기 이런 것들을 만지고 가지고 놀기를 좋아해요. 빨강머리 앤이 그토록 입고 싶어 했던 어깨에 셔링shirring이 듬뿍 들어간 옷을 상상하며 앞치마를 만들죠. 취향은 소금과도 같아서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요.” 도자기를 사용하는 고급 한정식 식당에서 보아오던 단아하고 정갈한 상차림과는 조금은 다른 성향의 플레이팅이 필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녀의 요리에 있는 듯 없는 듯 조용히 요리를 돋보이도록 도화지처럼 자리 잡고 있는 무유 번조 도자식기. 유약이 발리지 않고 고온에서 견뎌낸 그 불의 미학을 원초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그릇. 그녀의 음식은 무유번조 도자기가 항상 같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색동초가에서 심어진 당근, 로즈마리와 식용 꽃뿐만 아니라 돌 틈에서 피는 작은 꽃인 강아지풀, 개망초 꽃, 냉이 민들레 등을 가니쉬로 등장시켜 플레이팅을 놀이하듯 즐긴다. 이것이 그녀가 말하는 유바카식 플레이팅이었다. 그녀가 이토록 자유로운 영혼이 된 데에는 아버지에 대한 영향이 크다.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모든 사물을 바라보고 즐길 수 있는 눈과 행동을 가지라는 아버지의 교육을 통해 매사에 새로운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눈을 갖게 된 것이다. 그녀의 밥상에는 상상력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어릴 적 아무것도 모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데로 살 수 있는 유년시절을 지나, 사회적으로 종속되고 사회체제 안에서 이성적인 감성이 지배하게 되는 어른이 되었을 때, 어쩌면 그녀가 꿈꾸는 것은 어른이 아닌 또 다른 자아의 일탈이었다. 그녀는 어른이 되어 참 좋은 것은 어릴 때 꿈꾸었던 것을 찾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어릴 적부터 놀고 싶었던 것 그대로, 그리고 아버지의 영향에 따라 하고 싶은 데로 요리를 하고 다양한 재료를 응용해 플레이팅하며 공간을 꾸미는 일. 그녀에게 참 잘 어울리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력 플레이팅과 상상력이 깃든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세상을 다 가진듯한, 행복한 표정이 지어지는 4월의 봄밥상을 만났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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