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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10월호 | 해외 ]

벨기에 예술가 호세 베르메르쉬 José Vermeersch
  • 이윤경 독일 통신원
  • 등록 2024-11-06 16:03:36
  • 수정 2024-11-06 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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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방청에서는 이 지방에서 태어나서 활동하였던 여러 예술가들의 작품을 크고 작은 박물관이나 성당 또는 수도원 등에 전시하여 일반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행사를 주선하고 있다. 더불어, 그들이 작품을 제작하였던, 아직 존재하는 작업실을 찾아내고 복구하여 보존하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도록 정보를 제공해 준다. 루벤스Rubens, 반 아이크Van Eyck와 같은 유명한 예술가는 물론,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들의 활동한 과정과 그들의 작품 가치를 널리 알리려는 목적이다. 이를 위한 홈페이지(www.flemishmastersinsitu.com)도 준비하여 인터넷상에서 벨기에 예술가들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동시에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는 전시나 작업실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하며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호세 베르메르쉬José Vermeersch(1922~1997)는 벨기에 현대도예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화가이며 조각가 그리고 도예가이다. 그가 작품을 제작하던 작업실 건물이 플랑드르 지방 출신의 예술가를 알리기 위한 방문프로그램에 추가되었고, 새롭게 정비된 그의 작업실은 예술에 관심 있는 사람을 비롯한 주변을 여행하는 사람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 일상에서 교통수단으 로 자전거를 많이 활용하는 벨기에 사람들은 중심 가에서 벗어나 있는 다양한 전시 장소를 자전거를 이용하여 방문하는 일이 일반적인 주말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베르메르쉬의 작업 실은 자연 속에서 예술품을 만나 볼 수 있는 매력적인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필자는, 2000년도에 브뤼게에서 개최되었던, 베르 메르쉬의 예술세계를 전체적으로 보여주는 특별전 시에서 그의 작품을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었고, 깊은 감동을 받았었다. 새롭게 정비된 그의 작업실에 대한 정보를 반가운 마음으로 접한 후에 찾아가 보았고, 그곳에서 베르메르쉬 작업실의 운영을 주관 하는 아드님과 만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호세 베르메르쉬와 그가 야외에 직접 제작한 가마


아뜰리에 호세 베르메르쉬 Atelier José Vermeersch

서쪽 플랑드르 지방의 넓은 들판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도시 렌델레데Lendelede에 베르메르쉬는 도자를 제작하기 위한 작업실을 1961년에 설치하며 본격적으로 흙 작업에 집중하였는데, 이 작업실은 2010 년부터 일반인들에게 잠시 개방되었다가 닫은 후,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거쳐 2024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되었다. 전시장과 자료보존실 그리고 옛 작업실이 주를 이르는 이 건물은 베르메르쉬에 관한 자료의 영구보존과 원상태 유지는 물론, 잘 알 려지지 않은 그의 작품 전시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와 병행하여 1년에 한두 번,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을 초청하는 기획전시를 비롯하여 문학, 음악을 소개하는 공연장소로 활용하여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들이 만남의 장소가 되기를 소망한다는 설명이 따른다.

작업실 건물은 너른 들판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고, 입구까지 가는 길은 자동차 한 대가 지날 수 있는 좁은 길로서 일방통행만이 가능하지만, 차를 주차 할 공간은 조성되어 있다. 자그마한 건물내부를 살펴보자면, 건물의 입구에는 전시를 비롯한 그의 활동기간 중에 발표된 각종 자료와 도록들이 진열되어 있고, 작은 카페가 꾸며져 있다. 이곳을 중심으로 왼쪽으로 전시장이 보인다. 전시장 내부는 밝은 벽면 색과 조명으로 인해 환하게 빛나는 전시 공간으로 베르메르쉬가 제작한 다양한 포즈의 형상들이 하얀 대 위에서 허공을 바라보며, 그들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작품이 놓인 사이사이에 그의 그림들이 걸려 있고, 평론가들의 짧은 글귀도 벽면을 장식하고 있다. 


호세 베르메르쉬의 작업실 내부


작품을 관람한 후, 입구와 카페로부터 오른쪽 방향으로 가면, 그의 자료가 보존된 방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베르메르쉬의 자료 보존실로서 그에 관한 각종 정보는 물론, 그의 작업과정과 다수의 전시장면을 기록한 영상과 그를 회상하는 지인들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 반복적으로 상영되고 있다. 

전시장에서 직접 만나 본 작품과 영상을 통해 도예가 베르메르쉬에게 좀 더 다가간 후에, 방문객들은 그가 흙을 빚었고, 장작 소성이 가능했던 가마가 자리 잡은 규모가 상당히 큰 작업실로 들어서게 된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나란히 놓여 있는 정방형의 작업대 세 개를 바라보며 그의 작품제작 과정에서의 활기를 상상해 볼 수 있다. 다양한 흙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여러 개로 분리되어 있는, 벽돌로 조성된 작은 공간들을 보는 순간, 그의 작품 표면에 드러난 여러 색상의 흙 또한 떠올려 볼 수 있다. 작업실 입구로부터 바로 왼쪽에 위치한 가마는 초기에는 장작가마로 사용되었으나, 기름으로 소성할 수 있도록 후에 개조된 상태로 남아 있다. 작업실의 커다란 창을 통해서는 그가 청동으로 제작한, 후기의 작품들이 설치되어 있는 정원이 보인다.


화가, 조각가, 도예가

벨기에 앤트워프 국립예술학교(HISK)에서 공부를 시작한 베르 메르쉬는 초기에는 초상화를 그리거나 나무와 돌로 조각을 하였다. 이차대전 후에 공부를 마친 그는 벨기에의 유명한 화가 콘스탄트 페르메케Constant Permeke(1886~1952)와 월터 바에스Walter Vaes(1882~1958)로부터 회화를 배운 이후 근 30년간을 화가, 교사, 인테리어 디자이너, 벽난로 제작 등의 일을 해 나가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다. 베르메르쉬는 단순하고 추상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상화하여 그림으로 표현하였다. 그가 표현했던 사람 형상은 가족과 친구들이 모델이며 동반되는 동물은 그들과 나눈 사랑과 우정을 상징한다. 담백하게 다가오는 그의 형상들의 표정에 담긴 눈빛, 입모양과 손과 발의 동작 등은 사실적이며, 단순해 보이지만, 강하게 다가온다. 형식 없는 자유로운 묘사는 직설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하여,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보는 이들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자신만의 대화를 형상들과 나누기도 한다. 

1966년에서 1969년 사이에 베르메르쉬는 그림을 통해 수없이 표현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흙으로 제작하며, 도예가, 조각가로서 자신의 예술적 방향을 확고히 하는데, 회화에 드러난 모습을 삼차원 형상으로 발표하면서부터 그의 작품은 미술 애호가들로부터 더 큰 사랑을 받는다. 옷을 걸치지 않은 형상이 주를 이루는 그의 작품은 상세한 설명이 배제된 상태로서, 제한된 공간에 서고, 앉고, 누워 있거나, 때로는 기어가는 자세이다. “그들은 움직일 수 있는 윤곽선이며, 단지 인간과 같은 형상일뿐이고, 나는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어떤 형태의 형식에 대해 반기를 든다”고 작가는 말한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9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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