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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월호 | 특집 ]

미술감상의 즐거움 찾기
  • 편집부
  • 등록 2011-04-12 13:32:26
  • 수정 2011-04-13 10: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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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숙

아트세인Artsein 대표, 미술비평

 

우리나라의 GDP가 증가하며 급속히 시대가 바뀔수록 문화산업은 국가성장의 주요한 화두가 된다. 기업은 단순히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로써만 성장을 상징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와 예술을 접목할 때만이 급성장하게 되는 시대가 도래하였다. 이와 같은 시대에 예술을 창작하는 것은 물론 예술을 감상하는 것 역시 시대를 이끄는 힘이 된다. 감상Appreciation의 사전적 의미는 ‘예술작품을 깊이 음미하고 그 미적인 내용을 이해하며 즐기는 일’이다. 악기를 연주하지 않아도 음악감상을 할 수 있으며, 시를 창작하지 않고도 문학감상이 이루어지며, 춤을 추지 못해도 무용감상은 이루어지듯이, 그림을 잘 그리거나 도자기를 만들지 못해도 미술감상은 이루어진다. 예술가가 되지 않아도 예술작품을 잘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이 없을까? 이 질문을 바탕으로 미술감상의 특성, 태도, 기술을 살펴보고, 미술애호가가 되는 방법을 제시해 본다.

 

미술감상 개념 및 특성
서양미술사에 있어서 미술의 기원은 라스코 동굴벽화 혹은 알타리마 동굴벽화로부터 시작된다. 한국미술사에서의 그것으로는 신석기시대 빗살무늬토기가 대표적으로 언급된다. 19C 이전의 미술은 종교적 기능, 주문 장식 미술 등 기능적 미술이 역할의 주를 이루었다. 순수한 미술감상의 대상으로 작품이 선택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 결과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된 14C 종교미술을 보면 모든 작품이 비슷해 보이는 것이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인상파 이후의 미술작품에서 비로소 진정한 감상이 시작된다. 미술가의 철학, 주관적 미술개념, 기존 미술과의 차별화 등을 통해 미술에서의 작품감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감상의 본질은 감동과 감명에 있으며 설명을 초월하는 경지이다. 고흐가 램브란트 [유대인신부The Jewish Bride] 작품 앞에서 스탕달신드롬Stendhal syndrome을 경험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고흐처럼 순수하게 감동받기는 어렵다. 오히려 현대미술 작품 앞에서 한 없이 작아지는 존재감을 느낄 뿐이다. 비록 작품을 보고는 있지만, 아무런 감동도, 생각도 없이 머릿속이 하얀 백지장처럼 느껴지는 때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감상의 본질은 감동이므로 지적 이해는 어디까지나 부수적인 것이다’라고 치부하며 감상에 대한 사전적의 의미를 부여하는 태도는 미술감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어느 작품 앞에서 작가에 대한 정보나 혹은 미술장르에 관한 어떠한 이해도 없이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것처럼 결코 쉽지만은 아니한 일이다. 현대미술작품에서는 다빈치코드에서 암호를 해독해가듯 미술작품에서 몇 가지 해독을 통해 작품을 이해하고 즐기는 방법을 찾아보자. 
 
주제 탐색
현대미술의 아버지 폴 세잔Paul Cezanne 작품 앞에 서보자. 세잔은 다양한 색채, 형상 주제 및 회화 기법상의 실험으로 피카소와 마티스를 비롯해 이후 여러 세대의 화가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작가이다. 세잔의 사과는 그 이전 미술가들이 그린 사과와는 다르다. 생투비투아르산을 그린 그림도 외형이 닮은 산이 아니었다. 세잔은 인물을 그리기 위해 모델을 몇 일 동안 앉아 있게 하는가 하면, 백 번 이상 그리고 수정하기를 반복하면서 ‘그림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것이어야 하느냐’를 본질적으로 묻고 있다. 색채예술의 마술사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대표작 「춤Dance」은 삼원색이 강렬하게 어우러져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며 춤추는 사람들은 무한한 우주세계로 확장된다. ‘본다는 것’을 넘어 ‘느끼게’ 해준다. 현대 미술에 비하면 세잔과 마티스의 작품은 고전에 속한다. 그렇지만 기존 미술질서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술을 구축하고자 하는 실험적인 태도는 우리시대 미술가에게 큰 본보기가 되고 있다.
현대 미술감상의 키워드는 작가의 개념의식을 파악하는 것이다. 마르쉘 뒤샹에서 시작된 개념미술은 어느 장르에서든 통용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어 오고 있다. 앤디 워홀은 직접 사인하지 않는 실크스크린 작업을 다수 수행했다. 개념미술의 대가 도널드 저드는 직접 만들지 않는 특수한 오브제를 자신의 작품으로 전시하였고, 제프 쿤스와 데미언 허스트는 자신이 직접 만들지도 그리지 않는 작품에 사인을 한다. 일반인이 감당하기에는 혼란스런 부분이다. 작가의 영혼과 땀의 산물이어야 할 고귀한 작품이 예술가의 손을 거치지 않고 완성되었다는 사실에 격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이 개념미술의 일부분인 것이다. 현대 예술가들이 즐겨 사용하는 개념미술의 특징은 작가에 의한 최초의 드로잉이다. 종이나 컴퓨터에 그려진 드로잉과 머리 속 드로잉이 포함되는 것이다. 작가의 주제의식은 작가의 손을 필연적으로 거쳐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단계를 극복하면 미술감상은 쉬워진다.

 

구성 탐색
미술작품의 구성은 인체의 골격과도 흡사하다. 미술의 기본요소인 선, 색, 형태를 아우르는 구성을 건축적 특성으로 말해 보자. 건물을 짓는다는 것은 설계를 하고 대지에 구조물을 설치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미술작품도 드로잉을 시작으로 캔버스와 공간을 선택한 후 특정한 재료를 가지고 그리고 만들며 색을 칠한다. 건축가가 그러하듯이 견고한 화면구성과 조형비율 등을 염두에 둔 작업진행은 예술가의 철저한 개념의식에 따라 진행된다. 이우환의 ‘바람시리즈’, ‘조응시리즈, ‘점시리즈’는 점과 선으로 구축된 공간이다. 제한된 캔버스에 점의 두께, 색상, 그리기 흔적, 공간과의 조화가 완벽하게 이루어져 좋은 작품으로 평가 받는 것이다. 백남준의 비디오조각은 TV모니터 한 대에서 수십 개를 연결하여 ‘인체 형상 시리즈’을 만들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다다익선」이 탄생하였다. 조화로운 구성은 응집력을 갖고 탄탄하게 완성된 작품으로 구축된다. 건축은 거대한 조각과도 같다. 

 

전시장 산책 - 직접보고 느껴라
미술감상의 입문 3단계는 첫째, 지속적으로 미술작품에 접근하기 둘째,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기 셋째, 고정관념에서 탈피하기 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상에서 음악을 감상하는 한편 노래방에서 적극적으로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콘서트나 음악회에 가지 않아도 CD, 컴퓨터, 핸드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음악과 마찬가지로 미술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접 원본을 보며 감상하는 것이다. 음악도 라이브로 감상할 때 감동이 배가 된다. 미술 또한 전문서적, 팜플렛, 인터넷 사이트에 무수한 작품 이미지를 볼 수 있지만 직접 보는 것에 비하여 감동까지 받기란 여간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전시장에 발을 디뎠다면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길 바란다. 블럭버스터급 전시일수록 도슨트 설명이 일반화되어 있어 작품감상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설명부터 먼저 듣는 것은 지양하기 바란다. 영화 평을 읽고, 주변에서 먼저 본 관람자의 말을 듣고 감상하는 영화는 싱겁다. 이해하지 못하는 분야라도 전시장에서는 작품과 먼저 대면하자. 설령 난해한 설치미술이나 추상화라도 나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후 도슨트의 설명이나 해설지 등을 참조한다면 효과적인 감상 프로세스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미술은 아름다워야 한다’ ‘잘 그린 그림이 최고다’ 등등의 선입견을 과감히 버릴 것을 당부한다. 기존에 교육받고 고정화 된 미술에 대한 인식을 버릴 때 현대미술감상은 시작된다.
 
스마트한 전시감상 - 인터넷, 스마트 폰 등을 활용하자
바쁜 현대인에게 전시장 관람만을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비록 백문이불여일견百聞以不如一見이기도 하지만, 차선책으로 현대인의 생활 트렌드에 맞춘 전시감상을 적극 권장한다. 인터넷에는 미술관과 갤러리들의 홈페이지를 비롯하여 미술전문 포털사이트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미술동호인을 위한 카페, 블로그도 적극적이다. 필자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작품이미지, 작품비평, 작가정보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트위터Twitter와 페이스북Facebook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또한 스마트 폰으로 어플Application을 받아 국내외 유명 박물관, 미술관 그리고 주요전시를 한 손에서 볼 수 있다. 스마트한 작품감상이 대세이다.

 

예술가와 친해지기 : 작가, 갤러리리스트 등
미술감상에 있어서 1차적으로 작품을 직접 보는 것과 자료로 통해 간접적인 방식으로 접하는 단계를 넘어, 보다 실질적인 감상이 되는 적극적인 방법을 제시한다면, 예술전문인과 가까이 하는 것이다. 예술가 지인들을 통해 작품감상을 많이 할 수 있음은 물론 때에 따라서는 작품구매까지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작품감상과 더불어 예술가를 직접 만나는 시간을 늘리다 보면, 가을볕에 홍시가 익듯이 미술감상이 무르익어 갈 것이다. 특히 전시 오픈식에 참석하여 작품을 감상할 것을 권한다. 작가를 만날 수 있음 물론 작품 설명까지도 들을 수 있는 기회이다. 뒤풀이에 참석까지 한다면 작가를 인간적으로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작가 외 미술전문가(큐레이터, 디렉터, 비평가, 미술교육자 등)와 접촉하는 것도 미술감상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미술감상자에서 미술애호가로
- 일상에 미술작품을 입혀라 : 달력, 스카프, 소지품, 명함케이스, 안경케이스 등
미술감상을 위해 시간을 단축하는 방법 중 하나가 미술품을 가까이 하는 것이다. 미술작품이 비싸다고 생각한다면 아트상품으로 먼저 시작해보길 권한다. 책상 위 데스크 달력, 펜 꽂이, 메모지, 명화비닐 등을 미술작품이 응용된 상품으로 채운다.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 전당, 리움미술관 내 아트샵에도 있고 인사동이나 삼청동, 홍대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 미술작품으로 선물하기 : 아트포스터, 생활그릇, 저렴한 판화 등
오래 전에 읽었던 가수 노영심의 [노영심의 선물]책이 인상적이었다. 받는 사람의 특성과 정성이 담긴 선물은 특별함으로 포장되어 가치를 높여주는 것이다. 이와 같은 선물에 미술작품이 제격이다. 가격이 비쌀 것이라는 선입견을 버리기 바란다. 저렴한 품목으로는 유명 명화나 특정 공간에 어울리는 테마가 있는 아트포스터가 있다.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가게에는 그에 적합한 그림을, 직원들의 문화적 향유를 위해서는 회사 내에 밝은 계열의 명화그림을, 아이들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가정집에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그림을 걸어보자. 아트포스트보다 진일보한 작가의 작품을 원한다면 판화를 추천한다. 작가에 따라 가격은 다양하지만, 유명작가의 원화를 실크스크린으로 작업한 판화나 컴퓨터로 한정 수량 출력한 디지털판화도 대안이다. 직접 사용하거나 선물하기 좋은 작품 중에 하나가 생활 그릇이다. 저렴한 가격부터 있어 가격 선택의 폭이 넓고 적절한 가격으로 예술을 즐기고 좋은 사람에게 선물할 수 있는 아이템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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