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고와 에폭시 등 현대의 재료를 사용하여 파손된 것을 붙이고 없어진 것을 만드는 것은 일상생활에 널리 적용되는 익숙한 행위이다. 더욱이 모형이나 조형미술품 제작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파손된 것을 만들어 넣어 원래형태로 회복시키는 일이 그리 어려워 보이지만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도자기 복원을 같은 맥락으로 생각하고, 손재주가 필요한 간단한 작업 기술 쯤으로 취급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도자기 문화재에 대한 정확하고 폭넓은 이해가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갖게 하는 지를 깨닫는다면 할수록 어려워지고 갈수록 걱정이 느는 것이 보존처리임을 알게 될 것이다. 유물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잘못된 복원을 낳고 이것을 감상 하는 사람 또한 잘못된 이해에 익숙해지기 마련이므로 복원은 우리 모두의 안목을 결정 짖는다고 할 수 있다. 잘못된 복원은 “유물의 특성이 이러하므로 여기까지 변형이 가능하다.”고 파악하는 식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예술의 범주에 속하는 사고방식이며 객관성을 해치기 쉽기 때문에 ‘유물의 고유성 회복’이 전제되어야 올바른 복원으로 이어질 수 없다. 물론 과학적인 탐구가 아닌 감성으로 접근할 때 도자기를 만든 도공의 감성과 기술로 좀 더 쉽게 다가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자유물의 고유성 회복은 객관적인 이해에서 출발하고 과학적인 사고와 고증으로 이어져야한다.
그래서 본인은 보존현장에서 새로운 유물을 만날 때마다 오감五感이 열려있는 과학적이고 객관적 사고로써 유물을 살펴보려 노력하며, 알고 있는 사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도자기 복원에 적용할지를 고민한다. 도자기를 공부한 사람이라면 습관처럼 익숙해져 있는 사실도 실제 유물을 보면서 다시 확인한다. 학자들에 의해 분류되고 정의 내려진 사실들은 너무 통론적이기 때문에 보존현장에 직접 적용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많다. 그러나 유물을 격格있는 사물로 대하고 소중히 살피면 이론으로 언급되지 못한 사실들을 보게 된다. 제대로 된 형태를 갖추지 못한 동체, 잘못된 모양과 구조, 균일하지 않는 소성, 태토에 첨가된 가소성물질, 제작과정 중 도공이 저지른 습관적인 실수까지 눈치 챌 수 있다. 또한, 보관 중에 어떤 위치에 어떻게 겹쳐두었기 때문에 이런 균열과 파손으로 이어졌는지, 발굴당시 상황이 어떠했는 지를 짐작하기도 한다. 하나의 도자기가 녹로에서 돌려질 때 도공이 언제 무심한 실수를 저질러 도자기의 동체가 틀어졌으며 굽깎기 도중 중심수정을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하였는지 , 그에 대한 결과로 굽의 어떤 부분이 얇게 되었는지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유물을 주의 깊게 살피는 것은 복원처리 전에 우선 이루어져야할 기본적인 태도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해준다. 올바른 복원방법과 재료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복원의 범위를 알게 하여 “바로 어디까지가 정당한 복원으로 봐야하는 가”라는 문제에 답을 준다. 결국, 도자기 제작 상황에 대한 폭넓고 정확한 이해 없는 복원의 실제는 생각할 수 없다.
복원의 예
국립중앙박물관 아시아관 테마전시 <영혼과의 동행-中國陶俑>을 대비하여 보존처리한 낙타토우駱駝土偶와 투각모란문탑透刻牡丹文榻, 적회용문병赤繪龍文甁의 보존처리를 소개함으로써 실제 복원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낙타토우駱駝土偶 복원
이 낙타토우(본관7851)의 가늘고 긴 다리는 중국 당대當代에 실크로드를 통하여 본격적으로 유입된 서역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처음 보존처리 의뢰를 받았을 때만 해도 (사진1)과 같이 완형의 낙타가 출토된 것이라고 착각하기 쉬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X-선 촬영 1)을 통하여 몇 군데 복원부위를 확인하였다.(사진2)
한번 복원이 이루어진 유물을 다시 복원하는 경우에는 기존복원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물질제거와 강화 등의 보충 처리로 마무리하는 것이 일반적인 처리범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처리에서는 모두 해체하여 다시 접합 복원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보여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색의 유약층이 이물질 아래 숨겨져 있음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중국내부에서 행해지는 도자기 복원은 과장이 많아서 유물 원래의 모습을 무시한 채 접합하기 편리한 범위까지 지나쳐 복원하고 이장泥裝과 물감, 이물질 등을 의도적으로 표면에 칠하여 복원부위가 어디인지 알 수 없게 흐리는 방식으로 조악한 복원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 낙타토우가 이러한 경우이므로 이 유물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모두 해체하여 전면적인 재처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재처리 과정은 우선 산소계표백제에 침적하여 고착된 이물질을 제거 하는 것으로 시작하였는데 침적세척은 고착된 이물질을 물리적으로 떼어내는 방법이나 스팀세척보다 효과가 탁월하지만, 도기陶器의 치밀하지 않은 기공 속에 화학약품이 잔류되거나 복원에 사용된 복원재료가 수분에 약화되어 들뜨는 단점이 있다. 그러므로 침적세척은 잔류약품제거와 들뜬 복원제 제거 과정을 반드시 거쳐야한다.
낙타토우는 예상한 것보다 많은 편들로 해체되어 원래의 모습을 무색하게 했다.(사진3) 반면에 여러 가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첫째, 이물질 제거 전에는 드러나지 않던 옅은 황색의 불투명하고 광택이 있는 유약색을 보여주며, 둘째, 낙타토우의 제작기법이 두 쪽 틀을 만들고 이 틀의 내부에 흙 판을 밀어 넣어 만든 것임을 알 수 있게 한다. 낙타의 동세 표현이 뛰어난 것으로 보아 전문가가 외형을 조각하여 원형을 만들고, 이를 두 조각 형틀로 나누어 제작한 후 틀의 내부에 점토를 밀어 넣고 분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대략의 외형을 만들고 낙타의 표정부분이라든가 근육표현 혹은 귀 등의 세밀한 부분을 덧붙이고 수정하여 만든 것이라 믿어진다. 낙타의 몸통 안쪽에서는 당대當代 사람의 지문 자국이 있어 틀에 눌러 뜬 것을 확실하게 말하고 있다. 흙 판을 밀어 바닥을 만들고 낙타 몸체를 판위에 접합하였는데 발굽을 남기고 발목 윗부분까지 시유하였다. 그러나 몸통에 시유한 유약이 바닥으로 흘러내려 바닥판에 고였으며 갇힌 공기가 소성 중에 터짐으로 상판이 들렸다. 중국 복원가는 이러한 결점을 감추기 위해 석고와 여러 가지 광물을 혼합한 재료로 들려진 상판의 틈을 메워 바닥판의 결점이 보이지 않도록 가렸다.
해체된 편의 접합은 편에 고착된 접착제와 기존 복원제인 석고 등을 완전히 제거한 후 실시한다. 고착된 접합제의 경우 부분적으로 아세톤 등의 유기용제에 녹이는 작업을 거치기도 하며 석고와 흙의 혼합물인 경우 메스로 조심스럽게 인내심을 가지고 분리하여야한다.(사진4)에서 파손된 두상頭像의 단면을 살펴본 결과 태토위에 분장토를 한번 입혀서 시유하였음을 알 수 있다. 분장토는 표면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고 시유를 용이하게 하며 소성 후 유약색을 밝게 유도하기 위한 것이나 유약층 박락이 빈번한 단점이 있다.
침적세척 후 유물에 습기를 완전히 제거하고 접착제와 복원제를 사용하여 복원하였다. 낙타토우의 네 쪽 다리가 모두 결손된 상태이기 때문에 접합면이 확실하게 맞닿는 부분부터 접합하고 이를 바닥판에 고정시키기 전에 미리 닿는 위치를 살펴 두었다. 이 과정에서는 실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므로 확신이 생길 때까지 접합위치 선정에 신경써야한다. 낙타토우의 결손부 복원은 크게 두상부분과 네다리, 다리와 바닥판의 연결고정, 바닥판의 결손부 복원이 관건이다. ⅓가량 결손된 두상부위는 중국 복원가가 사용한 나무조각을 그대로 두고 복원하였다. 복원제는 포록, 그레이텍스와 석고를 1:1:1로 혼합하여 사용하였는데 이 복원제를 선택한 이유는 시유된 다공질 도기인 낙타토우의 재질을 유사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다. 포록을 단독으로 사용할 경우 재질은 강하지만 접착력이 없기 때문에 그레이텍스와 석고를 혼합하여 알맞은 재질감과 접합력, 강도, 채색성을 확보하였다.
복원은 다리가 바닥판과 정확한 길이로 맞닿을 수 있도록 나무조각으로 지지해 두어 바닥판과 연결됨에 무리가 없도록 상황을 설정해 두고 데브콘Devcon으로 접합 ? 복원 하였다.바닥판 중앙의 소성 결함으로 들려지고 파인 홈에 유약이 흐른 흔적을 연장하기 위하여 AY103(5)+HY956(1)+분채안료2)을 흐르듯이 흘려 넣어 자연스럽게 하였다. 부분적으로 유약층의 박락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더 이상의 박락을 막고 유면의 광택을 회복하기 위하여 HPC(히드록시프로필셀룰로오즈)3)를 전체 표면에 붓으로 칠하여 강화함으로써 낙타토우의 복원은 전시함에 무리 없이 만족스럽게 마무리 되었다,(사진5)
투각모란문탑透刻牡丹文榻 복원
투각모란문탑(본관8939)은 여러 조각으로 심하게 파손되었으며 이물질이 유약층 아래로 침투되어 표면 변색을 일으킨 상태였다. 대부분의 편이 결실되지 않고 보관되었으므로 복원이 가능했는데 태토는 다공질이며 탑榻:걸상의 아래 접지면이 무유상태이다.(사진6)
처리과정은 산소계표백제로 세척하고 힘을 많이 받는 부분은 Epo-tek 301를, 그 외 부분은 순간접착제EE Type를 사용하여 접합하였다. 연속된 문양을 여러 번 연습하여 그려봄으로써 문양패턴을 파악해두고 Repair-it Quick4)을 사용하여 결손부위의 형태를 만들었다. Repair-it Quick으로 복원 후 AY103(5) +HY956(1)로 두껍게 피복한 것이 중요한 처리 노하우로 도자기 색맞춤에 용이한 질감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사진7)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09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