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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9월호 | 특집 ]

성공축제를 위한 행정의 창의성과 평가시스템
  • 편집부
  • 등록 2013-03-06 14:14:06
  • 수정 2013-03-07 10: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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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도자축제에 대한 담론

성공축제를 위한 행정의 창의성과 평가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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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환 용인대학교 문화관광학과 교수

 

전통축제의 변천과 상품화

현대축제와 예전의 축제는 내용면에서 대단히 큰 차이가 있다. 마을굿洞祭이라는 명칭을 사용했던 예전축제가 마을주민이 주체가 된 마당놀이형 축제였다면, 오늘날의 축제는 공연자가 무대 위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보여주면 주민들은 구경을 하는 무대형 축제로 변모됐다는 점이다. 즉, 과거의 축제에서 공동체 구성원들이 함께 축제(프로그램)를 생산하고 소비하였지만 현대축제에서는 축제전문가들이 생산한 프로그램을 단순히 구경(소비)하고 있다. 축제가 상품화된 것이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조선중기에 궁중축제였던 나례희가 폐지되자 나례(산대)도감에서 해고된 재인광대들이 궁중의 놀이문화를 세간으로 이전하면서 산대놀이류의 공연을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재인광대들에 의한 산대놀이류 공연은 집객력이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를 직접 찾아갈 수도 있었고, 또한 경제학적으로도 배제성과 경합성을 띠고 있었기에 일종의 문화상품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었다.

이후 축제의 상업화는 19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지방자치시대가 열리면서 본격화되기 시작하였다. 민선 자치단체장들은 낙후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수단으로 앞 다투어 관광산업을 채택하면서 관광지 개발사업과 함께 관광축제를 전략적 육성과제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즉, 90년대에 등장한 대다수 신생축제의 탄생 배경에는 축제의 상품화라는 상업적인 계산이 숨겨져 있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이천도자기축제였다.

 

공연형 축제상품의 한계

동서양을 막론하고 과거 유한계급의 전유물이었던 놀이문화가 오늘날에 이르러 이윤추구동기에 의해 상품화되고 있는 사실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주5일근무제·수업제로 상징되는 현대 여가사회에서, 지역사회의 문화적 정체성에 바탕을 둔 축제는 외부사람의 관광행동을 촉발하고 그들의 소비지출을 유도할 충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이른바 관광축제가 활성화된 배경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관광축제가 하나의 문화상품으로서 장기 흥행하려면 필연적으로 반복구매 즉, 재방문이 요구된다. 하지만 공연이나 구경하는 축제로는 자칫 재방문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음에 유념해야 한다. 지금부터 40~50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유랑극단과 서커스가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듯이, 공연축제는 쉽게 그 열기가 식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를 개최할 때까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이천도자기축제도 그 열기가 식은 지 이미 오래되었다. 자극과 반응이 반비례 관계에 있는 것처럼 공연이나 전시 위주의 축제가 지속되려면 프로그램의 강도를 계속 높여야 하며, 이는 비용지출의 증가로 귀착된다. 특히 인근 지역의 축제와 경쟁관계에 돌입한 축제일수록 더욱 강렬하거나 대규모의 프로그램을 요구받게 되므로, 결국 축제의 경제성은 급격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차별성의 문제이다. 크고 작은 이벤트까지 포함할 경우 매년 전국에서 열리는 무수한 축제들이 엄청난 량의 정보를 쏟아내는데, 소비자들은 그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정보만을 골라내야 한다. 요즘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개별소비자를 네트워킹하는 SNS를 통해 정보를 알리거나 공유하고 있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보의 발신자나 수신자들이 축제상품을 비교 평가하면서 자신들에게 맞는 정보를 취사선택한다는 점이다. 결국 비교우위가 없는 축제상품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축제상품의 핵심은 재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부분의 재화goods와 용역service은 그 생산자와 소비자가 다르다. 예컨대 농업인이 쌀을 생산하면 도시민이 소비하고, 의사가 진찰하고 처방하면 아픈 사람의 병이 사라진다. 그러나 축제의 핵심적 요소인 재미는 거래하기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감대를 느껴야만 나타나는 신기루 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즉, 생산자가 준비한 프로그램에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할 때 비로소 재미가 발생한다. 또한 공연중심의 축제라고 할지라도 관람객들이 공연 중인 배우에게 자신들의 감정을 이입시켜야만 희열과 감동 때로는 눈물로 승화되는데, 그때 재미가 발생한다. 하물며 도자기축제처럼 전시중심의 프로그램만으로는 방문객의 공감을 사거나 재방문 또는 구매를 촉진하기가 어려워진다.

이처럼 축제의 성패는 미리 준비된 프로그램에 방문객을 어떻게 직접체험 또는 의사체험을 하게 하는가에 달려 있다. 일례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마당이나 광장 심지어 길거리로 몰려나와 서로 어깨동무하며 환호했던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평소 축구에 관심이 없던 주부들도 응원행렬에 동참하였는데, 그런 열광적 참여에 힘입어 선수들은 월드컵 4강 신화를 창조하였으며, 국민들은 모처럼 대동축제의 참맛을 보았다. 바로 그 것이다. 축제의 묘미는 모두가 하나 되는 데 있다. 자발적 참여에 이은 대동마당이야말로 재미의 원천인 것이다. 재미요소를 확충하는 것이야말로 도자기축제의 숙명일 것이다.

 

문화관광축제와 그 특성

정부는 전국의 관광축제 중에서 성장가능성이 큰 축제를 선발하여 대내적으로는 관광소득창출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대외적으로는 축제와 문화콘텐츠를 연계시켜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면서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 1996년부터 문화관광축제를 육성하고 있다. 실천적 방법으로는 첫째, 지역 특산품 판매, 연계관광 코스개발, 축제여행의 상품화 등에 의한 생산성 극대화를 추구하며 둘째, 독특한 지역문화 체험프로그램의 개발을 유도함으로서 축제콘텐츠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높이고 아울러 방문객의 만족도를 제고하고자 한다.

이러한 문화관광축제는 지역 이미지를 일거에 알리는 홍보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천은 도자기축제를 통해 예술의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으며, 함평은 나비축제를 통해 아름다운 고장의 이미지를, 그리고 산천어축제를 개최한 화천은 깨끗한 지역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관광축제는 지역민과 관광객간의 교류증진은 물론 지역공동체 의식함양을 통한 지역의 과소화를 예방할 수 있는 장치로 이용될 수도 있다.

문화관광축제는 글자 그대로 ‘문화’와 ‘관광’과 ‘축제’가 어우러지고 관련 산업의 수용태세가 완비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는 융복합 문화산업이다. 지역의 문화와 관광에 대한 지식, 그리고 방문객의 적극적인 동참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문화관광축제는 성공은커녕 존재할 수도 없다. 그러기에 서투른 준비와 어설픈 흉내로 점철된 상당수 관광축제는 실패로 귀착될 수밖에 없었다. 오로지 편리함과 기능만을 내세워 전국의 모든 축제장을 뒤덮은 획일적인 몽골식 텐트, 인근 축제장 몇 곳에서 조금씩 베껴온 프로그램들, 화려한 무대세트와 연예인 초청행사 등등 그러한 곳에서는 아무런 문화도, 아무런 관광도, 아무런 축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관주도 축제와 창의성

최근에 개최된 관광축제를 개관해보면, 많은 지자체에서 지역고유문화나 주민의 의사와 무관한 새로운 축제를 만들거나 또는 기존 축제를 경쟁적으로 대형화․국제화하려 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예컨대 ○○엑스포, ○○불꽃축제, ○○락페스티발 등이 그러하다. 지역적 기반이나 고유성을 찾을 수 없는 낯선 행사를 단 몇 번 만에 세계적 축제로 키우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 실패로 귀착되었다.

반면 화천 산천어축제나 보령 머드축제 등은 해를 거듭할수록 세계적 축제로 성장하고 있는데, 엄밀하게 따지면 이들 축제도 지역적 고유성이나 주민의 참여는 아주 약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눈부시게 성장하는 요인은 무엇일까? 다름 아니라 축제행정의 융통성과 관계자의 창의성에 기인한 결과로 해석된다.

화천군의 경우 2003년부터 산천어축제를 개최하였는데, 당시 외부전문가와 군청 공무원 그리고 지역주민이 각자의 관점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한 후, 그 장점만을 살려 축제를 기획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역주민은 이전까지 치르던 ‘낭천얼음축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토로했고, 외부전문가는 화천군의 청정이미지를 담아낼 소재로 ‘산천어’를 제안했으며, 공무원은 관광축제로 개편하고 추진하는데 필요한 행정지원 및 예산을 지원하기로 각자 역할을 분담하였다. 그때 참여했던 지역주민은 지금도 축제운영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프로그램의 기획과 운영을 책임지고 있고, 담당공무원 역시 변함없이 지원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순환근무제에 따라 축제관련 보직에서 기껏해야 2년 정도 근무를 하고 다른 부서로 전출을 간다. 따라서 축제 업무를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일단 축제를 치르고 이듬 해 조금 익숙해질 무렵에 타부서로 전출되므로 축제업무의 영속성이 크게 떨어지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보령머드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이천 쌀문화축제 등은 공무원의 축제부서 근무기간이 5~10년에 이른다. 이로써 이들 축제가 발전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말 많고 탈 많은 축제평가

문화관광축제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평가시스템은 없을 것이다. 축제선정원칙이나 평가지표는 1996년 이후 여러 차례 바뀌었고 평가위원들도 수없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평가지표의 경우 초창기에는 프로그램 20점을 필두로 홍보안내, 행사진행, 쇼핑 및 음식, 운영 및 주민참여 각 15점, 그리고 외국인관광객 수용태세, 숙박 및 연계관광에 10점을 배점하면서 축제전반에 걸쳐 세밀하게 평가를 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후반 이후 문화관광축제가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하자 프로그램을 35점으로 강화시켰고 그밖에 축제발전성(15점), 운영측면(30점), 성과측면(20점) 등으로 구성하였다. 현재는 프로그램에 70점을 배점하면서 소위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를 통한 축제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평가지표별 배점 못지않게 평가방법도 많은 변화과정을 겪어왔다. 기본적으로 축제전문가 2인의 참관평가를 바탕으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의 참관평가, 관광객 만족도 및 소비지출 설문조사,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외국인관광객 유치실적 및 해외홍보실적, 전년대비 개선실적 등이 입체적으로 반영된 다면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축제전문가의 경우 상피제를 도입하여 연고지 축제를 평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의 선정시스템 역시 객관성을 담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행업협회,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한국관광공사, 축제감독, 축제전문가, 여행작가, 파워블로거 등 축제와 관련된 직능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를 선정위원으로 위촉하여 소비자입장에서 필요한 축제를 문화관광축제로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축제의 유형별로 평가와 선정을 다양화하자는 일각의 주장은 아직도 수렴되지 않고 있다. 그들에 따르면 문화관광축제의 유형을 특산물형, 산업형, 공연예술형, 전통문화형 등으로 구분한 후 각각의 유형별로 축제를 선정함으로써 축제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다분히 공급자적 시각에 치우친 발상일 뿐이다. 실제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이 어떤 축제를 선호하고 어떤 프로그램을 찾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 오히려 정부가 문화관광축제의 선정기준으로 삼고 있는 프로그램의 차별성을 비롯하여 성장가능성과 지역경제효과 등이 시장수요에 맞춘 적절한 기준이라고 생각된다.

 

도자기축제의 미래

이천도자기축제의 성공 이후로 도예체험 프로그램은 약방의 감초처럼 전국의 축제장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물레를 돌려 도자기를 만드는 보편적 프로그램만으로는 도자관련 축제를 여타 경쟁축제와 차별화시키기 어렵게 되었다.

앞으로 도자관련축제를 발전시키려면 실용화 또는 고급화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이다. 실용화의 경우 보다 많은 관광객들이 축제장을 찾아 직접 도자기를 만들거나 사가게 하는 동기유발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고, 고급화의 경우 고가의 도자기를 구매할 정도로 소비력이 큰 사람을 목표시장으로 삼아 그들을 위한 멤버십 축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일반 소비시장도 양극화되었듯이 축제시장도 점차 양극화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견된다. 세계 각국의 도자기 애호가들이 모여 어울리고 즐기는 그런 멋진 축제를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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