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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안료의 제작과 유통
  • 편집부
  • 등록 2013-03-06 12:06:07
  • 수정 2013-03-07 10: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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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안료의 제작과 유통

장재혁 세라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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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믹 안료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필자는 세라믹 안료를 제작 유통하는 글로벌 회사에서 6년간 연구소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고, 현재는 그 안료를 가공해서 우리현실에 맞게 물감의 형태로 만들어 유통하고 있다. 세라믹 안료를 만드는 기술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세라믹 안료가 갖는 의미와 도자기 제작자가 안료를 사용하는 의의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각 나라의 도자기의 역사는 제각기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라는 허버트 리드의 말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 민족의 수준과 생활양식은 세라믹을 통해 고스란히 현재에 전해지고 있다. ‘썩지 않는다’는 세라믹의 고유한 특징은 고대인부터 현재까지 많은 이야기를 세라믹에 담아 왔고 이는 인류문명사를 읽어보는 중요한 자료가 되었다. 세라믹에서 이러한 소중한 자료를 표현하는 중요한 재료 중 하나가 세라믹 안료였으니 안료의 중요성은 기술적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가치가 아닌가 생각한다.

 

도자기의 만드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 부분으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는 그릇을 빚는 성형부분이고, 둘째는 성형한 부분에 뜻과 문양을 새겨 넣는 화공의 부분이며, 셋째는 이것을 굽는 소성의 부분이다. 통상적으로 도자기는 도공의 손에서 전부 이루어지는 것 같지만, 캔버스 역할을 하는 백자기와 색과 문양을 표현 할 수 있는 세라믹안료의 결합이 있어야만 훌륭한 도자기로 완성 될 수 있는 것이다. 토기시대의 고대 도자기들은 그 표면을 긁거나 흠집을 내어서 장식했다. 그 후 사람들은 산화철을 발견하여 색과 문양을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는 부조 느낌의 도자기에서 평면적인 페인팅으로 도자기 장식이 옮겨 가는 것을 의미 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는 그림 다운 그림을 그리기에 농담의 표현과 가는 실선을 긋는 등의 섬세하고 정교한 표현을 하긴 어려웠다. 하지만 이 후 발견된 코발트안료가 백자와 결합하면서 인류문명사의 획기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청화백자가 완성될 수 있었다. 중국의 청화백자의 출현은 중국의 비단길을 개척한 원나라의 역할도 컸다. 캔버스가 되는 백색의 고령토는 중국에서 제공하고 그 위에 채색되는 코발트안료는 페르시아에서 가져오는 경로로 동서문명이 서로 교류된 진정한 의미의 세계적인 상품이 출현되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코발트안료의 출현은 도자기의 완성을 구현하는 것이었다. 그 후 안료는 세라믹 바탕에 뜻과 의미를 표현하는데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었다. 점차 세라믹바탕에 담는 표현을 다양하게 구현 하고, 세상의 모든 색을 담고자 산화철과 코발트의 이외의 광물을 정제하여 오늘날의 다양한 색상을 만들게 되었다. 오늘날 다양한 색상의 안료를 만들기 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19세기 후반에 와서야 현재의 다채로운 색상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왜 옷감의 안료나 다른 채색 물감에 비하여 세라믹 안료의 개발은 늦어진 걸까? 그리고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다양한 색상이 들어가는 도자기가 없는 걸까? 세라믹 안료의 개발이 늦어진 이유는 세라믹은 소성의 과정을 겪어야 하는 필연적인과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도자가 아닌 다른 분야의 안료들은 불에 굽거나 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자연에서 색상을 추출하기가 쉬었지만 세라믹의 경우 유리의 안료의 약 450도의 온도부터 자기질 도자기의 1400도에 이르는 고온의 열에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1400도의 온도는 지구상의 왠만한 광물질도 다 녹여버리는 엄청난 열이다. 여기에 견디고 발색까지 구현하는 광물질은 흔치 않다. 그래서 세라믹 안료의 개발은 타재료에 비해 굉장히 개발이 늦어지고 저온의 채색방법부터 고안이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현재도 1400도 정도의 고온에서 전체색상을 표현하기 힘들기 때문에 1400도 정도의 고온에서 발색을 하고 싶으면 코발트계열의 색상만 사용하고 고온에서 다양한 색상을 사용하려면 소지(흙)의 온도를 낮추어 1250도 상간의 온도를 유지하여 도자기를 만들고 있다. 세라믹의 소성온도는 다양하다. 소지의 소결온도에 따라 세라믹안료의 범용온도가 정해진다.

세라믹 안료의 원재료는 산화물이다 자연에서 발견하는 광물질을 조합하여 최초의 발색군을 만든 다음 여기에 융제가 되는 프리트를 첨가하여 안료의 용융온도를 맞춘다. 그래서 범용온도가 정해지는 것이다. 최초의 발색군인 산화물(크롬,니켈,망간, 철,코발트,카드늄 등)을 그대로 사용하면 색상이 일정하게 재현되는 것이 어려웠다. 일품 작품은 관계없지만 대량생산하는 제품의 경우에는 처음 생산한 것과 나중에 생산하는 제품간에 균일하고 안정된 색상을 재현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스테인Stain이다. 요즘 작가들이 화장토에 섞어서 발색을 하는 세라믹 안료가 대게 이것이다.

스테인의 균일한 색상을 내기 위해서 조합한 산화물을 안정화할 필요가 있는데 이 방법으로 하소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쉽게 이야기 하면 조합한 산화물의 불순물을 한번 태워버리는 것이다. 먼저 산화물 조합물을 뮬라이트 계열의 상자에 넣고 약 600도에서 1000도 정도의 조합물의 특성에 맞추어 소성을 한다. 그러면 그 산화물 조합에 담겨있는 불순물이 날아가고 안정된 조합물만 남게 되는데 이것을 관용적어구로 스피넬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대로는 바로 쓸 수가 없어 이 스피넬을 다시 물과 함께 습식으로 볼밀에 갈게 된다. 20시간 이상 불밀에 갈려진 스피넬은 다시 건조의 과정을 거치고 파우더의 형태의 세라믹안료 발색군인 스테인이 완성되는 것이다. 이때 어떻게 파우더 입자를 곱게 갈고 관리하느냐가 안료회사의 노하우이고 선명한 색상의 기준이 된다. 이렇게 완성된 스테인을 가지고 무엇과 섞느냐에 따라 세라믹 제작자의 물감이 되는 것이다 할 수 있다. 시중에 판매되는 스테인에 화장토를 섞으면 색화장토가 되고 여기에 유약이나 프리트를 첨가 하면 그것은 융제의 역할을 하여 소성범위를 결정하고, 소지와의 접착역할을 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원 발색군인 스테인의 화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거기에 섞는 융제가 무엇이냐에 따라 세라믹안료가 소지에서 박리되는 현상을 방지 할 수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자신만의 발색군을 갖기 위해선 수많은 실험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또한 조합된 세라믹안료를 어떻게 사용 할 것인가에 따라 미디움을 첨가 하게 되는데 이는 세라믹안료를 반건조된 상태에 칠하느냐 아니면 초벌상태에 칠하느냐 아니면 유약이 입혀진 상태에서 칠하느냐 또는 유약을 입혀 구워진 흡수율이 없는 표면이 맨질거리는 상태에서 칠 하느냐에 따라 미디움의 종류를 달리한다. 미디움은 소성전 기물과 세라믹 안료를 고착 시켜주거나 부드럽게 칠 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는데 기물이 흡수성이 너무 세면 붓이 잘 안나가고 뻑뻑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적당한 흡수율과 기물표면의 마찰을 줄여 주는 것이 중요 하다. 또한 미디움은 소성 할 때 세라믹안료의 발색에 영향을 주지 말아야 한다. 특히 흡수율이 없는 유리질 표면에 세라믹안료를 채색하여 겹치는 효과를 주기는 매우 힘들어서 한번 칠하고 다시 굽고 하는 상회 채색법은 포슬린아트라 하는 방법으로 독일 마이센에서 유명한 도자기 채색기법으로 자리 잡았다. 물론 상회 채색기법은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되었는데 중국의 오채기법이나 일본 이마리야끼의 붉은색의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 할 수 있다.

세라믹 안료의 사용법은 다양하다. 기물의 상태나 사용하고자 하는 온도에 따라 그 응용범위는 무궁무진하다. 현재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세라믹안료의 입자를 나노입자로 쪼게어 잉크젯프린터의 형식이나 복사기의 토너방식의 방법으로 인쇄 할 수 있게 개발되고 있다. 세라믹 안료 적용방법의 진화라 할 수 있겠다.

세라믹 안료를 자신의 작업에 응용하는 방법은 위에서 기술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물감의 형태를 붓으로 칠할 것인가, 아니면 스크린으로 인쇄 할 것인가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인쇄도 전사지 형태로 인쇄 할 것인가, 아니면 기물에 직접인쇄를 할 것인가에 따라 수많은 적용기법으로 나뉘어 질 수 있다. 이 많은 적용기법이 각자의 특색 있는 표현 테크닉으로 적용 된다면 보다 풍부한 세라믹 작품이 출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세라믹안료 적용방법은 수많은 실험과 시행착오 속에 얻어진다. 도공들이 수많은 유약 실험 후에 자신만의 유약을 갖게 되듯이 이도 마찬가지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세계 최초로 세라믹안료의 색상환을 만든 독일 회사에 소속돼 수많은 안료를 다루고 응용방법과 제작과정을 알 수 있었던 것이 큰 행복이었다.

 

요즘 한국사회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단어는 ‘소통’이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소통은 수요와 공급이 원활하고 경제적 흐름이 매끄럽다는 것이다. 상품의 경우에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은 공급자가 수요자의 욕구를 제대로 파악해 그에 걸맞는 상품을 만든다는 뜻이고, 수요자는 공급자가 제공하는 상품에 충분한 매력과 만족감을 구매로서 표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경제의 소통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가장 기본적인 경제 원칙을 우리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문제이다. 혹 너무 관념적인 사고에 매몰되어 수요자가 별로 관심이 없는 부분에 빠져 작업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사람들의 음료문화는 커피가 주된 음료인데 자신의 주된 작업이 찻잔이라 차도구만 고집한다든지 한국적인 것만 찾다가 백자 청자 분청 등의 전통적인 것에만 가치를 두고 있지는 않은지. 혹 그러한 이유로 세라믹 안료를 사용해 새로운 표현을 하는 것이 어색하거나 방법론적으로 힘든 과정이여서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도자기의 경우 색채를 다루는 것이 한국적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은연 중에 퍼져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단청이나 민화 등을 보더라도 우리민족은 다양한 색채를 사용해 왔다. 하지만 유독 도자기 부분만 무채색의 문화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 사실이다. 이 의문은 여러 가지로 해석된다. 백의민족이라서 그렇다는 것, 또는 성리학을 기본으로 하는 유교적 사고의 선비들이 지닌 높은 인문학적 소양 때문이라는 것, 또는 정제된 안료를 만들 수 없어 그렇다는 것, 그리고 도공들간의 지나친 비밀주의 때문이라는 것이 그것이다. 물론 모두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대입하는 것은 옳지않다. 중국과 일본의 경우는 백자와 화려한 안료의 채색을 결합시킨 최고의 도자기상품으로 16세기에서 19세기 까지 그들의 국부를 이루어 냈다. 우리는 어떠했는가. 우리가 최고의 가치라고 여기는 청자의 경우 지금 우리의 식탁을 꾸미고 있지 않고 있다. 오히려 화려하게 인쇄된 그릇들이 우리의 식탁을 차지하고 있다. 달리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전토의 자랑스러운 청자로 소통하지 않고, 세라믹안료를 사용한 다국적 그릇들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작업공간이 서울 홍익대 앞 한복판에 있는 관계로 주위의 변화를 몸으로 느끼며 산다. 철마다 유행하는 옷차림과 수없이 생겨나는 주변의 카페, 식당들을 보면서 역동적인 사람들의 소비패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하나둘씩 사라져버린 홍대앞 도자공방들을 보면서 왜 우린 대중과 소통하지 못했을까 반성하게 된다. 그 많은 식당과 카페 중에 변변한 그릇가게하나 없는 것은 왜일까? 자문하게된다. 진정 도예가들이 대중과 소통하고 있는 걸까?

필자는 운좋게 세라믹 안료를 접하면서 무채색 도자기에 색채를 넣고, 그것을 편리하게 일반인도 쉽게 이용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소통을 시작하 할 수 있었다. 지금은 전국에 30여 곳의 공방이 같은 이름과 같은 세라믹 안료를 사용하는 기법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시대에 걸 맞는 그릇을 만들며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세라믹 안료의 유통이 산업체의 원료로써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쉽게 접하고 다룰 수 있도록 편리하게 만들어져 도자문화의 지속적인 활성화가 되길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이러한 소통은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도자기를 전공하는 학생이나, 현재 도자기 작업을 하는 이들에게 또 다른 비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세라믹안료의 제작과 유통이 더욱 안정화되고 활성화돼 새로운 표현 욕구를 자극하는 기폭제로써 작업자들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소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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