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영
도자디자이너
눈높이가 높아지는 대중들. 그들이 선호하는 도자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기고에 앞서 이 글의 주요 대상은 산업도자 즉, 대량생산 디자인을 내용으로 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유인즉 본인의 활동무대가 여주, 이천의 대량생산업체이기도 하고, 현장에서 느끼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한다.
필자가 만약 이 글의 제목과 같이 ‘선호하는 디자인 - 잘 팔리는 도자기 디자인’을 이미 알고 있다면, 혼자만의 비밀을 누설하지 않고 나 개인의 부를 누리지, 그 방법을 알려 주기 위해 이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도자기 디자인이라는 한 분야의 길을 걸어오면서, ‘잘 팔릴 수 있는 도자기’를 연구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함께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지금부터 현장에서 체험한 잘 팔리는 물건의 공통점과 팔릴 수 있는 요소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해 보자.
우선, ‘잘 팔린다는 것’은 소비자의 선호도를 의미한다. 소비자의 선호도에는 도자기의 형태, 가격, 용도, 사용되어지는 곳의 여건(음식, 주방분위기)등의 여러 가지 요소가 서로 조응照應하여 소비자가 구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들 요소 중에 형태적인 면을 본다면, 우리의 도자기는 다분히 만만한 선을 가지고 있다. 그 의미는 너무 화려하거나 조잡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은 평범한 형태이다.
젠 스타일Zen Style의 형태는 지금까지도 가장 보편화되고 ‘잘 팔리는 형태’이다. 이 디자인이 출시된 후 중소도자기 생산업체에서도 역시 이 형태를 유지하면서 유사한 디자인을 생산해왔다. 그것은 이 도자기의 형태가 그만큼 우리나라 국민들에 오랫동안 질리지 않고 사랑받고 있다는 선호도를 보여준다.
한국인의 미적 선호도란, 얼핏 보면, 우리의 눈을 고정시키는 감각적인 곡선이나 화려한 표면의 장식에 있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4~5년 전 마트나 유통업체에 뿌려진 일본그릇이 그것이다. 언뜻 보기엔 그 당시까지의 패턴과는 다른 디자인을 보여줘 높은 판매를 기대 했으나 소비자에게는 그다지 사랑 받지 못했다. 소비자는 의외로 일본색이나 장식적인 디자인을 선호하지 않았다. 그 이후로도 몇몇 수입업체가 일본의 또 다른 디자인을 들여왔으나 저조한 판매율을 기록한 것으로 안다. 너무 독특한 디자인은 소비자를 쉽게 현혹할 수는 있어도 또한 쉽게 놓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즉 화면을 꽉 채운 그림보다는 여백을 선호하는 우리의 전통적인 미감이 선택한 것은 단순하지만 완만한 선이 주는 디자인에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선호도는 이렇듯 구매에 주요 요소로 작용하며, 소비주체의 미적기준에 대한 보편적 취향을 파악하여 디자인에 적용하는 것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다음은 가격이다. 원고의 주제가 디자인에 대한 것이지만 가격을 논하지 않고는 ‘잘 팔리는 디자인’을 말하기 힘들다. 여기에서는 가격과 함께 잘 팔리는 도자기 디자인을 위한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도 하겠다.
보통 가격을 결정할 때는 일반적으로 원가를 먼저 생각한다. 직·간접 재료비, 인건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을 산정한 후 총액을 기준으로 기업이윤을 책정한다. 그러나 이렇게 책정된 가격이지만 소비자들에게는 비슷한 디자인이면 저렴한 쪽을 선택 한다. 설령 디자인이 훨씬 더 우월하다해도 대량 구매 시에는 가격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렇듯 작가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이 가격책정 일 것이다. 보통은 자신의 노동시간, 작품의 만족도, 자신의 수준level을 생각 할 것이다. 그러나 대량생산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다. 작가들이 대량생산의 격을 책정할 때 위와 같은 자기위주의 책정방식을 취한다. 대량생산을 한다면 100% 소비자를 생각해야 한다. 소비자가 원하는 디자인과 그에 부합하는 적정가격은 공급주체가 풀어야 할 중요한 함수관계이다. 소비자는 1원이라도 저렴한 상품을 원한다. 예를 들어 같은 상품에 99cents 혹은 990원의 전략은 소비자의 소비성향을 고려한 전략적인 가격책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작가들은 여전히 “이 정도 디자인이면 1,000원은 받아야지”라는 막연한 산수를 대입한다. 그러다보니 다량의 불량품이 발생해도 생산원가에 포함시키는 그릇된 관행을 낳게 되고, 결과적으로는 단가는 올라가고 가격경쟁력은 후퇴한다. 필자는 문제의 해결책을 불량요소를 최소화하여 가격을 내려 볼 아이디어를 짜내는 방법론을 구축하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좋은 디자인´이 나와서 가격을 책정할 때 원가가 같은 다른 디자인이면 같은 가격으로 책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좋은 디자인이니 만큼 좋은 가격을 받아야지”라고하면 생산자는 터무니없는 가격을 책정한다. 이것은 어쩌면 좋은 제품을 사장시키는 일이 될 수 있다. 같은 가격이라면 좋은 디자인은 시장에서 경쟁력이 생긴다. 그러나 공급주체가 가격경쟁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좋은 디자인도 살아남을 수 없다. 만약 적정한 가격을 수용하면 잘 팔리는 디자인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대량생산경우에 ‘좋은 디자인’의 ‘적정가격’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경험을 해왔고, 그에 따른 해결책을 찾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생산업체로부터 도자기의 디자인을 의뢰 받으면 형태나 표면장식을 생각하기에 앞서 디자인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요소들을 대입한다. 여러 차례의 경험으로 이제는 수학공식과도 같은 진행방법이 되었고, 현재까지의 경험으로는 시행착오를 덜 거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자부한다. 디자인을 진행할 때 먼저 판매대상, 가격대, 유행의 흐름, 의뢰자의 의도 등을 고려한다. 이러한 외부적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은 디자이너의 독단적 디자인 제작은 가장 큰 과오가 될 수 있다.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좋은 디자인’에 이와 같은 외부적 요소를 고려대상으로 하여 여러 가지 변수를 생각하는 복잡한 수학 공식이 되어 버린 것 같지만, 외부적 요소의 수렴이야말로 ‘좋은 디자인’과 ‘적정가격’의 함수관계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안고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 외부적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소량이라도 꼭 판매할 대상지에서 시장조사를 거친 후 생산에 들어가는 것이다. 디자이너는 제품을 디자인 할 때, 될 수 있으면 객관적인 시각으로 모든 요소를 고려하고 독단적인 생각을 앞세우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시장조사는 소비자의 선호도를 조사하고 그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장이다. 대량생산 체제에서는 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고 소비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디자인을 제시하면 업체의 직원이나 관계자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거침없는 의견을 피력한다. 이러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은 디자인 잘 팔리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라는 지름길 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잘 팔리는 디자인은 좋은 디자인일까?’ 필자의 생각엔 두 가지가 엄연히 다르다.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이런 것이 팔리겠어?” 하는 제품도 의외로 높은 판매고를 기록 한다. 착한가격(?) 덕분 일 때도 있지만 마케팅에 의한 판매도 있다. 같은 제품이라도 어떻게 파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제품 하나만을 놓고 팔수도 있지만 포장, 판매방식, 기획에 따라 여러 가지로 응용하여 팔수도 있다.
이와 같은 예로, 필자는 재료의 혼합을 통한 새로운 디자인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도자기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재료를 발견하고 그와 어울리는 디자인으로의 다양한 변형은 마케팅의 돌파구로써 작용하고 있다. 여타재료의 혼합판매는 단순히 상품으로써 판매의 문제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재료의 구성요소를 재편집하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다행히, 소비자들이 이러한 구성을 선호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5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