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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월호 | 특집 ]

아마추어 시대
  • 편집부
  • 등록 2013-03-04 17:08:17
  • 수정 2013-03-04 17: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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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추어 시대 _ 정의석

아마추어 시대

정의석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

 

큐레이터의 안과 밖

얼마 전 기획전시 아이디어를 얻고자 북촌생활사박물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 박물관에 들어서는 순간 “매표하고 입장 하세요” 하며 관장님이 직접 매표하시는 모습이 짐짓 의아 했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오면서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품을 수집하게 된 동기부터 박물관이 자생하기 위해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내용까지, 홀로 힘들게 박물관을 이끌어 오신 이야기를 해주셨다. 북촌마을에 언제부턴가 신식 건물들이 들어서면서 우리가 쓰던 옛 생활물건들이 쓰레기로 나오는 것을 보면서 하나하나 모아 지금에 북촌생활사박물관이 되어온 여정을 풀어내셨다. 어디선가 제 가치를 모르고 버려지는 것들이 있는지 지금도 찾고 계신다는 관장님의 열정어린 말씀을 들으면서 전공은 무얼 하셨는지 궁금하였다. “박물관∙미술관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을 했어”.

일반인들은 ‘미술관 큐레이터’라고 하면 하얀 장갑을 끼우고 조심스레 작품을 다루고, 능수능란한 영어를 쓰면서 작품을 설명하는 고상한 직업의 전문가를 생각할 것이다. 박물관∙미술관 학과 혹은 미술사학과를 졸업하여야만 할 수 있는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이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열정과 정성으로 평생 수집한 예술품이나 문화재를 콘텐츠로 해서 각개 특성과 개성을 갖춘 미술관으로 만든 곳이 많다.

필자는 박물관∙미술관학 혹은 미술사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젊은 큐레이터’로써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한국도자재단에서의 출발은 그러지 못했다. 도예를 전공하면서 한국도자재단으로의 첫발은 대학교 3학년 때 제1회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에서 ‘옹기전’ 전시보조를 하면서 시작됐다. 그 뒤로 ‘토야도예공방’에서 체험강사로 계약직 4년이라는 시간을 거쳐 2006년에 정직원이 되면서 큐레이터실에서 일하게 되었다. 본인이 가진 것을 활용함과 동시에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워나가는 것을 사회경험으로 채운 것이다. 미술관과 도자작품을 조화시켜 운영을 총괄하는 ‘큐레이터’. 전시기획부터 작가선정, 섭외, 전시홍보, 전시연출, 디스플레이, 오프닝 행사 등 어느 하나 큐레이터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 없다. 체험강사로 일하면서 국제도자워크샵 등 재단 내에서 진행되는 전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면서 보아온 기획과정의 경험들이 본인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이들’을 뜻하는 ‘아마추어’라는 단어의 라틴어 어원이, 요즘에는 소극적인 정의 일듯 싶다. 모바일/디지털 시대 아마추어들의 활동은 사랑의 도를 넘어 거의 프로이자 직업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 이야기로 시작을 하는 이유는 요즘 도자관련 학과가 폐과 되거나 인기학과와 통합, 축소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도 도예를 전공 하려는 젊은 학생과 도예인들에게 경험과 활동을 소비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가 있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기 때문이다.

주어진 삶에 필요가 찾은 길

´평소 좋아하는 물건이나 이런저런 이유로 관심이 있는 물건들을 모아보라고 하고 싶다. 언뜻 의미 없고 생뚱맞아 보이는 물건들이라 해도 내가 관심만 있다면 연구하고, 비틀어 보고 뒤집어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러한 생각의 전환은 기대 이상의 중요한 계기를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관심 없었을지도 모르고, 언젠가 보았지만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들 가운데 가끔 눈에 번쩍 띄면서 우리를 압도하거나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재단 사무실을 개조하여 수장고형 미술관으로 변모한 ‘토야지움’ 개관 특별 기획전이었던 중국 진흙공예대사 ‘위칭청 행복초대’전을 회상해 본다. 작가는 억압과 탄압을 받으며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던 억울함을 잊기 위한 수단으로,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옥수수 밭의 진흙을 이용하여 세상의 모든 것을 그리고 조각하며 표현을 해왔다고 한다. 이토록 때 묻지 않은 작품을 어떻게 만들어 냈냐는 질문에 “단지 생활 이었다”라는 대답을 들은 적이 있다. 수십 년의 그의 현실 생활이 무궁무진한 창작의 소재를 제공해 준 샘이다. 일예로 들었지만 모든 예술이 그러하듯이 도자기라는 분야 또한 생활과 밀착해 있다는 점에서 아주 중요하다. 도자기만큼이나 지배층, 피지배층, 도시나 시골 전 계층의 사람들이 사용 발전시킨 문명 용품은 아주 드물다. 도자를 만들어 전파하고 사용한 나라들이 전 세계에 분포해 있다. 아마도 ‘도자’ 만큼 각 나라의 유산에서부터 현대의 작품까지 그 속에 삶과 꿈,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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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문화흐름 속 도자의 현 위치

다양한 콘텐츠산업의 부상과 인간감성의 회복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를 배경으로 2009년부터 새롭고 다양한 창의적인 생각과 ‘융합’이라는 시대적 트랜드의 흐름이 일기 시작 했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와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기존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였다. 그 중 하나가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사전적 의미로 ‘협업’ 혹은 ‘협력’, 생산이나 마케팅 관점에서의 의미로는 ‘합작’이다. 즉 서로 다른 두 개의 컨텐츠가 단순히 1+1=2가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시너지를 내기 위한 ‘융합’전략이다. 이것이 도자분야에도 시작이 되었다.

2010년 이천세계도자센터 재개관 기획전인 MIX UP-유행遊幸전은 도자기와 패션을 포함해서 다양한 장르의 공예와 순수 예술작품을 아우르는 이색전시로 타 장르 예술의 장점들을 통해 도자영역의 확장 가능성을 도모하고 타진해 보기위해 시도된 전시였다. 또한 패션 디자이너가 도자를 해석한 콘셉트의 패션작품을 현대안무와 함께 구현한 전시퍼포먼스도 같이 진행되었고, 이러한 전시는 도자공예 분야에서는 처음으로 시도 된 바 있었다.

패션계에서는 도자(장신구)에 대해 그리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도자의 물성, 컬러, 형태, 그 어떤 요소들도 패션이 원하는 디자인에 부합하기 힘들었던 까닭일 것이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부터 인류는 도자를 통해 인간의 미적 욕구를 충족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단지, 여러 가지 제약들로 인해 타 공예장르의 장신구들이 비약적인 발전을 지속할 동안 그저 무거운 발걸음만 재촉했을 뿐이다. 실제로 패션은 꾸준히 발전해 왔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은 한복에서부터 근대화이후 발전해온 양장, 그리고 현재의 무한한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우리나라의 도자는 일제강점기 이후 우리의 찬란했던 도자문화가 끊겼고, 몇 몇 전승도자를 계승한 근성 있는 도공들과 대학을 중심으로 현대도자를 선도한 현대도자 작가들에 의해서 힘겹게 우리 도자문화의 맥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다시 우리 전통 도자의 우수성을 세계에 재인식시켜 가고 있다.

피카소는 “유능한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라고 말했고, 스티브 잡스는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일에 더욱 과감해져야 한다”라고 했다. 잡스는 실제로 일본의 밥솥 제품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와 애플 노트북의 전원 어댑터인 ‘맥세이프’를 만들었다고 한다. 어느 한 영역에서 성공한 창의적 발상을 전혀 다른 영역에 적용하다 보면 이것이 또 다른 창의적인 생각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내용을 도자분야가 보다 쉽게 손잡을 수 있는 타 분야의 공예, 순수회화, 건축, 인테리어, 화예, 영상, 푸드, 패션 등 기술적, 인적, 마케팅 요소를 활용하여 한층 적극적인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난센스 시대

김난도 교수가 주도해 만든 『트렌드 코리아 2013』(미래의 창)에는 ‘난센스의 시대’가 온다는 2번째 장이 있다.

“이제 논리와 상식을 뛰어넘은 기발한 감성과 상상이 만들어낸 난센스에 열광한다.", "모든 것을 뒤집고 역발상하는 가운데 새로운 의미를 재구축하는 난센스의 시대가 다가온다.”(트랜드 코리아 2013 P205)

이 책에서는 변종 미학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된다고 하면서 루이비통이 ‘쿠사마 야요이Kusama Yayoi´와 콜라보레이션 컬렉션을 예로 들고 있다. 특이한 예술적 취향이 명품 브랜드와의 만남을 통하여 새로운 미적 감각을 가진 브랜드로 재창출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 사회는 상식이나 고정관념에서 과감히 탈피할 필요성을 주고 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상상력과 창의력을 요구하며 전에 없던 새로운 시도를 요구하고 있다. 이미 도자분야에서는 몇 년 전 부터 타 분야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예측하기 어려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고 가능성도 어느 정도 보여줬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헤쳐 가야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불확실성이 가득한 2013년, 도예계는 이미 필살기를 준비해 뒀고 휘두르며 해쳐나갈 수 있는 힘이 충분하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예계의 ‘블루오션’과 ‘레드오션’은 분명 우리 눈앞에 있다. 단, 진정한 ‘아마추어’가 되어 끝없는 호기심과 도전이 뒷받침 되어 준다면 말이다.

 

필자 정의석은 단국대학교 도예학과를 졸업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에서 디지털문화정책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도자재단 큐레이터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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