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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월호 | 특집 ]

도자 디자인 + 도자 디자이너 + 미래
  • 편집부
  • 등록 2010-10-11 11:3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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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미 프리랜서 디자이너 겸 전시기획자

 

도자기, 제품 디자이너로 현장에서 일해 온 체험과 강사로 교육을 하면서 접한 ‘도자디자인’에 대해 수필처럼 읽어 내려가도록 글을 전개하겠다.
본인은 1985년 학교를 졸업하고 도자 제조업체 디자인실에 입사했다. 회사는 식기에서부터 인형까지 제조하는 규모가 있는 회사였고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도자기를 전공하고 취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고 조직이 갖추어진 일부 3-5개사 외에는 디자이너를 채용할 수 없었던 환경이었다. 연수를 세어보니 도자디자인을 본인의 일이라 생각하고 같이 생활한지 25년! 중간에 도자기의 무료함과 느림에 지쳐 잠시 눈을 돌리고 한 켠에 꼭꼭 접어둔 적도 있다. 패션, 프로덕트 디자인 등은 해마다 새로운 얼굴과 형태로 변화하고 소비자에게 말을 걸며 소통하는데 도자기의 위치는 작게는 인테리어 소품, 크게는 건축물까지 적용되는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묵묵히 알 수 없는 생각이 가득한 채 어디론가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런 갑갑증을 조금은 해소해줄 만한 일이 있었다. 회사에 재직 중인 1987년 모 기관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중에 도자업체 디자이너를 대상으로 하는 디자인개발 프로세스에 대한 워크샵이 있었다. 2개월에 걸쳐 진행된 워크샵은 경영 방침에 따른 디자인 개발과 디자인 분석, 디자인 개발 방향 설정 등의 프로세스를 연수하고 발표를 하는 과정이었고 도자분야 외에 스테인레스 스틸 업체 등 다른 분야의 제조업체 탐방과 동종업체의 시장조사와 분석, 이론과 실기가 병행되어 실질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디자인 분석과 방향설정까지 할 수 있어서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이때부터 디자인 개발이 눈에 보이는 몇 가지 근거에 의해서가 아니라 회사의 경영방침부터 소비자의 분석, 사회의 변화까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였고 디자인을 구상할 때 현재까지도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이러한 프로세스는 모든 제품개발에 기본적으로 적용되고 있고 도자분야에서의 활용이 늦어진 편이다.
한국의 산업도자기 디자인은 80년대에는 바이어가 제안하는 디자인을 생산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고 이때 오더를 위해 가져온 디자인을 보고 유럽의 디자인의 경향을 판단했고 그것을 근거로 디자인을 재구성하여 제안하고 수출하기도 했다. 외국의 트렌드 전문 회사에서 정보 판매를 위해 기업체에 상담하기도 하였지만 극히 일부였다. 또한 도자 분야의 디자인 정보는 직접 마켓을 다니며 확인하거나 규모 있는 업체에서 개발한 디자인을 모델삼아 변경 하는 정도였고 공예에서는 전통기법을 사용한 실용성이 적은 공예품이 약간 유통되는 정도였다. 도자기 디자인이라는 단어도 생소하였다. 독일의 경우 도자기, 유리의 디자인, 생산 정보를 알 수 있는 박람회가 있었고, 서적으로는  『porzellan & glas』가 대표적이었으나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인 도자 시장의 불황으로 폐간되고 현재는 『stil & markt』으로 통합되었다. 이러한 디자인 개발을 위해 필요한 정보와 업체에 관한 외국 서적은 개인이나 소규모 업체에서는 더더욱 구입이 어렵거나 불가능하였다. 지금은 해외에서 열리는 디자인트렌드 박람회가 끝나기 무섭게 며칠 후 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게시된다. 물론 깊이 있고 상세한 정보는 유료이다. 국가차원에서도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으나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디자인을 표방하면서도 깊이있는 접근과 실질적인 성과는 낮은 상태로 아직은 표면적인 성장으로 그치고 디자인의 국제화가 준비되지 않아 현실에 맞지 않는 제품 전개 등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70년대 말, 80년대 초 소규모 공방이 ‘생활도자’를 소량씩 만들며 운영되었으나 미미하였다. 도자전공 출신에 의한 디자인 제품의 시작은 1990년대쯤이 아닐까 생각된다. 인터넷 환경의 개선으로 정보의 신속한 확산, 디자인의 중요성 인식과 다양해진 소비자의 취향 등, 여러 환경적 요소에 의해 마케팅 분석, 디자인 트렌드의 적용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90년대 말에는 도예과를 졸업한 개인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만들고 개성이 있는 디자인을 점차적으로 시도하여 1차적인 정착은 2000년대라고 생각된다. 각 대학에서도 시대의 흐름에 낙오되지 않게 도자공예과가 도자디자인을 강조하는 명칭으로 전환되기 시작하였고 특성을 찾기 위해 방안을 강구하면서 변화를 추구하였다.
해마다 개최되는 도자기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소비재 박람회로는 프랑크푸르트 소비재 박람회Frankfurter Messe Ambiente가 있고, 세계적인 인테리어 용품 박람회인 프랑스의 메종오브제Maison & Objet, 대표적인 페브릭 박람회 하임텍스틸Heimtextil 등의 박람회가 있다. 박람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1990년 2월 재직 중일 때이다. 회사에서 박람회에 출전를 위해 프랑크프르트에 출장을 떠났고 아마 도자기 제조회사들 중에 디자이너로 박람회 참관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박람회는 유명세에 맞는 전시장의 규모를 자랑했고 참관한 유명 도자 업체들의 제품과 디자인의 다양성과 고품질에 놀라웠고 디스플레이의 자연스러움과 세련됨의 조화에 또 다시 감탄을 했다. 로젠탈Rosenthal을 방문하여 로젠탈의 식기에 가벼운 식사와 함께 진행되는 바이어와의 상담 방식도 새롭게 다가왔다. 당시 한국의 도자업체는 인건비 상승, 저가 외국 상품의 도입 등 수출 환경조건의 악화로 국내 시장을 위한 디자인 개발로 전환하여 개발이 한창이었다. 소비자도 국내 도자제품의 선호도가 점차적으로 상승하는 시기였다고 생각된다. 유럽의 도자기 산업은 역사가 길며 연구와 큰 발전을 거듭하여 이미 세계적인 브랜드의 대부분 차지하고 있었고 도자기가 식기뿐만 아니라 장신구, 인형, 타일의 디자인 개발도 산업적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었으며 한 부분에서 전통적인 디자인의 현대화 과제를 풀고 있었다. 전통적인 디자인도 산업적인 면에 기반을 둔 디자인이었다. 그 뒤로 몇 년 간격으로 2번의 관람을 하였으나 벽은 높아만 보였다. 일본의 선물용품 박람회, 도자 신제품 발표회에서 본 도자디자인도 다양성과 높은 완성도, 일본적인 특성으로 뭉쳐진 갖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겨나는 상품성을 과시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의 도자디자인은 어떤 모습인지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산업도자는 길지 않은 역사와 경험치가 전부지만 지금까지 만들고 이어져오는 디자인은 없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디자인은 있는가? 국제적인 공모전에서 도자 디자인으로 참가하는 디자이너는 있는가? 한국의 도자 산업은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평균이상의 발전을 하였지만 자체 디자인으로 외국시장으로 얼마나 진출하고 있는지 자문하였다.

외국의 공모전에서 재미있고 신선한 아이디어로 도자 디자인 부분에 입상을 하는 경우는 프로덕트 디자이너, 인테리어 디자이너를 주로 보곤 했다. 최근에 외국의 ‘디자인’부분에 도전하고 입상을 하는 도자디자이너가 있어 반갑기만 하다. 공모전 입상은 한편으로는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진출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유럽의 디자이너들은 본인의 포트폴리오를 박람회에 들고 가서 참가한 업체와 직접 상담하기도 한다.
도자의 오랜 역사를 긍지로 삼고 있지만 도자 디자인의 존재감 있는 ‘역사’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 현재 한국의 도자디자인은 어디에 있으며 무엇을 향해 가고 있을까? 2000년대에는 유럽의 전통과 기술력을 자랑하는 도자업체들도 도산과 축소, 병합을 하며 생존하고 있다. 중국 저가 제품의 힘일까? 그 영향은 무시할 수 없다. 중국도 유럽, 일본의 OEM을 통해 중국의 제품도 90년대 이후 큰 발전을 했다. 중국도 자체 인건비 상승, 보다 체계적인 경제구조를 갖추게 되면 저가의 특권이 사라질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도자의 경우 인건비 지출이 큰 업체들은 운영과 유지가 쉽지 않고 1인 또는 2인, 5인 이하가 소량생산으로 움직이고 자신만의 감수성과 제작기법을 가진 작가들의 분포는 증가 추세이다. 유럽의 경우 다양한 기법과 독특한 개성을 가진 작가, 디자이너들이 실질적인 판매를 하며 해마다 개최되는 크고 작은 박람회, 디자인페어에 디자인 제품을 출품한다. 일반인이 구매하기에 무리가 있거나 어려운 가격도 아니다.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하면서도 작가의 개성이 충분하게 나타나 있는 디자인이 대부분이다. 아직 국내에는 몇 개월에 거쳐 만들어진 거대한 작품에 조명을 설치하고 이것을 조명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을 본다. 디자인은 몇 개월에 거쳐 생각을 하고 신속한 기간에 생산하고 처음부터 제품에 대한 기획을 구상하여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 제품을 적정한 기간 안에 어느 정도의 수량을 제작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과 디자인은 출발점이 다르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8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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