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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02월호 | 특집 ]

예술시장과 상품으로서의 예술작품
  • 편집부
  • 등록 2013-03-04 16:58:01
  • 수정 2013-03-07 09: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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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시장과 상품으로서의 예술작품 _ 유세희

예술시장과 상품으로서의 예술작품

유세희 갤러리이도 큐레이터

들어가며

거두절미하고 풍부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진정한 의미와 가치가 있는 예술품작품을 소개하는 것은 큐레이터가 지향해야 할 소명이자 기본자세라는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이것만큼이나 의미를 두어야 하는 것이 ‘시장’이다. 필자의 관심사가 특히 이곳과 맞닿아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예술가가 자신의 직업에 대한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문화·예술동정을 관통하는 가장 뜨거운 이야기를 꼽아보라 한다면 첫 꼭지의 시작은 주저 없이 가수 싸이박재상, PSY가 될 것이다. 거세어지던 K-POP의 열기 속에서 싸이는 하나의 신드롬으로 탄생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유투브Youtube 공식집계 12억 6만여 건으로 ‘최다 조회 수’라는 영예의 자리를 넘겨 받은지 이미 오래다. 또한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에서는 27주 째 20위권을 유지하며 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를 둘러싼 외신의 반응도 흥미롭다. 미국의 경제 전문지 포브스forbes는 싸이의 인기비결을 다양한 각도에서 해석하였으며, 타임지에서는 싸이를 2012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피플, CNN, LA타임즈 등 언론들은 유투브 덕을 톡톡히 본 싸이를 일컬어 “입소문의 센세이션”이라는 명칭을 달아주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싸이 열풍 또한 더할 나위 없다. 기업들은 앞 다투어 싸이 모셔가기에 열을 올렸고, 싸이를 내세운 화장품, 식품, 가전제품, 온라인매체 등 다양한 상품이 빠르게 쏟아져 나왔다.

문화예술에 종사하는 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싸이의 행보가 반갑지 않을 수 없다. 장르가 무엇이건 하나의 예술산업이 문화 발전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부가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으로 이어지는 고무적인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선정되는 ‘올해의 10대 상품’ 중 1위에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제 명성을 톡톡히 해낸 셈이다.

한국 대중문화의 괄목할만한 사건, 특히 음반업계와 관련시장에 엄청난 열기를 운반한 이 시간들을 지켜보며 타 장르의 예술인들이 특히 주목 할 만한 점은 무엇일까. 미국에 이은 유럽발 금융위기의 심각성은 여전히 세계경제를 얼어붙게 만들고 수년전 미술시장의 시끌벅적함은 흔적조차 어스름한 이 때, 우리는 ‘시장’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갖추어야 하는가. 그것을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우선 현대 예술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필자의 시선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시장 속에서 예술작품이 어떻게 자리하고 있는지 살피고, 이 안에서 우리는 어떠한 노력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상품으로서의 예술작품

예술작품이란 인간으로 하여금 미학적 관심을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생산된 인공물이다. 즉 ‘무언가를 통해 미학적 관심으로의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만들고 그것을 나누려는 충동’ 이것이 예술품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충동이며, 예술작품 속에는 작품을 제시하는 행위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두 주체의 협동과 상호작용이 포괄되어있다. 이 두 주체들의 관심이 교차되는 지점이 바로 예술품 시장이다. 시장의 형태가 어찌 되었건 간에 경제학적으로 시장이란 “상품교환이 이루어지는 장”을 의미한다. 인간이 생산한 모든 재화가 상품이라고 정의되는 경제시스템 안에서 예술품도 예외 없이 하나의 상품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여전히 건재한 마르크스의 정의를 따르자면 상품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성질로서의 유용성인 ‘사용가치use-value´와 사용가치가 다른 종류의 사용가치와 교환되는 비율의 ’교환가치exchange value´를 지니고 있다. 이 두 가지 가치를 만족시켜야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는데, 서로 다른 사용가치를 지닌 소유자가 동의에 따라 자기 자신의 상품을 양도하고 타인의 상품을 자기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상품의 교환이다. 제3의 상품인 화폐는 상품의 사용가치에 관한 일반적인 등가로 사용되어 교환을 용이하게 해 주기 위해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예술작품의 경제학적 가격 속에는 각 작품의 사용가치와 교환가치가 내재되어 있는 것이며 화폐는 이 가치들의 수치인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예술품의 사용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는데, 미적 경험과 미적 가치를 통한 미학적 관심에 대한 충족이 예술작품의 목적인 바. 이것은 곧 예술품의 사용가치가 된다. 하지만 예술품의 미적 가치는 쉬이 비교가능한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수치로서 계량화 시키는 것은 무척 어렵다. 이와 같이 미술시장은 여타 일반 재화와 같이 단순한 시장경제적인법칙으로만 분석되기에는 어려운 특수한 시장이다.

소비의 의미변화와 예술작품에 대한 소비

전통적 의미로서의 소비란,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재화의 사용을 의미하는 좁은 개념이었다. 효용을 극대화시키려는 개인의 선택에 기초한 사적인 일로 간주되어 개별성과 자원의 소모가 강조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무엇인가가 사용됨으로서 소멸되는 상태를 의미하는 단순한 개념으로만 인식되어 왔다. 오늘날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소비문화의 본격적 형태는 1920년대 미국 대중소비를 그 근원으로 한다. 이후 50년대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를 거쳐 90년대에 차별화적이고 상징적인 소비의 단계로 변모했다. 이렇게 현대의 상품소비는 물질적 소비욕구의 일차적 만족에서 벗어나 정신적 소비로 방향을 틀었다.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 1929.7-2007.3가 『소비의 사회』에서 언급했듯, 행복․안락함․풍부함․성공․위세․권위․근대성 등을 포함하는 소비, 즉 상징의 소비이자 기회의 소비로서 소비 자체가 의식과 행동양식을 규정하는 요인이 되며, 물질문화의 상징적인 속성과 어울려서 의미를 전달하게 소비로 변모한 것이다. 이제 소비는 경제적 과정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고 인식되었다. 이 과정에서 소비개념의 변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소비를 경제활동이 아닌, 사회적 활동으로서 바라보게 된 것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소비를 통해 자아를 세우고 표현한다. 즉, 현대사회에서의 소비란 다양한 범주의 사회적 정체성을 표현할 뿐 아니라, 역으로 그것을 표현하는 욕구의 결과인 것이다.

이러한 소비의 개념과 함께 부르디외Pierre Bourdieu, 1930.1-2002.1가 주장한 “프랑스의 사회계층별 소비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예술 상품의 소비가 특정 계층의 소양과 취향을 형성함으로써 그 계급적 입지를 강화하는 주요 기제로 작용하는 점”을 놓고 보았을 때, 현대사회의 소비와 예술품소비의 교집합을 찾을 수 있다. 사회적이며 자아실현적 특성이 그것이다. 이것은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Maslow, 1908 - 1970의 인간의 욕구 -5단계:생리적욕구, 4단계:안전에의 욕구, 3단계:사회적 욕구, 2단계:존경에의 욕구, 1단계:자아실현의 욕구- 중 3단계에서부터 충족되는 고착원적인 욕구들이기도 하다.

마케팅과 프로모션

앞서 살펴본 현대소비와 예술소비의 특성을 바탕으로 오늘날의 예술시장에 눈을 돌려보자. 이미 모두가 느끼고 있듯 미술시장이 불황의 흐름 속에 놓여있다. 2007년 미술시장의 호황은 1990년대 초반에 있었던 미술시장의 호황과 약 14년 이라는 시간을 사이에 두고 있다. 우리는 또 다시 그 긴 시간을 기다려야만 하는가. 현재 미술품 수집가들은 순수 콜렉터에 비해 투자자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안정된 장기보유 보다는 시장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이들이 더 많아 당분간 시장의 안정수치를 기대하기 어려를 기대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다. 불황과 변동이 극심한 가운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란 과연 돌아오는 호황을 기다리는 것 뿐인가.

글의 시작에서도 언급했듯, 싸이는 ‘유투브Youtube´라는 동영상 전문 싸이트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감각적이고 중독성있는 멜로디와 독특한 안무구성으로 볼거리를 제공했던 그의 뮤직비디오는 유투브를 통해 순식간에 전 세계의 유저들에게 제공되었고, 유투브 광고 수익료만도 85억으로 산출 될 만큼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곧이어 음원판매와 휴대폰 벨소리 판매, 캐릭터 판매 등 다양한 상품이 구성되었다.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 물론 싸이의 음악적 재능을 무시할 수 없으나, 전 세계11억 명의 유저들을 확보하고 있는 SNSSocial Networking Service플렛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홍보가 있지 않았다면 이러한 결과를 예측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경제적 상황과 맞물려 한류 바람이 거세짐에도 불구하고 침체되어있던 음반시장에 뜨거운 바람을 몰고 온 일동공신임과 동시에 공중파를 비롯한 미디어와 매스컴만에 의지 한 채 소수에게만 이루어지던 그간의 홍보방식에서 한 발 더 진화하여 불특정 다수까지 포함 가능한 형태이기도한 SNS플fot폼의 활용이 비단 이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에게 좀 더 용이한 방법일 뿐이다. 이처럼 침체되어 있지만 새로운 방법으로 다양한 움직임을 꾀할 때, 불안한 시장을 견뎌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 생기게 될 것이다.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은 이미 수없이 진행되어온 매우 익숙한 형태의 작업이다. 이질적인 두 개의 대상 혹은 브랜드가 만나 협업을 통한 혁신적 브랜드 가치를 만드는데 각광받고 있는 전략적 기획의 한 방식이다. 최근 루이비통과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이슈를 만들었던 일본의 쿠사마야요이くさまやよい , Kusama Yayoi, 1929~는 브랜드를 위한 제품에서부터 마치 그녀의 작품이 놓여있는 것 만 같은 쇼윈도까지 콜라보레이션의 진수를 보여준 좋은 예이다. 계속해서 이슈를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브랜드화 시킬 수 있는 이들의 모습을 우리는 눈여겨 보아야 한다.

나가며

어지럽게 나열된 글 속에서 계속해서 전하고 싶은 바는, 예술작품은 특수한 상품답게 다양한 맥락에서 그것의 소비를 촉진시켜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를 일으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우리가 먼저 소비를 위한 환경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소극적인 자세로 갤러리에만 의지한 채, 오고가는 누군가를 기다리기에는 다른 움직임들이 너무 빠르다. 시장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시장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니즈에 대해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진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한다. 열린 마음으로 장르에 대한 경계를 낮추고 계속해서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작업으로서 보여주어야 할 것들이지만, 고즈넉한 마음으로 시장을 멀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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