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도자기는 고유의 상감청자와 조형미가 우수한 조선 초기의 분청사기로 발전 계승되었으며 조선백자로 그 전통을 이루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었으나, 현재의 우리 도자기 산업의 현황은 과거의 명성을 계승, 발전시키지 못하고 있고, 세계시장에서는 디자인 경쟁력의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있다. 특히 도자기 상품이 지니는 브랜드의 가치는 미래적 시대 경향과 소비자의 선호 및 급변하는 시장과 문화, 트랜드 변화에 대처하지 못함으로써 한국 상품의 고유성과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즉 생활문화 요소로써 뿐만 아니라 민족 미의식의 특징을 규명하고 고유의 조형감각을 구비한 도자기 디자인의 혁신을 이룩하여야 하는 과제를 지니고 있다. 또한 새로운 브랜드 창조와 정착에 의한 연관 제품군의 개발은 필수적이며 한국적 이미지의 상품화, 세계화 진전이 주체적으로 요구된다. 디자인 전략에 의한 국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 있는 시장 확충과 민족 공예미의 재 발굴 및 전통 고유기술 개발의 현대화 접목은 디자인 기반구축과 전략적 실행에 있어서 선행적 요구가 되고 있다.
그 동안 국내의 도자기 산업은 브랜드 가치 측정 및 디자인 선진화에 대한 총합적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룩되지 못하였으며 보호, 육성을 위한 정책과 전략의 빈곤 및 디자인의 현대화 작업을 위한 정책과 전략의 부재로 인해 새로운 디자인 창출을 위한 기간산업의 육성과 유통체계 미흡 및 고급화, 차별화된 디자인 생산성 및 기술혁신, 해외 신시장 개척 부재 등 구조적이며 근원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진전이 매우 미흡한 채로 사양성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따라서 국내 도자기 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우리의 전통 도자 디자인 즉, 문양, 형태, 장식을 분석하여 이를 이용한 체계적 지원과 발전으로 세계 일류화 상품으로 거듭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의 도자 디자인 분석
도자의 구분을 시대적으로 구분하자면 청자, 백자, 분청사기의 고도자와 이들 전통도자를 현대에 계승발전시키는 전승도자로 구분할 수 있다. 국내에서 통용되고, 대표되는 커피세트의 잔, 양식기의 접시, 한식기의 대접을 용도별, 시대별로 분석하였다. 고도자를 종류별로 조사 분석한 국내 도자기 디자인 분석 결과를 <표1>에 나타내었다. 조사 대상으로는 생활도자기용 청자, 백자, 분청사기, 범위는 식기류(잔, 접시, 대접), 내용으로 시대별 형태, 문양, 장식기법 디자인으로 분석하였다.
고도자 디자인
(1) 고려시대 도자기
고려시대(918~1391)의 도자를 대표하는 것은 청자이다. 그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10세기 초 중국·엣슈가마 청자의 기술이 전해져 발전된 것으로 추정되며, 12세기 전반에 최전성기를 맞이해 비취색에 빛나는 비색 청자를 완성시켰다. 또, 12세기 중순에는 성형한 기물의 표면에 문양을 조각해 넣고 그곳에 백토·자토를 넣어 초벌구이 한 후 청자유를 바르고 소성하여 청자유 아래에서 흑백상감문양이 선명한 맛을 가지고 있는 고려 독자적인 기법이라고 일컬어지는 상감청자를 만들어 냈다. 12세기부터 13세기에 걸쳐 비색 청자나 상감청자 이외에 철사로 문양을 그리는 철회, 흰색진흙으로 문양을 그리는 흰색퇴, 산화동의 채료를 켜는 진사, 철지, 세종류의 흙을 혼합하는 련상, 적지만 무늬 백자 등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가 생산되었다. 상감청자는 14세기 말까지 대량으로 생산되었지만 질적으로는 쇠퇴하였으며 이윽고 조선시대의 분청에 계승되어 갔다.
넓은 전과 굽다리로 이루어진 잔받침 위에 잔이 얹히도록 되어 있다. 아무런 문양 장식이 없이 깨끗한 비색翡色과 단정한 형태만으로 한결 청결한 느낌을 주며 전체적으로 단순한 조형 속에서도 매우 원숙한 솜씨가 엿보인다. 잔받침 가운데 복발형覆鉢形으로 되어 있어 그 위에 잔 굽이 맞도록 되어 있다. 녹색이 감도는 회청색 청자유가 비교적 두껍게 입혀져 있고 광택은 은은하며 빙렬이 없다. 굽다리와 잔받침 아래에 규사 눈을 받쳐 구웠다.
균열이 없는 청녹색 의 청자유로 시유되어 있는 문양이 없는 순청자이다. 바닥의 굽이 없는 평평한 평굽 의 상태로 바닥까지 유약이 입혀져 있으며, 번조할 때 바닥에 고였던 6개의 규석 받침의 흔적이 있다. 중국청자에서도 그 예가 있듯이 금속기의 형태에서 유래된 형태로 보여진다. 일본 오사카 시립 도자기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조선시대 도자기
(가) 조선시대 분청
조선시대(1392~1910) 전기(15~16세기)를 대표하는 것은 분청으로 철분재 청색의 태토로 성형해 청자유를 닮은 유약을 바르고 고온에서 굽는 것으로써 고려청자의 기법을 그대로 전승하고 있다. 분청은 새로운 문양·기형 등을 적용함으로서 조선시대 도자의 매력을 한층 증가시켰으며, 그 시문 방법에 따라 상감(선상감·면상감), 조화, 박지, 인화, 귀얄, 철회, 덤벙 기법으로 나눌 수 있다. 분청은 16세기 중순까지 발전했지만 그 후 백자에 흡수되어 갔다.
외반된 구연과 유연한 기선器線을 갖춘 잔에 높은 굽이 달린 마상배馬上杯는 중국 원시대에 백자로 많이 만들어지며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시대 후기의 청자나 조선시대 전기의 분청사기와 백자에 그 예가 많은 기형이다. 이 마상배는 내외 구연하에 당초문대가 있으며, 여타의 여백은 인화로 채웠다. 내저 중앙에는 ‘삼가三加’명이 있으며, 외측면 세곳에는 ‘인仁’ ‘수壽’ ‘부府’가 각각 원문圓文안에 백상감되어 있다. 『세종실록世宗實錄』 [지리지地理志]에 나오는 기록을 참고하면 ‘삼가’는 경상남도의 ‘삼가三嘉’라는 지명地名으로 추정된다. 옅은 회청색의 유약이 전면에 입혀졌는데 유약은 잘 녹아 광택이 있으며 빙렬氷裂도 있다. 밖으로 벌어진 굽은 따로 만들어 붙였으며 접지면接地面의 유약을 닦아내고 내화토耐火土를 받쳐서 구웠다.
몸통부분이 완만하게 팽배한 단정한 형태의 인화문대접이다. 그릇의 안쪽면에는 나비와 국화, 당초문 등이 인화기법으로 새겨져있다. 담청색의 분청유약이 굽 안쪽까지 입혀져 있으며, 미세한 빙렬이 있고 은은한 광택이 좋다. 단정하고 양감이 있는 기형과 화려하고 정치한 문양, 그리고 맑고 은은한 유색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15세기 인화문대접을 대표하는 걸작이다.
(나) 조선시대 백자
조선시대(1392~1910)에는 다양한 도자기가 만들어졌지만 계속 생산되었던 것이 백자이다. 15세기 전반에는, 「세종 아침(1419~1450)의 식기(어기)는 오로지 백자를 용」이라고 하는 기록을 뒷받침하듯이 단정한 기형과 순백의 유조의 뛰어난 백자가 완성되었으며, 15세기 중순부터 광주에서는 백자 유약에 코발트 안료로 문양을 그리는 청화가 제작되었다. 16세기말에서 17세기 초에 걸쳐 청의 침략을 받아 한반도의 도자 생산은 거의 괴멸 상태에 빠졌다. 이 시기 이후 관요는 광주 지구에 집중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18세기 전반 무렵 온화한 유조의 백자와 간소한 문양의 청화백자가 제작되어 중국 도자의 영향에서 벗어난 조선시대 독자적인 미의 세계를 완성했다. 한편, 17세기에는 청화백자의 안료인 회청이 부족했기 때문에 백자의 유하에 철회로 그림을 그린 철사가 광주에서 시작되고 각지에서 번창하였다. 18세기에는 역시 백자의 유하에 동으로 그림을 그린 진사가 지방의 가마에서 만들어졌다.
이부잔耳附盞은 원래 금속기를 모방하여 제기용祭器用으로 만든 것으로 추정되며, 기벽의 양면에 ‘J’자형의 손잡이가 달린 조선 전기의 특징적인 기명器皿이다. 이 잔은 평면이 약간 타원상을 이루며 손잡이 하부에 금속기를 본뜬 작은 혹이 돌출되어 있다. 청화안료를 사용하여, 구연과 굽 둘레에 한 줄씩 돌려 문양대를 구획하고, 내면에는 바닥중앙에 ‘福’자를 써 놓았다. 주문양대에는 이 시기에 자주 보이는 매화와 대나무를 그렸는데 매화절지梅花折枝가 앞뒤로 가득하고 밑둥부분 한 곳에 세죽細竹들이 작게 덩어리져 그려져 있으며, 손잡이에는 꼬불꼬불한 동심원同心圓무늬를 베풀었다. 순백의 태토 위에 담청색淡靑色을 머금은 고운 백자유가 빙렬없이 바닥까지 고르게 시유되어 있다.
비교적 대형(10.9×21.0×8.3)에 속하는 이 기물은 입술부분이 얌전하게 밖으로 벌어졌으며, 운두도 적당하고 굽도 매우 얌전하게 밖으로 벌어졌다. 눈처럼 희고 눈부신 백자유약이 전면에 입혀져 있고 빙렬이 없어 그윽하기 이를 데 없다. 모래를 받치고 구웠으며, 굽안바닥에 유약을 긁어내어 大자를 써넣었다. 조선전기에 제작된 대접 중에서도 기형, 유색, 태토 등에서 매우 뛰어난 조선시대의 백미이다.
전승도자(현대 전통도자)디자인
(1) 현대 전승도자 디자인경향(경기지역)
도자 디자인의 주기는 다른 소비재와 비교하면 식생활과의 관련성 때문에 그 주기가 길고 변화가 더딘 편이지만 재료의 발전과 글로벌화되는 생활환경의 변화 등으로 유행주기가 3~5년 정도로 빨라졌다.
아직 2006년 이후 지금까지 판매전에 나온 제품들 역시 이런 현상과 맥락을 같이하여 변화하고 있었다. 실제로 판매요장들이 작년조사의 60%에 이어 올해 비엔날레 판매전에서 75%이상, 토타프 판매전에서 85%이상이 신상품 개발 여부에‘그렇다’라고 응답하였다. 이는 많은 요장들이 판매전 등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과 제품의 다양성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제품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제4회 토야테이블웨어 판매전에서는 매트류의 접시, 수저받침, 인테리어 소품, 악세사리 등 다양한 품목을 선보였다. 판매전에서 판매된 제품들이 지역전체의 디자인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2007 제4회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이천, 여주, 광주 도자기축제 판매전을 중심으로 지역 도자의 디자인 경향을 간단히 분류하였다.
(2) 각 지역별 디자인 경향
(가)이천
이천 지역은 참여업체의 수가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은데(이천:175개, 여주:95개, 광주:59개) 특히 작가주의의 공방업체가 많다. 그래서 디자인 측면에서도 대중적이기 보다는 작가중심 성향이 강하며 가격대도 여주에 비해 비싼 편이다.
손 느낌이 나는 수작업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간단한 꽃문양이나 조각으로 장식되어 있다. 용도나 기형에 있어서는 더욱 다양함을 보이고, 전체적으로 심플한 느낌으로 장식도 심플한 느낌의 부분장식(꽃, 라인, 점, 붓터치 등)이 포인트로 들어간 경우가 많으며 투박하면서 심플한 단색의 유약으로 처리하거나 자연스러운 전면 분청 식기도 많이 보인다.
계속되는 경향으로 인테리어 소품이나 악세사리류를 많은 업체에서 개발하였는데 주로 생활도자나 전통도자 등 주 품목과 연계된 디자인이다. 인테리어 소품이나 악세사리류를 판매하는 업체가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품목 또한 다양하고 화려해지고 있다.
(나) 여주
그 경향은 이천과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대중적 기호를 반영한 디자인이 두드러진다. 일반인이 쉽게 살 수 있는 중저가의 가격과 다양성 역시 이와 관련이 깊다. 디자인, 가격을 종합해 본다면 여주지역의 디자인은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한 생활자기가 많았는데, 특히 일부 작가주의의 도자와 대량생산 식기와의 격차가 커서 가격과 제품에서 양분화된 모습을 보였다. 작가중심의 제품은 백자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투각, 청화 등 안료그림장식 등) 분청 위에 안료그림 장식도 많이 볼 수 있다. 수작업 느낌의 다양화된 대량식기, 형태는 비슷하나 심플한 장식이나 유약 등으로 장식을 달리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백자나 분청 바탕 위에 다양한 문양과 조각이 장식된 제품이 많고 그 밖에도 다양한 품목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특히 여주에서는 인테리어 소품류가 많았고, 옹기류의 제품이 많았는데 식기뿐만 아니라 내열 냄비 등 다양한 옹기제품을 볼 수 있다.
(다)광주
광주는 이천이나 여주와는 달리 전통도자 또는 전승도자 등 작품도자의 비율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생활도자의 경우도 전통적인 기법과 느낌의 기물들이 많다. 그래서 주로 항아리나 다기 제품류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 밖에 식기의 경우 항아리와 식기, 다기와 식기 또는 화병/도판등과 식기 등, 작품도자와 생활도자를 결합하고 있다. 식기를 비롯하여 전체적으로 전통적인 형태와 문양을 많이 볼 수 있다.
(라) 디자인 트랜드
디자인은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생활방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타 소비재 시장에 비해 유행주기가 긴 품목인 도자 디자인은 천천히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화되고 급변하는 현대사회로 오면서 그 주기도 짧아지고 있고 그에 걸맞는 도자제품에 대한 수요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행과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경기도는 전국 도예 업체의 50%에 달하는 요장들이 활동하고 있는 곳으로 몇몇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반수제·반기계의 공방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전승도자에 비해 생활도자의 비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하지만 아직 많은 수의 요장들이 현대 생활환경과 유행에 발 맞추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기존의 기형·문양·색상·제작노하우 등의 전통에 기반을 두면서 현대성도 갖춘, 차별화된 제품을 구현할 수 있다면 국내 뿐 아니라 국외시장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올해 많은 업체들이 디자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제품의 다양성, 디자인, 고급화 등 시대에 맞는 제품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노력이 지속된다면 전반적인 도자제품의 수준의 향상과 함께 국·내외 시장 진출이 활성화되는 등 희망적인 도자디자인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8년 10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