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리블랜드 미술대학 유학 중 산업디자인 수업시간에 디자인한 것을 이브닝클래스 도예코스에서 실물 제작한 초기작품
한국 현대도예의 성립과 발전, 나아가 현대도예 교육의 초석을 다진 권순형 선생께서 지난 5월 20일에 영면하셨다. 1929년 강릉에서 출생하신 권순형 선생은 1949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과에 입학하여 1955년 졸업하였으며, 1959-60년 미국 클리블랜드 미술대학에서 연수과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1961년부터 1994년까지 약 33년 동안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후학 양성에 힘쓰셨다. 1990-91년 서울대 미대 학장을 역임하고, 1992년 대한민국 예술원에 입성하여 2009-2011년 예술원 제34대 회장직을 수행하였다.
권순형 선생은 평생 만여 점이 넘는 도예 작품을 제작하였으며, 1960년부터 2000년까지 총 17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그 외 다수의 단체전 및 국제전을 통해 한국 현대도예, 나아가 공예문화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바 있다. 전통적인 도자 기형에 현대적인 유약 기법을 활용한 그의 작품세계는 우리나라 도자전통과 현대의 도예문화를 적절하게 결합시킨 대표적 사례로 자리매김 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전력공사 본사의 중정을 비롯한 다수의 공공기관, 민간기관 및 종교기관에 도벽 작업을 설치하여 공공 공간의 미적 승화와 도자공예의 대중화에 기여하였다.
그 외에도 권순형 선생은 다수의 도예 및 공예분야 공모전에 공정한 심사와 진행의 기틀을 마련하였으며, 정부와 지자체가 주관하는 공예분야 행사의 조직과 운영을 맡아 그 책임을 다하였다. 그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울특별시문화상, 대한민국예술원상 등을 수상하고 2000년 대한민국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바 있다.
실용적이면서도 온화한 그의 품성 덕에 많은 후학들이 따랐고, 권위를 내세우거나 과욕을 부리는 일이 없는 그의 성정 덕에 많은 도예인들이 언제나 존경의 마음을 품을 수 있었다. 권순형이라는 한국 현대도예계의 어른이 이제 여기에 안 계시지만, 우리 현대도예계가 그가 남긴 항아리들처럼 풍성하고 원만하게 성장하는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고 계실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