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식은 페이퍼클레이를 사용해 안온하고 평안한 공간 ‘Querencia’을 만든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하는 아름다운 순간에서 주제에 대한 영감을 얻는다. 문득 마주치는 순간의 풍경을 사진 또는 스케치로 기록하고, 마음의 눈으로 떠올려 보며 다시 그린다. 삶에 위안이 되었던 순간을 상상으로 되짚어 가는 길. 그에 게 작업 과정은 매 순간 눈으로, 마음으로, 손으로 이상향을 덧그리는 일이다. 여러 번 덧칠된 이미지는 당시의 감흥이나 정서만을 남긴 채 추상적이고 새로운 형태로 나타난다.
흙을 만지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살 수 있으면 행복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는 경일대학교에서 도자를 전공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일찍부터 흙으로 무언가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어린이였던 그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쳐 진로를 고민했다고 말한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서야 어머니와의 대화를 통해 진로를 ‘도예가’로 정했다. “우연히 만화 기획자 인터 뷰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은 자기가 만화를 만들면서 먹고 살 수 있는 것만으로 행복하다고 하는 거에요. 그 말이 저에게 영감이 됐어요.” 학교에서 그는 흙을 만지면서 자신을 탐구하고 작업이 삶이 되는 과정을 배웠다.
류호식에게 흙은 행위 자체에서 위안을 주는 치유의 매개체이다. 동시에 흙은 삶에서 마주하는 고통의 기억을 수면 위로 드러내는 매체이자, 따뜻하고 안전한 피난처인 상상 속의 공간인 집으로 초대하는 재료가 된다.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을 통해 그는 어린 시절 크게 아팠던 경험, 쉽게 잠 못 들던 날들의 기억, 죽음에 대한 공포와 우울감을 위로 받았다. 푸르고 맑은 하늘, 녹음으로 가득 한 산은 페이퍼클레이를 통해 밝은 색채와 동화적인 이미지로 화폭 위에 묘사됐다.
페이퍼클레이라는 재료는 물성의 변화를 통해 좀 더 새로운 작업을 만들고자 하는 고민에서 탄생했다. 페이퍼클레이를 만들기 위해 그는 시편을 백 번 넘게 제작하면서 광택이나 처짐 정도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페이퍼클레이는 직접 만드는 데 보통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 여러 광물을 넣어서 재료를 혼합해 흙을 만들 어 쓰면서 파손률을 낮출 수 있었고, 작품 특유의 독특한 질감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흙 융점 자체를 낮춤으로써 무유 작업 임에도 표면 광택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류호식은 작업을 크게 도자회화painting, 오브제object, 기器작 업functional으로 분류한다. 가장 중점을 두고 작업하고 있는 도자회화painting에서는 ‘집’이 곧 주제이자 중심 소재가 된다. 이상에 가까운 집의 모습은 상황, 생각, 감정, 정서에 따라 점진적으로 변화한다. 석사 시절 작업한 「If I was a god」은 자신이 신이라고 상상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공간에 가까운 ‘무릉도원’의 모습을 현대판 몽유도원도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졸업 후 국내외로 여러 레지던시를 거치며 그는 자신이 경험한 김해, 고 흥, 핀란드, 대만 등에서 만난 이상적인 풍경을 자신의 눈으로 재구성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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