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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월호 | 특집 ]

미술관의 과제와 창작공간의 역할
  • 편집부
  • 등록 2011-10-11 15:23:06
  • 수정 2011-11-17 15: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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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술관의 과제와 창작공간의 역할
  •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창작센터를 중심으로

미술관의 과제와 창작공간의 역할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창작센터를 중심으로

| 김승택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전시팀 큐레이터


좋은 작가는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잠재력 있는 작가와 기획력 있는 큐레이터, 그리고 작가의 작품과 그 안에 숨은 의미를 예리하게 볼 수 있는 비평가의 궁합이 잘 맞았을 때 비로소 좋은 작가와 훌륭한 작품이 탄생되는 밑바탕이 만들어진다. 작가, 큐레이터, 평론가 이 세 가지의 요건은 작품과 전시 그리고 미학의 연구 및 발전, 나아가 전반적인 미술계의 발전에 있어 기본적이며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이다. 그리고 이들의 활동 무대가 될 수 있는 하드웨어가 미술관이며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창작센터(레지던시 공간)이다. 하드웨어가 견고하고 안정적으로 갖추어져 있을 때 소프트웨어 역시 원활하게 작동이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미술계의 발전과 미래를 위한 미술관과 창작센터의 역할은 무엇이며 실상은 어떠한지 본인이 지난 5년간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에 근무하며 바라본 세라믹창작센터의 역할과 기능, 변천사를 바탕으로 살펴보려고 한다.


미술관의 과제
미대 졸업생 중 전업 작가로서 홀로서기를 하는 작가는 극히 드물다. 많은 미술가들이 경제적 이유 때문에 중도에 작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을 필자는 주변에서 많이 보아왔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돈이 되는 직업이 필요하고 창작할동은 서서히 뒷전이 되어간다. 이처럼 재능 있는 많은 젊은 작가들이 자신들의 꿈을 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사라져 간다. 제2의 백남준, 피카소, 고흐, 클림트 같은 세기의 예술가가 될 가능성을 가진 작가 지망생들이 잠재성을 발현하지 못하고 사라진다는 것은 개인에게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 미술계에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이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해야 하며 최근 미술관과 창작공간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미술관의 바탕은 미술작품이다. 우리는 종종 외국의 큐레이터가 만들어낸 해외의 기획전시를 그대로 사들여 전시하는 것을 본다. 대부분 유명한 외국 작가들의 작품들이며 국내에서 보기 힘든 전시이다. 일부 블록버스터라고 불리는 전시의 경우 전시작품 보험금만 해도 지방 미술관의 1년 치 예산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도 전시를 기획, 유치하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미술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하기 때문이다.
유명한 미술관, 복합문화공간, 유명한 갤러리들이 해외에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다양하고 훌륭한 작가를 발굴하고 그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작가들이 얼마나 많은가는 그 나라의 미술 문화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과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21세기 우리나라 미술관이 풀어야할 가장 큰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K-POP이 온 세계를 흔들고 있다. 가수들은 한류열풍의 주역이 되어 문화 수출에 일조를 하고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 가수들의 뒤에는 탄탄한 기획사들이 있다. 음반 기획사들은 세계적인 안무가, 작곡가, 프로듀서 등 음악 관계자들과의 지속적인 워크숍을 통해 꾸준히 기획사의 역량을 쌓고 소속 가수들에게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많은 부분들을 제공하고 투자한다.
미술관과 창작센터(레지던시 운영공간)는 분명 음반 기획사와는 다르다. 하지만 능동적으로 움직여 자본을 확보하고 작가를 발굴하고 일반인에게 가까워 질 수 있는 미술문화를 만들어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있어서 본받을 점이 많다. 특히 한 나라의 미술계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과 책임을 져야하는 국·공립미술관들은 미술계 발전을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각 기관에 맞는 세부적인 전략으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미술관의 특성에 맞는 창작공간의 운영과 그에 맞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개발은 미술관에서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업이다. 

 

세라믹창작센터는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핵심전력
고양·창동 창작공간이나 최근 2~3년 사이에 만들어진 많은 창작공간들이 저마다 특색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작가들을 지원하고 있다. 2009년에 개관한 경기창작센터, 인천아트플랫폼, 금천예술공장은 각 지역과 기관의 특색에 맞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는 좋은 사례들이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세라믹창작센터의 경우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이라는 특징이 있어 상기의 레지던시 기관들과는 지향하는 목표와 운영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산하 세라믹창작센터는 2006년 연수관으로 건물이 지어졌으며, 매년 한 차례씩 단기 워크숍을 개최하다가 2010년 3월 연수관에서 세라믹창작센터로 명칭을 바꾸어 본격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세라믹창작센터(연수관)는 초반부터 미술관의 중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이 해야 할 많은 미션과 비전을 담은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의 미션과 비전을 간단히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1. 건축도자 발전을 위한 주도적인 역할
2. 건축도자의 산업적 이윤 창출
3. 예술참여를 통한 도시계획의 미래 방향 제시
4. 창의적인 생활공간 구성을 위한 건축도자의 참여

위와 같은 본 미술관의 미션을 달성하는데 있어 세라믹창작센터(이하 센터라 칭함)는 다양한 역할과 기능을 수행해야만 한다.

첫째, 미술관의 기획전시를 위한 워크숍의 개최이다. 기획전시를 위한 워크숍은 그동안 센터에서 운영해왔던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대개 워크숍은 작가가 센터에 거주하면서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기간을 가지고 진행되었다. 2006년 「꿈꾸는 화장실」전의 경우 중국에서 1차 워크숍을 하고 센터에서 2차 워크숍을 진행하여 그 결과물들을 전시하였다. 그리고 200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아프리카 흙집 퍼포먼스를 미술관 중앙홀에서 약 40일간 진행하여 미술관을 관람하는 방문객들이 직접 그 과정을 볼 수 있게 하였다. 또한 2008년에는 「건축도자-OLD」전과 2009년「건축도자-NOW & NEW」전을 위해 약 한 달간 워크숍을 진행하였고 2010년에는 한국현대회화 및 조각 장르의 원로, 중견 작가들과 워크숍을 진행하여 「OFF the WALL: 건축도자, 경계에서」전을 개최하였다.
이처럼 본 센터는 워크숍을 통해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에게 도자라는 장르와 흙이라는 매체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작가의 기존 작품세계와의 융합을 시도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여 작품 전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소장품의 확보를 위한 역할이다. 워크숍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전시가 종료된 후에는 작품의 소유권을 미술관이 이전 받는다. 철수와 재설치가 용이하고 작품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작품들은 절차를 걸쳐 수장고로 보내지고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등록된다. 지난 4년간 소장품 구입비가 예산에 편성되어 있지 않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센터에서 진행하는 워크숍과 비지팅 아티스트 프로그램은 미술관이 유일하게 소장품을 수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셋째, 작가육성이다. 센터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젊고 유망한 작가를 발굴하여 지원하는 것이다. 센터의 운영프로그램 중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Artist in Residency 프로그램이 여기에 해당된다. 레지던시 운영 초기인 2010년과 2011년에는 작가선정기준과 지원금액, 입주기간 등 여러가지 변동 사항이 많았다. 특히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비지팅 아티스트 프로그램이 추가된 것이다. 비지팅 아티스트 프로그램은 작가초청 프로그램으로 아티스트 인 레지던시에 지원할 수 없는 40세 이상의 국내외 중견, 원로작가들을 초청, 워크숍과 세미나 등을 통해 젊은 입주작가들에게 작업역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지역활동 작가들 또는 관련 전공자들에게 재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센터는 비지팅 아티스트 프로그램의 초청작가들이 젊은 작가들에게 멘토의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넷째, 연구소 기능이다. 실험연구는 센터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업이다. 건축도자전문미술관의 미션 중 하나인 산업적 이윤 창출을 위해서 센터는 실험 연구한 데이터 및 노하우의 축적, 관련 특허 확보 등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센터에서는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오고가며 작업을 위한 여러가지 실험도 하게 된다. 그 결과가 센터에 축적되면 다음에 오는 작가들에게 정보 공유의 혜택을 줄 수 있다. 과거 전통도자에 있어 유약이나 흙의 데이터는 다른 공방(작가)과 공유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도자분야의 발전 속도가 서양에 비해 늦어졌다. 이미 연구된 기초 위에 새로운 실험들이 이어져야 하는데 매번 기초만 연구하다 끝난 경우인 것이다. 자본과 시간이 많이 투자되어야 하는 실험과 연구를 센터가 맡아 꾸준히 진행함으로써 작가들이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것을 방지하고 폭넓은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공공미술프로젝트의 추진이다. 본 미술관의 첫 번째 미션인 <건축도자 발전의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센터는 공공미술 설치와 같은 대형프로젝트를 예술가와 협업하여 추진할 계획에 있다.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작가가 실현 시킬 수 없다면 그 아이디어는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작가와 센터가 대형프로젝트를 공동으로 기획, 추진하여 예술적 가치를 사회에 환원하고 자본을 확보하는 역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이것은 센터의 자립도를 향상시키는 일과도 직결되어 입주작가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센터의 올해 예산은 작년대비 25% 정도 삭감되었고 향후 센터의 지속적인 운영을 위해 재정 자립도를 향상시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 공헌이다. 센터는 지난 2월 시민참여프로젝트, 3월 비지팅 아티스트 작가의 특별강연, 4월 로손 오이칸의 작품제작 워크숍, 7월 큐레이터와 함께 떠나는 건축기행, 4월에서 6월까지 작가연계교육프로그램 등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러한 사업들은 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인도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미술관의 교육사업, 건축도자의 저변확대, 전문가 및 일반인의 소통의 기회 제공, 다양한 향유 문화의 제공 등 여러 측면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와같이 센터는 자라나는 미래의 작가들과 예술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들에게 좋은 자양분을 공급하여 쉽고 친숙하게 예술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역할도 수행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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