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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4월호 | 뉴스단신 ]

한국의 친구 여러분
  • 편집부
  • 등록 2011-06-21 11:40:06
  • 수정 2011-06-21 11:4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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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13일 오전 3:12]
정전됐던 전기가 고쳐졌습니다. 수도는 아직 단수입니다. 먹을 것은 시청과 슈퍼마켓에서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제가 살고있는 도시의 낡은 집이나 담은 많이 훼손돼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가 들어와서 안심입니다. 아직 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친구 여러분. 걱정을 끼쳐 드렸네요. 저는 살아 있습니다. 부인도 두 아들도 무사건강합니다. 공방의 작품들이 지진으로 많이 깨졌습니다. 개인전을 앞두고 있는데 걱정입니다. 집 지붕도 깨졌습니다.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 때 웃음이 나올 수 있도록 지금은 최선을 다하려 합니다. 한국의 친구 여러분. 살아 있는 것이 감사합니다.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월 15일 오후 12:18]
Never give up Japan! Never give up Michinoku! Never give up Fukushima! Never give up Ibaraki! Never give up Friends!

 [3월 24일 오후 6:46]
방사능 수치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비바람이 치면 수치는 조금 바뀝니다. 우선은 안심입니다. 괜찮습니다. 오늘은 한국 드라마 ‘파스타’의 최종회를 보았습니다.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다행입니다.

 지난달 본인의 소셜네트워크SNS에 평소 친분있는 한 일본도예가가 메시지를 남겨왔다. 지진 피해가 큰 이바라키현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그에게 안부 메시지를 보낸지 몇일이 지난 후였다. 내용상으로는 일단 안심했다. 그가 겪고 있는 충격과 고통의 깊이를 헤아릴 수도, 나눌 수도 없는 상황에서 더 이상 상세한 안부를 묻기는 힘들었다. 다만 그곳에서 함께 나누었던 추억을 되새기며 심히 안타까워 할 수 밖에 도리가 없었다.
몇 해 전, 그의 작업실에서 동료 젊은 도예가들과 몇 일 밤을 지새우고 이야기꽃을 피운 기억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또 인근의 도예마을, 학교, 미술관 등을 함께 둘러 본 기억도 아직 생생하다. 특히 밤사이 친구가 돼 하룻밤씩 초대해준 동료 도예가들에게 잠자리 신세를 진 기억은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감사함으로 마음에 남아있다. 이바라키 지역 곳곳에서 둥지를 틀고 흙작업을 하며 삶의 터전을 이룬 그들의 작업공간은 우리 젊은도예가들이 선호하는 도심 속 깔끔한 작업실과는 사뭇 다르다. 지어진지 50년이 넘어 거미줄이 가득한 허름한 공간에서 들고양이와 함께 지내며 흙을 빚는 젊은도예가 부부의 한없이 행복한 미소와 헤어지는 날 3시간이 넘는 거리를 배웅하며 품 속에서 꺼내준 작은 찻잔 선물은 어느 곳, 누구에게서도 느끼지 못했던 잊지못할 가슴 따뜻한 추억이다.
이렇게 고운 추억을 주었던 그곳에서 그들이 속수무책으로 겪은 무지막지한 재앙과 캄캄한 파국은 할 말을 잃게 한다. 인간의 안락과 문명이 얼마나 불운이고 무명한가를 깨닫게 한 커다란 사변이다.
그의 메시지에 담긴 ‘자신의 고통이며, 친구의 고통이고, 나라의 고통임에도 극한을 이겨내고자 최선을 다한다’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TV드라마를 켜는 그의 모습에 한없는 마음의 안부를 담아 예의를 전한다.

 

 

 

 

 

김태완 월간도예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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