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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3월호 | 특집 ]

푸레그릇 - 류제연
  • 편집부
  • 등록 2013-03-29 10:30:15
  • 수정 2013-04-01 14: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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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푸레그릇 - 류제연

푸레그릇 작가

류제연 RYOU JE YEON

류제연은 단국대학교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개인전 2회 및 단체전 다수를 가졌다. 단국대학교 사회교육원 및 롯데문화센터 도예강사로 활동하며 현재 ‘도담그릇집’을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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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옹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인연)에 대하여

어릴 적부터 책을 읽거나 혼자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미술을 시작하게 되었고 단국대학교 도예과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까지만 해도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것이 좋았지 특별히 어떤 분야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학부 4학년 때 옹기 수업을 듣게 되면서 ‘푸레그릇’이란 것을 처음 알게 되었고, 옹기작업에 대한 매력을 본격적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흙 판장을 길게 늘려 붙이고 수레질을 할 때는 뭔지 모를 시원한 쾌감이 느껴졌습니다. 첫 장작가마를 때러 간 날, 1250 도가 넘는 온도에서 가마 문을 떼어내고 왕겨 푸대를 집어넣고는 다시 막아야 하는 급한 상황에서 얼굴에 진흙이 튀는지도 모르고 문을 막았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가스가마도 제대로 땔 줄 모르던 저에게 장작가마와 불꽃의 화려함은 처음으로 느껴 보는 황홀함으로 각인이 되었습니다.

 

 

02 자신의 예술관에 영향을 준 인물

저에겐 두 분의 멘토가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우리 엄마. 어릴 적부터 학교공부도 중요하지만 문화재나 유적지, 박물관을 비롯해 좋은 음악과 책들을 접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때 읽었던 고전들과 시집, 화가들의 화보 전집들은 아직도 제 책장에 자리하고 있고 생각날 때마다 꺼내보곤 합니다. 그것들은 예술과 철학이 저에게 가까이 있고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만들어준 고마운 것들입니다. 더불어 제 감수성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기에 지금도 엄마의 교육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또 다른 한 분은 스승이신 장영필 선생님 입니다. 편안한 환경에서 재미있는 작업만 해왔던 저에게 처음 김포작업실에서의 생활은 너무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그런 어려움을 딛고 작업에 재미를 느끼고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선생님의 영향이 큽니다. 평소엔 좋으신 분이지만 작업에 있어서는 무섭고 엄하신 분입니다. 작업실 생활과 선생님의 충고가 너무 매워서 혼자 눈물 흘린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도자기 선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그것을 구현하는 법은 물론 작품이 완성되는 순간까지의 기다림과 겸손함, 그러면서도 항상 작가로서 당당하고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신 작업의 멘토이십니다.

 

03 나에게 푸레그릇이란

푸르스름한 검은 빛의 옹기. 처음 그것을 봤을 때의 느낌은 완전한 검은 빛도 아닌 무언가 오묘하게 시원하면서 마음을 끄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신비감이었습니다. 옹기토의 황토색이 검은빛으로 바뀐다는 것은 제게 마술처럼 느껴졌습니다. 유약을 발라서 내는 인위적인 검은 빛과는 너무 다른, 오직 흙과 불과 재가 만나 만들어내는 천연의 빛. 원래 연애를 할 때도 눈에 무언가가 씐다는데, 그렇게 반해버렸습니다. 수레질을 할 때는 뭔가 모를 쾌감이 느껴집니다. 한 판을 다 칠 때까지 팔이 떨어지는 듯 아파도 멈추면 안됩니다. 극한의 아픔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때만 지나고 나면 평온이 찾아옵니다. 박자를 맞추어 두드리는 소리와 제 모습만 오롯이 남은 듯합니다. 그렇게 두드리고 오므리고 벌리고 한 제 아이들이 가마 안에서 불길을 견디며 단단해 보이는 검은 옷을 입고 다시 태어납니다. 불길에 휘고 틀어진 것도 있지만 닦을수록 윤색이 도는 예쁜 녀석들을 잘 닦아 햇빛에 말리며 그 옆에 같이 주저 앉으면 ‘고생했어!!’ 라고 토닥거려 주는 것 같습니다. 흙을 준비하고 만들고 구워내는 과정 어느 한 순간도 쉬운 건 없는데, 그간의 고생은 하나도 없는 듯 잊게 됩니다.

 

 

04 나의 흙 작업 중 가장 특별한 것

푸레독의 소성방법이 일반적인 옹기와 다르기 때문에 작업 자체가 특별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푸레의 색감은 강렬하지만 한편으로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과도한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전통 옹기들의 여러 형태에서 모티브를 따와 현대적이면서도 전통을 잇는 형태를 주로 제작하고 장식에 포인트를 두는 편입니다. 백자가 연을 먹지 않는 성질을 이용해 상감을 넣어 검은 색과 대비를 주면서 장식효과를 주는 ‘푸레 상감’ 작업을 주로 합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유약이나 흙물을 입혀 수화 문을 그린 후 소성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옹기 표면의 질감에도 변화를 줄 수 있고 수화 문이 눈에 거스르지 않으면서도 은은한 장식의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항아리 뚜껑이나 장식부분에 유기적인 형태들을 결합하는 형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통적인 방법을 현대적으로 풀려는 시도, 그것이 특별함이라면 특별함일까 생각됩니다.

 

05 작품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은 순간

전시 중 작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설명을 해주면, 큐레이터나 아르바이트 생으로 오해를 받거나 전시장에 계신 부모님을 작가로 착각해 인사를 건네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옹기 작가 하면 연세 지긋한 남성 이미지가 떠오르기 때문일까? 아직 전통과 전승의 개념을 같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인식 때문일까? 젊은 작가를 보고 대학의 졸업전시 작품 정도로 생각하시는 분들을 볼 때면, 많지 않은 나이가 컴플렉스로 느껴지곤 합니다. 때로는 힘이 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2회 개인전 때 미국인 부부가 작품을 마음에 들어 해 구매를 했는데, 젊은 작가를 대견해하며 격려해 주었고 더불어 좋은 작품에 대한 감사까지 아끼지 않은 일입니다. 그 날 “좋은 작품을 만들어 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라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오히려 그 동안 작품이 팔리면 감사해 하는 쪽은 저였습니다. 솔직히, 자기만족으로 하는 작품들을 좋게 봐주고 팔아주기까지 하니 그냥 ‘고맙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자기 스스로의 만족 또한 중요하지만 내 작품을 좋아하고 격려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아주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그날 새삼 깨달았습니다. 관객의 ‘힘’ 을 느끼게 된 날입니다.

 

06 현재의 가장 큰 고민은

항상 고민은 작업인 것 같습니다. 스스로 서른이 넘으면 작업에 대해서 무언가 확실해 질 줄 알았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7년을 노력하면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된다는데, 옹기작업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고 아득한 것 같습니다. 전업작가로서 항상 새롭고 감각적인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도 스스로를 괴롭히는 것 중 하나입니다. 작업이 재미있고 좋지만 문득 제가 잘하고 있는지 의심하며 갈팡질팡하고 지칠 때도 있습니다. 작업이 안돼서 쉴 때는 죄책감마저 듭니다. 다음 개인전 전까지 이 고민과 갈등은 지속될 것입니다. 결국 끝없는 연습과 시도로 이겨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고민은 계속될 것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힘들게 지고 가는 공통된 고민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곤 합니다.

 

07 자신이 추구하는 작가로써의 철학이 있다면

작가는 작품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배워왔고 저 또한 그러리라 항상 다짐합니다. 가뜩이나 생각과 고민이 많은 성격이라 그런지, 살다 보니 뭐든 명쾌한 것이 좋습니다. 정리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전통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현대에 녹여내는 것. 이것이 저의 소박하지만 대범한(?) 철학입니다.

 

08 도예계 후배에게 전하고 싶은 말

작품활동을 하면서 생계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심한 경우 좋아하는 도예를 포기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지 경제적인 고민 때문에 이 길을 접는다면 그건 핑계일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은 분명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여류작가이신 고 김석환 선생님께서 제자들에게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임마 그냥 해!” 얼마나 멋진 말인가. 이보다 더 적절하고 필요한 말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냥 해!!”

 

09 다음 세대를 이끌 도예인으로써 꿈꾸는 ‘우리 도예계’

작업은 작가의 이상을 실현해 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하고 때론 경제적인 부분을 해결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며 순수하게 즐거움과 열정을 선물 하기도 합니다. 어디에 초점을 맞추든 젊고 참신한 작가들이 왕성한 활동을 하고 인정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더불어 아직 ‘도예’ 하면 장인이 만든 전승품을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안에도 다양한 분야가 존재하고 단지 공예품이 아닌 작가의 창의성과 열정으로 만들어지는 작품들로 이해되어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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