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LES DESIGN STUDIO
MANO MANI MUNI
타일의 어원은 라틴어 Tegula(덮게)에서 유래된 것으로 바닥, 벽, 지붕 등을 덮는 널판 모양의 재료를 뜻한다. 내구성·내수성·내마모성이 뛰어나 위생적인 점이 요구되는 주방, 화장실, 세면장 등에 적합해 건축의 한 재료로써 언제나 우리 곁을 지켜왔지만 그 디자인은 획일화된 편이다. 디자인 스튜디오 마노마니무니MANO MANI MUNI(이하 마노마니무니)는 사소한 변화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고 싶은 이들에게 꼭 맞는 타일디자인을 제안한다.
_?xml_:namespace prefix = o ns = "urn:schemas-microsoft-com:office:office" />
조금 더 예쁜 것을 만드는 과정
2006년에 설립된 디자인스튜디오 ‘마노마니무니’는 예술성을 가미한 타일로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며 획일화된 주거문화에 대한 선택지를 넓혀 줄 아트타일을 개발하고 있다. 붉은 낙엽, 하얀 들꽃과 푸른 잎들의 조화로운 색감과 크고 작은 조각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조형미는 마노마니무니의 제품의 특징이다. 하지만, 기존에 대량생산되던 위생타일에 비해 그 생산과정은 복잡하다. 아이디어스케치가 끝난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직접 샘플을 제작한다. 당장 시판돼도 문제가 없다 여겨지는 타일은 서울 논현동 인테리어 골목에 위치한 타일 유통업체로 납품된다.(그 이후에는 유통업체측에서 소비자에게 판매·시공한다.) 인테리어업체로부터 직접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마감재인 타일이 시공될 곳의 전체적인 구조와 디자인컨셉을 논의하고 그에 어울리는 타일샘플을 개발한다. 의뢰한 이가 적합하다고 승인한 타일은 타일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해 주문받은 수량을 맞춘다. 굴곡과 요철이 많은 수공예 타일을 기계로 생산할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타일공장의 전문가, 무기재료공학전공자의 도움을 받곤 한다.
예술성과 실용성을 조율하는 과정
김문희 디자이너, 마노마니무니 대표는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후, 건축도자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탈리아로 건너가 파엔차 국립도예학교에서 수학하며 타일디자인을 배웠다. 하지만 유학기간 동안 ‘내가 만들고 싶은 타일을 시장에 접목하는 방법’에 대한 의문은 해소하지 못한 채 귀국했다. 같이 수학한 동기들은 일반적으로 타일제작회사 디자이너로 자리를 잡았지만, 그녀는 타일유통업체에서 십 년간 디자인 실장으로 일하면서 자신이 디자인한 타일이 어떻게 고객들의 집에 시공되는지, 다양한 디자인들이 시공될 때의 어려움은 무엇인지 시공반장을 따라다니며 직접 확인했다. 이탈리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중들을 직접 만나며 발전시킨 디자인은 서정적이고 아름답다. 하지만 동시에 보편적인 타일의 모습과 다른 외형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실용성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곤 한다. 사실, 미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실용성을 충족해야하는 어려움은 모든 디자이너라면 겪는 문제일 것이다. 심지어 공학도가 아닌 이가 과학적인 부분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만들고 싶은 디자인을 현실적인 기술의 한계로 인해 포기하다면 현재 우리가 누리는 많은 아름다운 오브제들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그녀 역시 디자이너로서 아름다운 디자인을 위해 약간의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많은 실험을 거쳐 완성시킨 아트타일의 실용성에 대한 변론은 잊지 않는다.
“타일은 예술이기 전에 과학입니다. 제가 제작한 타일은 건축시험자재연구소에 보내져 마모와 미끄러짐은 어느 정도인지, 내구성, 자기질의 수분은 몇 %이내인지 등 실제 사용에 적합한지 판단하는 검사를 통과해야만 합니다. 기준을 통과한 시험성적서가 있어야 시중에 판매할 수 있어요.”
판로개척의 과정
마노마니무니로 활동한 10년간 가장 어려운 부분은 영업이었다. 수공예 타일이라는 아이템 특성상 제작과 홍보, 판매, 유통은 모두 홀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었고 그 수요도 많지 않았다. 망할 뻔도 했었다며 웃으며 말하는 그녀는 최근 몇 년간 타일 디자인의 다양성에 대한 대중들의 공감대가 확장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한다. CJ푸드빌의 레스토랑 타일, GS건설의 아파트 로비를 비롯해 남산 밀레니엄힐튼 아트월 등 대기업의 아트타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다. 그동안 진행했던 일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시공사례는 오크우드호텔 VVIP룸 아트월이다.
“인테리어업체인 국보디자인에서 의뢰가 들어온 프로젝트였어요. 호텔룸 내에 들어갈 유리타일을 제작하는 일이었죠. 내화벽돌 위에 얹은 유리가 적당한 형태를 유지한 채, 반만 녹아야 했기에 그에 맞는 온도 데이터를 찾느라 4~50번의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또 내화벽돌과 유리가 유착되지 않는 문제도 있었어요. 이 부분은 무기재료공학 연구원분들의 도움으로 해결됐습니다. 어려운 재료를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느끼는 쾌감, 그 짜릿함을 잊지 못해요.”
그녀의 경험에서 본 디자이너로서 커리어를 쌓기 위한 방법은 직접 사람을 만나는 것과 프로젝트가 들어왔을 때 포기하지 않고 무조건 잡고 늘어지는 자세다. 처음부터 쉬운 일이었다면 수작업으로 제작할 수 있는 디자이너에게 올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것, 이미 여러 공장에서 실패한 뒤 들어온 일이라는 것이다. 그 기회를 잡아 어떻게든 성공시키면 업체담당자의 믿음을 얻게 되고, 그 인연으로 또 다른 프로젝트가 연결된다. 끊임없이 자신을 담금질 했던 시간들은 김문희 디자이너에게 폭 넓어진 인적네트워크와 아트타일 수요증가로 돌아왔다.
“제 사업을 지탱해준 것은 십년간 꾸준히 팔려준 스테디셀러아이템 덕분이에요. 일정한 수요로 인해 다른 디자인을 개발할 수 있었어요. 디자이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스테디셀러아이템인지도 몰라요.”
앞으로의 타일, 아트타일
지속되어 온 건설업계의 불황이 타일업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국내타일업계의 추이에 대한 질문에는 건축문화가 다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없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건축은 환경·문화적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이다. 예를 들어 일본만 해도 잦은 지진으로 인해 타일을 외장재로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그 수요가 많지만 우리나라는 타일을 쓰는 문화가 아니다.
“제 입장에서 답할 수 있는 부분은 건설업계 불황이나 유럽산, 중국산 타일유입 등과 같은 시장의 영향에서 아트타일은 거리가 좀 있다는 거예요. 트랜드에 덜 영향 받는 대신 상품판매루트를 확보하기 어려운 단점도 있지만요.(웃음)”
하지만 그녀는 도예전공 학생들, 디자인에 관심 있는 젊은 작가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준비를 당부했다. 좋은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서 합리적인 가격에 시장에 내놓고, 반드시 이윤추구를 하는 다자이너마인드를 갖는 것. 대학에서 배우는 작가적인 성향과 이것을 적절하게 조율한다면 현재 재조명받는 공예트랜드에 걸맞은 경쟁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카데미에서 철저히 교육받은 산업디자이너들이 마케팅과 트랜드에 맞춰 융통성있게 변화하는 디자인역량을 지닌 것과는 달리, 본인과 같은 도예과 출신 디자이너는 졸업 후 현장에서 기초부터 몸소 배워야 하는 불리함을 극복해야하기 때문이다.
마노마니무니 디자인스튜디오는 앞으로 타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아이템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에 있다. 현재 패브릭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 미술감독과 한 팀을 이뤄 새로운 제품디자인에 도전 중이다. 어려운 재료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때 쾌감을 느낀다는 김문희 디자이너는 머지않아 새로운 디자인으로 우리를 찾아 올 예정이다.
에디터 정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