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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9월호 | 뉴스단신 ]

흙과 글의 놀이터 잔아문학박물관
  • 편집부
  • 등록 2014-10-31 16:37:49
  • 수정 2014-10-31 16: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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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과 글의 놀이터 잔아문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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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도록 긴 장마의 끝 무렵인 8월 중순 방문한 경기도 양평의 잔아문학박물관. 양평의 초입에 위치해 예상보다 가까웠다. 나무를 찾아보기 힘든 서울과는 달리 나무에 건물들이 숨어있었다. 뜨거운 도심의 열기 속을 방금 빠져나온 기자에게 이곳의 푸른 나무와 수풀 그리고 물은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여름의 마지막을 만끽하게 했다. 입구를 지나 박물관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보였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잔아문학박물관’은 너무 자연스럽게 ‘힐링Healing!’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잔아문학박물관 전경

「잔아」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위치한 잔아문학박물관은 흙과 글의 놀이터라는 말 그대로다. 안내판이 보이는 완만한 언덕길을 약간만 올라가면 흙과 글의 놀이터가 펼쳐진다. 미끄럼틀이나 그네가 없이도 완성된 놀이터. 푸른 잔디 밭 위 곳곳에 놓여진 다양한 몸짓과 표정의 테라코타 작품이 관람객을 여기저기서 반겨준다. 박물관의 모든 테라코타 작업은 김용만 관장의 아내인 여순희씨의 작업이다. 전문적으로 도예를 배운 적은 없지만 테라코타 작품을 능숙하게 제작하는 수준급 실력을 가졌다. 흙 고유의 색을 지닌 테라코타 작품들은 계절이 바뀌어 풍경이 달라져도 그 자연 속에 멋스럽게 섞인다. 정원을 지나 펼쳐지는 갈색 벽돌로 된 박물관 건물들은 박물관으로서는 생소한 건축소재지만, 첫 방문에도 여러 번 온 것 같은 친근감을 느낄 수 있다.

잔아박물관의 ‘잔아’. 소설가이자 박물관을 설립한 김용만 관장의 대표작인 소설작품「잔아」의 여주인공에서 착안했다. ‘잔아’는 20대 초반의 재기발랄하고 지성적인 여성이다. 성장과정에서 혹독한 시련과 슬픔을 온몸으로 체험한 ‘잔아’는 김용만 관장의 분신으로 여겨진다. ‘잔아문학박물관’에 소설 속 ‘잔아’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2012년에 출간한「능수엄마」, 「괴물을 사랑한 여자들」등을 포함, 1994년부터 다수의 소설을 써온 소설가 김용만의 노력으로 1996년 문학관 ‘새뜸’에서 출발해 2010년 6월, ‘잔아문학박물관’이 정식 박물관으로 등록됐다. 문학박물관을 세우고자 한 이유에 대해 묻자 “삶의 본질적 문제를 다루는 문학은 문예창작이라는 본령근본이 되는 특질 말고도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 정신적 기제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학을 어렵고 딱딱한, 나와는 무관한 분야로 인식합니다. 문학을 쉽게 접하고, 생활 속에 살아있게 하고자했습니다”며 박물관의 설립 의미를 밝혔다.

한국문학관 전시실 내부

한국문학관의 작고 문인 테라코타

놀이터의 구성

제1전시실, 제2전시실, 제3전시실로 구성된 잔아문학박물관 본관은 단층으로 건축돼 아늑한 느낌이다. 제1전시실은 한국문학관이다. 우리나라 근·현대 문학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 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으로 유명한 이육사의 「육사시집」, 일제시대 황우석 시인의 「자연송」등을 포함한 희귀본 서적들, 한국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모습을 사진과 테라코타 작품으로 확인 할 수 있다. 김용만 관장은 박물관을 꾸며가면서 “서적들만 늘어놓으면 관람하다가 쉽게 흥미를 잃을 수 있다”며 사진 전시를 제안했다. 본인과 함께 찍은 현대 문인들의 사진, 문인의 흑백 인물사진 수십 점, 시대를 반영한 문학가들의 사진들이 전시장 벽면을 빼곡히 채우고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또한 작고문인은 테라코타 흉상으로 제작했다. 평면사진으로만 보던 문인들이 테라코타 작품을 통해 생동감을 부여받아 생생하게 탄생됐다. 이외에 생존 문인의 손도장을 찍은 흙을 번조해, 고스란히 담긴 그들의 흔적도 관람객들에게 보여준다.

제2전시실은 세계문학관이다. 김용만 관장이 세계 각국에 있는 문학관을 방문하며 쓴 「세계문학관 기행」의 내용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와 약 90여 나라를 여행하며 수집한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톨스토이, 괴테, 디킨스, 셰익스피어, 에밀리브론테 등 총 12명의 해외문인들에 대한 소개와 테라코타 작품들도 함께 선보인다.

제3전시실은 어린이를 위한 공간, 어린이 문학관이다. 아동문학가들의 초상 사진과, 한국을 비롯한 전세계명작동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테라코타 형상은 특히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곳에서는 기획전시도 열린다. 9월부터는 지난해 ‘시화작품 공모전’ 수상작과 올해 수상작 중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 위주로 3주간 전시가 예정돼있고, 9월말부터는 새로운 기획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어린이문학관의 ‘백설공주와 일곱난쟁이’ 테라코타 작품

유리창을 통해 본 풍경

박물관 입구이자 출구의 커다란 유리창문은 잔아문학박물관의 명소다. 커다란 유리창 바깥의 수풀과 나무는 이곳이 박물관인지 대형 액자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인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커다란 유리창은 계절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을 선물해 줄 것이다.

잔아문학박물관 본관을 나오면 방문한 관람객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휴게실이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은 휴게실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며 잔아문학박물관의 자연경관을 되새기곤 한다. 이 외에도 교육실과 자료실, 본관 반지하의 작업실에서는 나만의 부채 만들기, 도자 컵·장신구에 그림그리기, 나만의 티셔츠 만들기, 흙으로 문학 표현하기와 같은 체험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또한 오는 11월 19일까지는 ‘2013 잔아 문학 아카데미’를 성인부터 청소년, 어린이 3개의 반으로 구분해 일주일에 한 번 무료로 진행한다.

‘잔아문학박물관’은 도심생활에 퍽퍽함을 느끼며 자연을 그리워하는 이들에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자연 속에서 문학과 흙의 이야기는 물론 ‘힐링’은 덤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선선해지는 바람따라 의미있는 가을 시작을 이곳에서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오은지 기자 fkffkdkdl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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