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조의 필요조건 : 장작
| 이용욱 경기대학교 예술대학 도예학과 교수
장작 번조燔造의 의미
일반적으로 도예는 불火의 열에 의해서 소결燒結과 용융熔融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조형예술로 번조燔造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번조燔造라 함은 가마를 이용하여, 흙을 재료로 만든 도자기를 구워내는 것을 말하며 도자기 공정과정의 마지막 단계라 할 수 있다.
예부터 가마에 사용되던 재료는 장작이었으므로 이를 이용한 번조가 성행하였다. 따라서 도자기와 관련하여 우리의 전통적인 가마 시설물은 연소 재료로서 장작을 중심으로 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 장작가마는 처음에 노천露天상태의 가마형태에서 점차 지하 굴 형태로 사용되다가 등요登窯로 발전했고, 자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축조방식을 통하여 가마 형태가 발전되어 나갔다. 가마가 발전을 거듭하면서 완성된 것이 등요인데, 구조상으로도 안정성을 가지고 있고 각 칸이 서로 의지하고 있는 형상이어서 번조 시 열팽창에도 견고하다.
장작가마에서 번조되어 나온 청자의 깊고 맑은 자연의 비색, 순백의 조선백자, 백자 달항아리의 절제된 미감, 소박하면서 간결한 분청사기, 질박한 한국미의 옹기 등은 도자기의 생명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특히, 진사辰砂는 은은하게 배어나는 붉은 색이 맑고 깊은 맛이 나야 함으로, 나무의 화염이 없는 전기나 가스가마 보다는 아름다운 색채를 얻을 수 있는 장작가마로 번조해야 진사 특유의 발색發色과 요변窯變이 제대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장작을 이용한 번조는 우리 선조들의 노하우와 정신세계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도자예술은 ‘열’을 이용한 제조공정으로 완성되기 때문에 연료는 공기 중에 쉽게 연소되고, 발열량이 많고, 높은 온도를 얻을 수 있어야 하며, 품질이 일정하고 저장이나 운반 및 취급관리가 안정적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대부분의 도예가나 공방에서 실패의 위험이 낮고 편리하며 연료비용이 비교적 적게 드는 가스나 전기를 이용한 번조를 선호하고 있다. 번조에 이용되는 연료의 변천은 도자기 시장의 대량생산에 발맞추어 제조기술이 진보하고 공정의 자동화 및 작업환경의 개선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자기의 자연스럽고 기묘한 색깔의 변화를 얻고, 우수한 우리 전통 도자기의 미적 가치의 재현을 위해서는, 연료 조달의 어려움과 여러 불편함이 있어도 굳이 힘들여 장작을 이용한 번조를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료의 선택은 작품이나 상품의 특징과 목적에 따라 적합한 형식을 고려해야 할 것이며, 효율적인 사용과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일부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