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 예찬-그릇에 대한 능란한 고백
매일 마주하는 밥상은 우리가 일상에서 도자기를 가장 많이 만나는 시간이다. 수더분한 밥그릇, 수줍은 파스타 접시, 손에 폭 들어오는 컵. 우리의 취향과 감각을 은근하게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이자 평소 식생활까지 고스란히 담아내는 그릇! 지금 우리의 그릇은 어디를 향해가고 있을까. 기계문명이 강조되고 경계될수록 사람의 손으로 만드는, 수공手工의 가치가 더욱 간절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우리 도자기, 우리 그릇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일까. 또 명품이란 거품으로 포장된 해외 브랜드 일색의 시장에서 우리 도자가 살아남을 길은 무엇일까. 이번 특집 테마토크theme talk를 통해 도예계에서 활동하며 우리 그릇을 올바로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네 명의 전문가와 함께 그릇에 대한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with 손창귀 쉐프 겸 도예가 / 최대규 도예가 / 김지영 도예가 / 김정현 세라믹아트 디렉터
Place 파주 헤이리 시후담 진행 월간도예 편집부
Q 모두 도예계에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계시는데요, 각자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손창귀 저는 도자 작업과 함께 ‘손가주방’이라는 음식점을 7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음식과 도예가 함께하는 공간에서 도자기 판매까지 겸하고 있어요.
김지영 저는 식기를 위주로 작업하는 도예가입니다. 저는 평평한 그릇에 무언가 그리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주로 개인전을 통해 저를 소개하고 그릇은 이도와 아트빈도, 시후담 등을 통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최대규 저는 일산에서 도자기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엔 조형작업을 했지만 2010년부터 식기 작업을 하게 됐어요. 기존의 테이블웨어와 차별화를 두고자 드리퍼나 머그컵 등 커피웨어에 주력했습니다. 현재는 숍, 미술관, SNS 등 다양한 공간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김정현 갤러리 시후담을 운영하고 있는 세라믹아트 디렉터입니다. 이제 5년 차에 접어든 시후담은 갤러리 겸 카페로 전시와 판매를 통해 그릇으로 연출하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제안하고 있어요. 작가들이 작업하는 노고를 알기에 서로 도와가는 관계로 일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Talk part. 1
“마음을 담은 그릇,
하나의 문화로도 봐야할 것”
Q 각자의 역할 가운데서 그릇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김정현 도자갤러리겸 카페인 시후담을 운영하며 손님들께 다과를 준비하면서 그릇에 어떤 음식을 어떻게 담는지,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귀한 대접을 받는다고 느낄지를 생각하게 됐어요. 그릇에는 스스로를 대접하고 나를 위하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은 스스로 차려 먹는 분들도 많이 계시는데, 종이컵, 플라스틱 그릇에 담아 먹을 수도 있지만 어떤 그릇에 음식을 담느냐에 따라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긍정적인 영향이 사람과 사람을 대하는 관계의 통로를 만든다 생각합니다.
최대규 그릇은 흔히 흙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운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형작업 외, 많은 작업을 해봤지만 그릇은 도예가와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소통의 장이 됩니다. 그릇을 통해 가지는 소박함과 아름다움은 도자기가 생활에서 가장 직접적인 개체임을 증명합니다. 그릇 만들기는 현실적으로 작업하는 데 경제적인 부분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김지영 저도 처음에 오브제 작업을 하면서 굉장히 마음이 어려웠어요. 그러다 대학원에서 본격적으로 그릇 작업을 시작했는데, 작업을 하면서 내 안의 기쁨과 행복을 자꾸 꺼내오게 되더라고요. 그릇이 저에게 가장 큰 기쁨이었어요. 좋은 작품을 만들어 손님들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분명히 작가의 마음을 알아주더라고요. 그것이 그릇 작업하는 기쁨이에요.
손창귀 사실 학교 다닐 때는 그릇 만드는 것을 싫어했어요. 반복해서 숙련하는 방식이 60~70년대 도예 교육을 그대로 따라왔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전통과 현대라는 물음 속에서 다변화한 문화를 접하고 식문화에 초점을 맞추게 됐어요. 이미 여러 나라에서는
그릇을 예술Art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어요. 한편, 도예를 하면서 장르의 범위를 넓히고자 모색한 방향이 요리였지요. 그 이외에도 다른 장르를 모색하는 중이고요. 이제 전통보다는 다른 시각으로, 그릇을 하나의 예술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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