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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2월호 | 뉴스단신 ]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 - 이인범
  • 편집부
  • 등록 2011-04-12 12:13:57
  • 수정 2011-04-13 10: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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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 정리_본지 편집부

 

한국도자재단(이사장 강우현)은 지난해 말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으로 이인범 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이인범 총감독은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미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터를 비롯해 광주비엔날레 중장기발전계획 연구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한국예술연구소 수석연구원을 거쳐 상명대학교 조형예술학부에서 교수직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2009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을 역임하며 근대적 ‘공예’의 개념에서 벗어나 큰 틀의 ‘공예’ 이념 아래에서 인공의 지평 일반이 안고 있는 과제들을 재고해 이 시대 공예의 새로운 비전을 성공적으로 제안한 인물이다. 그가 이번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지휘를 앞두고 작금의 우리 도자예술 세태를 어떻게 파악하고 해석해 풀어내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이 인터뷰를 통해 총감독을 맡게된 소감과 비엔날레의 주제해석과 기획방향 등을 들어보자.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 임명 소감


마음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2009청주비엔날레 감독직을 벗은 것이 엊그제인데 다시 맡게 되는 것부터 부담스럽다. 애초에 뜻을 두었던 국립현대미술관 일을 접은 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미술현장이나 제도에 대한 나의 관심은 일과성 비엔날레보다는 항시적인 뮤지엄제도 쪽에 실려있는 것 같다. 국립미술관 하나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나라에 살면서 비엔날레는 왠지 덧없고 공허하게도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총감독을 맡게 된 것은 현 한국도자재단의 강우현 이사장의 재단 혁신작업이 성공하기를 기대하는 간절한 바램에서이다. 남이섬에서 이미 좋은 선례를 보인 바 있는 강우현 이사장의 시도가 그동안 무모하고 욕심 많은 문화행정으로 얼룩진 문화와 예술계에서도 새로운 희망이 되었으면하는 마음이다. 그러니 굳게 다짐하는 것이 있다. 비엔날레 허상을 깨고, 무릇 비엔날레라는 행사 진정하게 우리의 행복을 도모하는 지혜로운 장치로 소프트랜딩 시킬 획기적인 전기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광주, 청주, 부산, 경기, 상하이 등 여기저기서 비엔날레들이 연이어 창설되며 말만으로도 환타지를 갖게 하고 막연한 정치사회적 기대 속에 거대한 예산을 퍼붓던 10여 년 전 출발당시 상황과 지금의 환경은 크게 다르다. 폐쇄적인 지역문화를 세계 시민사회에 편입시키는 등 지형에 커다란 변화를 이끌게 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지만 그렇다고 이 땅의 비엔날레 운영이 수긍할 만한 것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일었던 국제비엔날레를 둘러싼 거품들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문화적 차원만이 아니라 교육, 관광, 산업, 정치, 사회, 경제 등 다양한 삶의 세계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여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지와 설득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한 어떤 문화행사도 그 존립 근거 자체가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 이번 2011 비엔날레 예산은 예년의 3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그러나 감독으로서 아쉽다기보다는 오히려 다행으로 생각된다. 진정한 문화행사란 돈이 아니라 창의력, 상상력, 열정의 산물이며, 누가 뭐래도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좋은 선례로 자리매김 될 기회라 보여지기 때문이다.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주제는 ‘불의 여행journey from fire’이다. 총감독 선임 이전에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는데 흡족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총감독을 맡기기 전에 주제를 정하는 일은 분명히 앞뒤가 바뀐 일이다. 비엔날레에서 주제란 감독으로서 내걸 수 있는 많지 않은 깃발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유쾌한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다른 조건들에 비하면 주제가 그다지 결정적인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높이 혹은 낮게 내거는 여러 깃발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도자예술을 ‘흙’, ‘불’, ‘손’ 등 소재, 기법 등 같은 말로 제유적으로 지시해온 그동안의 관행의 연속이라는 점에서 이번 주제 역시 동어반복적이다. 지난 번 2009 비엔날레의 ‘불의 모험’의 연장선상에서 읽혀 참신한 맛도 시사적인 느낌도 떨어진다. 그렇지만 의미를 부여하자면 ‘불의 여행’이란 2011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의 주제는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몇 가지 점에서 주시해서 볼만한 매력적인 문제의식들을 던지고 있다.
우선은 ‘여행’이란 그 자체가 정처없는 인간활동이다. 그런 점에서 ‘불의 여행’이란 슬로건 아래 종래와 같이 도자예술의 고유성을 예찬하거나 장르자체에 몰입하지만은 않게 되리라 예견된다. 무릇 여행들이 그렇듯이 아직 도자예술의 여행이란 어떤 경유지를 거칠지, 어떤 목적지에 이르게 될지도 불확실하다. 그것이 단지 공간적인 것이 될지 아니면 시간여행도 포함하게 될지, 계획적인 것이 될지 유목적 유랑이 될지도 불분명하다. 그래서 도자에 관한 닫힌 정의에 익숙한 사람들, 그 전통을 고수하는 일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하는 완강한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는 조금은 염려스러운 일로, 아니 불안감이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되지 않을까도 생각된다.
주제의 의미에 매어서만이 아니더라도 특히 근대이래 도자를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그 무엇으로 받아들이며 신비화시켜 온 사람들, 과거의 ‘도자의 왕국’에 안주하며 정주적 사고방식에 젖어 새로운 시대정신에 눈감고 있는 적지 않은 한국인들의 도자관, 전통관, 예술관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는 버전의 용기있고 창의력 넘치는 도자세계를 조명하고 일궈내는 일이야말로 우리나라 도자의 발전을 위해 이번 비엔날레에서 프로젝트로서 설정하지 않으면 현실적이고 살아있는 문제라 생각한다.
도자의 장르 내적 문제로든, 인간의 자기 정의와 관계된 문제로든 전통 혹은 정체성에 대한 예찬이나 신비화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자기도취이거나 기만이다. 그러니 비엔날레의 몫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들을 쟁점화하고 다시 자리 자리매김하여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야말로 비엔날레라는 제도적 장치에 주어진 임무이며, 궁극적으로는 미래를 향해 그리고 풍성한 자기 정체성 구축을 향해 상상력과 창의력을 개방하는 일이 비엔날레의 임무라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 들여다보면 2011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는 ‘만남을 찾아서,’(영어표기로는 ‘outside the box’)를 주제로 삼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박스를 깨고 밖으로 나가 숱한 타자들과의 만남을 찾아서 ‘공예’의 월경을 시도하고자 했던 지난 2009청주비엔날레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때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혀 실현시키지 못했던 일들까지 이번에는 과감하게 실천하는 장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러니 그때 만났던 일련의 비판이나 저항들, 그리고 시련들과 고스란히 다시 마주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2011 Gyunggi International CeraMIX Bienalle’라는 비엔날레 영어명칭에서 등장한 ‘ceraMIX’라는 조어의 개념은


한 마디로 말해 작금의 상황에 대한 도자ceramics의 위기위식이 반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적극적인 자기혁신과 새로운 도자의 비전에 대한 한국도자재단의 확고하고도 기지에 찬 의지의 표명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단지 말장난이 아닌 것은 오늘날 도자문화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인류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문화와 삶을 담는 용기의 전통만큼이나 유구한 전통을 지닌 인공물도 발견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그 오랜 세월 속에서 인류문화의 정점에서 인류가 개발한 하이테크놀로지로서 위상을 누려 온 도자문화에는 인간의 삶의 역사와 이상이 각인되어 왔다.
그렇지만 오늘날은 영화로웠던 세라믹의 과거 기억이나 전통에 대한 맹신만으로 자위하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다. 우리 세대가 몸담아 살고 있는 이 시대는 결코 그러한 도자문화에게 유용성이나 예술성에서도, 더 나아가 생산성이나 가격 경쟁력 그리고 인간의 삶의 다양한 조건들 그 어느 것에서도 더 이상 그다지 우호적이라 할 수도 없다. 그러니 도자예술은 단지 과거 집착이나 수구만으로 생존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새로운 디지털문명과 후기산업사회의 나날이 급변하는 삶의 조건들 속에서 새로운 혁신을 기획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리고 그 출발은 외부 즉 도자 바깥세상의 다양한 예술장르들이나 삶의 세계와 만나 뒤섞이고 접속하여 오늘날 인간들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서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수사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략이라 생각한다. ‘ceraMIX’가 ‘ceramics’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줄 것이라 믿는다. 비엔날레는 진실을 향한 그 용기있는 실험장이 되면 될 것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1.02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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