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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4월호 | 특집 ]

유리예술과 도자예술의 상관관계
  • 편집부
  • 등록 2010-04-30 11:48:16
  • 수정 2010-07-01 11: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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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리예술과 도자예술의 상관관계 _ 홍성환

유리예술과 도자예술의 상관관계
| 홍성환 유리예술가

유리와 도자의 그간 정리된 학술적, 기술적 자료 등을 총망라하여 함축된 의미의 상관성을 설명하기에는 그 주제의 설명이 방대하고 약간은 무거운 소지의 객관적인 논제로 흐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결론에 도달하려는 태도보다, 서로 밀착된 연관성을 토대로 관조적인 견지에서 내다본 자유분방한 예술적 접근으로의 가능성만을 차근차근 짚어보려 한다. 누가 알겠는가? 말미에는 필자의 예상도 뒤엎는 진보된 해결방안까지도 각자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환상에 이제부터는 의자 등받이를 조금 더 뒤로 젖히고 손에 든 남은 커피의 양을 간간이 확인해보는 과정으로 풀이해보고자 한다. 1980년대 중반 도예학과에 재학 중이던 당시 필자에게는 소성 중 나타나는 유리의 점성과 그 변화의 과정이 유약이 지녀왔던 전통적 형태에서 새로운 조형적 요소로 유도하려는 원초적 호기심이 발동했고, 특히 유리가 지니고 있는 물성과 기술적 문제해결에 적지 않은 즐거운 시간을 투자했던 경험과 이에 축적된 기술을 기초로 이 문제를 다루어 보았다. 당시 국내에서는 현대도예라는 주제를 기수로 현대미술의 커다란 흐름 속으로 행보를 거듭하려는 움직임이 도자예술 안에서 전개되어갈 무렵, 유리예술은 교육 서비스뿐 아니라 전문작가들을 위주로 한 미술활동이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전무했던 상황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늘날 이들의 노력과 시대적 관심의 댓가로 유리예술의 저변확대는 물론, 점진적인 유리 교육시설과 기관의 확장으로 당당하게 도자예술과의 상호관계까지도 현실적으로 거론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근래에 소수 세라믹 예술가는 유리와 도자의 상관관계와 그 호환성에 주목하여 새로운 작업형태로서의 전환의 기회를 꾀하는 듯하며 예술적 표현매체로서의 역할과 가능성에 입각한 일련의 현상들로 이들의 상관관계는 필자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에게도 관심의 대목이 될 것이라 추측된다.
유리나 도자는 재료적 특성과 그에 따른 기술적인 요소에 상호의존도가 큰 표현매체로서 특별한 제약을 전제로 하는 고난이도의 예술이라고 일컫는다. 따라서 이러한 배경으로 그들의 주재료에 대한 자부심도 내재하고 그로 인한 약간의 배타적인 심리도 존재하는 듯 하며, 그에 따른 미적 평가와 관점 역시 독립적이고 특수할 것이라는 섣부른 판단도 해볼 수 있다. 어쩌면 유리와 도자의 대표적인 주재료들을 물질 상호관계의 동질적 맥락의 일환으로 접근하여 갤러리 전시대 위에 나란히 진열해 놓고 조명하는 시각의 한편에서는 관대하고 친밀한 분위기로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유리와 도자를 하나의 공통분모로 묶어 정의하려는 발상에는 어쩌면 미운 오리새끼 한 마리를 곁에 두고 있는 것과 같은 은근한 거리감도 상호간에 부분적으로 대립한다고 느낀다. 이 부분에서 필자가 80년대 도예계열에서 심심치 않게 들어왔던 ‘외도’ 그리고 ‘타재료’ 등의 단어들이 규모와 의미가 방대한 ‘도자조각’, ‘환경도자’, ‘도벽’, ‘세라믹’, ‘오브제’, ‘건축도자’ 등의 용어전체보다 더 무겁고 거북한 존재였을 것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한다. 접근할 수 있는 사실은 이러한 시대의 구조적 환경과 그 잔류에 맞서서 표현매체의 확장으로 향하는 순수한 작가의 열정을 할애하면서까지 대적할 이유가 없음을 상기했으면 하는 바이다. 

유리와 도자가 주도하는 주재료의 물질적 특성과 작업공정이 작품표현에 미치는 상당한 영향력을 제공하는 데는 공감하고 있다. 도예에서는 일반적으로 점토의 선별부터 소성에 이르기까지의 전체공정을 이해하고 재료의 성격에 따라 세밀한 부분으로부터 준비와 노력을 기울이는 자세까지도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환경설정이라고 많은 작가들이 생각하고 있다. 근래에 와서 이러한 전체공정의 이해와 실천이 유리와 도자작가들의 표현중심적 사고의 관점에서만 입각했을 때 얼마만큼 큰 의미를 지닐지는 모르겠으나, 서로 신선한 재료를 접하게 되면서 깨우쳐야 하는 수많은 공정과 노력 또한 새롭게 극복해야 할 것이다.  
 
제한된 측면도 있으나 유리는 도자소성용 가마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유리소성온도가 도자의 초벌구이 정도에서 이루어지며 서냉과정에 각별한 주의만 요한다면 도예작업환경에서도 유리작업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무모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도자용 가스 그리고 등유가마를 사용하여 유리작업을 한 필자의 대학시절 선례도 있다.(당시 전기가마가 일반적이지 않았으므로) 이렇듯 가마소성은 적절한 온도의 구성과 사용목적에서의 차이점이 나름대로 존재하나 유리와 도자 모두 공감하고 있는 필연적이고 민감한 제작공정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또한 몇몇 제한된 유리기법이겠지만 실질적인 유리작업에 쓰이는 부 재료들도 도자와 상당히 유사하다. 석고, 규석, 활석, 흙, 기타 금속 산화물 등 필요한 대부분의 재료와 설비, 심지어는 간단한 도구까지도 도자기 작업실로부터 하나 둘 찾아 쓸 수 있다. 2008년 청강문화산업대학 이항렬 교수의 기획으로 필자가 행사진행을 의뢰받아 담당했던 ‘도예디자인과 주최 - 유리 블로잉 제작시연glass blowing demonstration’는 좋은 예가 될수있다. 행사에 필요한 설비는 현지에서 직접 제작한 글로리홀glory hole과 유리원료를 제외한 유리용융도가니glass melting crucible 제작, 유리용융가마glass melting furnace, 서냉용 가마였다. 이것은 모든 설비와 도구까지도 기존 도예디자인과 실기실 내부에서 해결해보자는 취지였다. 심지어 건조대에 여기저기 걸쳐있던 스테인레스 봉을 가져다가 블로우 파이프로 활용하였고, 가마실 바닥 한구석에서 주운 철재 문손잡이로 캐스팅 볼casting ball을 만든 후 샌드캐스팅sand casting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일시적인 해프닝이었기에 가능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겠지만, 나름대로 성공적인 유리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시 먼 옛날로 돌아가서 점토와 유리의 특질상 서로 분리될 수 있는 성질을 이용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는데 고대 이집트에 나타난 유리의 핵-성형core formed 기법을 들 수 있다.  이 기법은 B.C 1 세기부터 나타난 블로잉blowing이란 기법으로 발전하게 된 시초라 할 수 있다.  핵-성형core formed기법을 좀 더 설명한다면, 쇠막대 끝에 점토로 용기내부의 형태를 만든 후 그 표면 위에 일정한 온도에서 유리를 코일링coiling하듯이 손으로 말아 감싼 다음에 유리 안에 채워져 있는 점토를 손쉽게 제거하여 용기를 얻어내는 기법이다. 마치 솜사탕을 만드는 챙 모자 쓴 아저씨의 능숙한 손놀림이 연상되는 동작이다.   
그밖에 한국 고대의 유리구슬 제작의 거푸집 또한 점토였으며 도자기 표면 위에 유리를 녹여 붙인fusing 유물도 발견된바 있다. 유리에서 점토의 쓰임은 다양하다. 유리를 녹이는 도가니도 점토질로 이루어져 성형하는데 1차 점토인 카오린Kaolin을 포함한 다량의 알루미나alumina, 지르코니아zirconia 등이 주성분이다.

유리의 대표적인 특질 중 하나인 투명성은 대개 상징적인 의미로도 주로 쓰이고 있다. 여기서 표현양식과 사용목적에는 도자의 유약과 차이가 있지만 물질의 특성에 있어서 유약과 유리는 보다 근접한 유사성을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 물질의 기본특성만을 간단히 예를 들어 설명해 보기로 한다. 물과 소금은 각각 - H2O, NaCl -이라는 분자식을 갖는 화합물compound이며 어떤 화합물이든 각각의 독특한 물리정수, 즉 녹는점, 어는점, 비중, 비열 등이 같다. 그러나 유약이나 유리의 주성분을 이루고 있는 금속산화물들의 함량은 비율%, percent로만 나타낼 수 있고, 종류에 따라 비중과 비열이 다르고 분자식이 없으며, 그 조성 또한 화학식으로 표기할 수 없는 혼합물질mixture로 이루어진다. 즉, 녹는점이 없고, 어는점도 없다. 지구상의 103종 원소 중 90여종이 산화물 형태로 존재하고 이것은 바로 유리의 성분이 될 수 있으며, 그 구성비율을 제각기 달리 하면서 원하는 물성을 만들어 다양한 특성을 지닌 유리를 생산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산소O 다음으로 흔한 원소인 규소Si가 주성분을 이룬다는 점은 유리의 무한한 재료적 변형 가능성으로 대변하고 있다. 유약glaze의 일반적인 화학적 성질도 유리와 같이 강산과 강알칼리 이외에는 반응하지 않는 성질로 이용가능하다. 유리기법에서 흔히 사용하고 있는 산에 의한 부식으로도, 소성된 도자기유약에 다양한 표면처리 기법으로도 응용할 수 있겠다.
 
제작기술면에서 물질의 특성이 상이한 두 재료를 예술적 결합의 소재로 초점을 맞추는 현상은 세라믹분야 내부의 안목과 자발적 관심에 따른 것이라 볼 수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 세라믹이 가지는 물질의 특성과 제작기술의 난이도부터 극복해야 하는 선행과제들로 하여금 자칫 소홀해질 수 있는 예술 본연의 행위가 위축될 수 있다는 함정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회화에서도 유화물감과 수채물감을 결합한다는 의미의 배경에는 단지 섞이지 않는 두 재료의 물질적 탐구에만 목적을 두고 있지 않을 것이다. 즉, 결합을 중점으로 한 기술적 관심보다는 궁극적으로 표현될 예술적, 조형적 관점에 더욱 주목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보면 유리와 도자에서 매체적 상호결합과정에서 야기되는 기술적 문제의 해결은 작품의 성격에 따라 응당 풀어 나가야 할 과제임과 동시에, 발생하는 책임은 작가의 몫으로 결국 되돌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유리와 도자가 결부하여 나타나는 작업을 일컫는 적당한 단어는 물론 미술적 용어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이 또한 작가의 책임이라 한다면 스스로 이러한 양태를 명명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바라건데 ‘도자와 유리의 결합’ 이라는 긴 수식어는 필자에게 마지막으로 쓰였으면 좋겠고, 유리든 도자든지 어느 한편에 귀속하여 행해지는 해프닝적인 요소라고만 여긴다면 더 이상 심사숙고 할 여지는 없겠다. 일각에서는 흔히 결합, 접목, 혼용, 혼합, 도용, 조합 등의 용어로 흙과 유리의 결합 조건 중 하나로 선택하고 있지만, 드러나는 실제의 작품과 대면할 경우 작품에 포함된 도자와 유리의 재료적 병렬구조에서조차 결합이란 용어를 즐겨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두 재료를 바닥에 가지런히 섞어 나열하는 설치미술에 ‘도자와 유리의 결합’ 또는 ‘접목’이라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년 4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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