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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월호 | 뉴스단신 ]

도예과 폐지 여파 수도권까지, 대학평가 어디로 가는가?
  • 편집부
  • 등록 2013-03-07 11:14:29
  • 수정 2013-03-29 10:5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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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과 폐지 여파 수도권까지, 대학평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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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대 도예과 폐지 지역 도예계에 충격

지난 7월, 여주대학교 도자문화예술과(이하 도예과)가 폐지위기에 몰렸다는 소식이 들렸다. 여주대학교 도예과 교수진 및 학생들은 물론, 지역도예가와 도예계 전체에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여주도자기조합 관계자는 “20여년 동안 여주도자기를 계승, 발전시켜온 여주대 도예과가 폐지된다면 도예산업 부흥을 이끌 인재 양성의 맥이 끊기고, 여주의 도예산업도 한순간에 무너질 것”이라고 말하며 도예과 폐지 철회 건의서를 정태경 여주대 총장에게 보내기도 했지만 결국 한달 뒤인 8월에 최종적으로 폐지가 결정됐다. 이유는 도예과의 저조한 취업률로 인한 대학평가의 등급하락 때문이었다. 여주대 관계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정형화된 취업률을 지표로 대학을 압박하고 있다”며 “취업률이 저조할 경우 대학평가 등급이 낮아지고, 정부 보조금사업 제외는 물론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제한 등의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여주대 도예과는 1993년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역 특성화대학으로 지정 받으면서 도예과를 설치, 19년동안 2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이렇듯 활발히 여주도자기공예 전수의 산실로 자리매김해온 도예과가 갑작스레 폐지가 된 결정적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시행하는 ‘교육역량강화사업’ 및 ‘정부재정지원 제한대학’을 위한 대학평가였다.

 

정부는 ‘갑’ 대학은 ‘을’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매년 시행하고 있는 ‘교육역량강화사업’은 2008년도부터 시작됐다. ‘포뮬러 펀딩객관적 정량적 지표로 사전에 구성된 공식에 의해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방식으로 시행된 사업은 대학이 창출한 성과 및 교육여건 관련지표로 구성된 공식교육지표 포뮬러에서 높은 점수를 획득한 순서대로 지원대상 대학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선정관련 지표는 크게 ‘성과지표’와 ‘여건지표’로 나뉘며 그 안에는 취업률과 재학생 충원률, 장학금 지급률, 1인당 교육비 등이 들어있다. 이후 2009년부터는 NURI사업, 수도권특성화사업 등의 기존의 대학재정지원사업과 흡수통합하며, 대규모 사업으로 떠올랐다. 이후 단계적 변화와 보완을 거치며 현재 대학재정지원의 절대적인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2011년부터는 학자금대출제한을 포함한 ‘정부 재정지원 제한대학’ 사업을 시행, 대학들을 대학평가에 더욱 집중(?)하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대학교육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주고 부실대학을 근절하겠다는 좋은 의미로 시작한 ‘교육역량강화사업’과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사업’이 어째서 문제가 되고 있는걸까. 그것은 사업의 시작배경에서 알아볼 수 있다. 1980년대부터 치열한 대학입시를 위한 사교육을 근절하기 위한 대학설립허가규제의 완화로 인해 우후죽순으로 대학이 생겨났다. 이는 곧 대학의 질의 저하로 나타났고 대학에 구조조정이 필요해 진 것이다. 이에 교과부는 지원받을 만한 대학은 재정지원해주고, 부실대학을 퇴출하는 방법으로 ‘교육역량강화사업’을 추진, 이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사업’도 추가적으로 시행했다. 결국 교과부를 ‘갑’으로, 그리고 대학을 ‘을’의 입장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지 않기 위해 대학은 교과부에서 명시한 성과 및 교육여건 관련지표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또한 평가지표가 특성화 되어있지 않고 정량적 지표로 만들어져 대학 및 학과의 특징을 무시하고 이를 따라가야하는 상황이 생겼다. 즉 선정방식에 따른 심각한 문제가 벌어진 것이다.

 

대학별 특성 고려없는 대학평가, 예술대에 직격탄

지난 2012년 9월 한 신문사가 30여개 대학 기획처장 등을 상대로 진행한 긴급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 대학의 47%는 ‘재정지원 제한대학 선정이 신뢰할 만하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부정적으로 답해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공정성에 의문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대학특성을 무시한 평가’였다. 특히 평가의 20%(4년제대학은 2014년 평가부터 15%로 조정)나 되는 취업률을 일괄적으로 적용, 예술, 인문학 등 기초학문 계열에 직격탄이 됐다. 현재 예술대에서 취업인정이 되는 조건 중 하나인 개인창작활동은 미술대는 정부지정 미술박물관에서 개인전 1회 또는 단체전 2회 이상 전시, 음악대학은 공연장에서 2편이상의 공연 등이다. 특히 박물관이나 미술관은 문화체육관광부나 시·도에, 공연장은 광역·기초 자치단체에 등록돼 있는 곳이어야 한다. 이러한 비현실적 인정방식으로 인한 취업률 저하로 인해, 대학들은 평가지표 올리기 위해 취업률이 낮은 학과를 폐지하거나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심지어 일부대학은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부정적 수단을 동원해 적발되기도 했다.

 

전공 특성에 따른 상대적 평가지표 도입 필요

일련의 문제들로 볼 때 교육역량강화사업은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학은 전문적인 지식의 습득 뿐만이 아닌, 인성을 키우는 기관이다. 최병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학과 교수는 “대학을 성과주의로 몰고 간다면 그것은 취업학원과 다른 점이 없어질 것이다. 또한 도예계와 같은 예술분야는 일률적 평가지표에 따른 평가가 불가하다.”고 말한다. 결국 이러한 평가지표가 계속된다면 부실대학 퇴출이라는 단기적 성과는 가져올지는 몰라도, 궁극적으로 대학교육의 전반적인 약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이 현직교수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이를 개선하기위한 방안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 한 예는 학과에 따른 평가지표의 특성화다. 예술분야에는 취업인정방식의 큰 수정이 필요하다. 현재 인정방식은 탁상공론적 행정에서 나온 것으로 실제적으로 실현불가능한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 다른 예로는 절대평가가 아닌, 각 대학의 학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평가, 그것을 합산하는 방법이 있겠다. 미국 등 해외 여러나라는 학과에 따른 등급을 매겨, 각각의 대학의 특성화를 살리고 있다. 이로 인해 어느 한 대학으로 학생이 몰리는 것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학과에 맞는 대학을 선택함으로써 대학을 고르게 발전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여러 방안이 있을 수 있겠지만, 결국 중요한 점은 각각의 학문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것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하다는 것이다.

지난 12월 교과부는 주요 대학평가에 사용되는 지표의 일부를 개선·보완한 「2013년 대학 평가지표 개선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개선안은 대학관계자들과의 권역별 공개 간담회, 공청회 등을 통해 대학 현장의 의견을 수렴, 대학구조개혁위원회(위원장 이영선)의 논의를 거쳐 확정됐다. 개선안 내용에 아직 큰 변화는 없으나, 앞으로도 계속 보완되고 기초학문에 대한 방안도 곧 생기리라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 도예계도 적극적으로 스스로의 입장을 호소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교과부의 앞으로의 행보에 예의주시하며 관심을 가져야겠다.

 

김효진 기자 namyoj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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