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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9월호 | 뉴스단신 ]

<그림자의 부피>
  • 편집부
  • 등록 2018-01-04 15: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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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8.23~8.29 KCDF 갤러리

전시 전경

 

적층
언젠가부터 차곡차곡 포개진 접시, 층층이 쌓인 책, 겹겹이 누적된 지층의 단면이 보여주는 규칙적이고 정적인 수평의 선들에 자꾸만 시선이 머무른다. 그리고 쌓인 층 사이사이에 숨은 듯이 자리한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게 된다.
비슷한 형태를 층층이 쌓아 올려 일련의 순서와 규칙을 만들고, 그 안의 작은 변화를 통해 균형을 만드는 일은 즐거우면서도 어렵다. 자연이나 일상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수평선의 적층은 여러 면에서 그 자체로 아름답다. 하지만 한편으로 매우 보편적이기도 하다. 그러니 쌓아서 어떤 아름다움을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작업 내내 따라다닌다.
겹쳐 쌓을 수 있도록 동일한 받침 구조를 가진 얇은 접시형의 원들은 정확히 의도된 지름과 높이를 지닌다. 원판들은 얼핏 보면 모두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서로 간 아주 작은 크기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 작은 차이가 쌓여 균형을 이룬다. 의도보다 지름이 조금이라도 작거나 커지면, 수평선이 조금이라도 휘면, 층간 높이에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균형은 바로 무너진다. 모든 층이 원래 지녀야 하는 모습으로 각자 있어야 하는 위치에 제대로 자리해야 비로소 내가 의도한 형태가 완성된다.

 

그림자의 부피
공중에 떠있는 듯한 원판들이 한 장 한 장 쌓여 하나의 큰 덩어리를 이룬다. 덩어리는 비어있지만 비어있지 않다. 층과 층 사이 공간을 그림자가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림자는 무게도 부피도 없이 어떤 물질보다도 단단하게 층 사이를 채우고 원판들을 받치고 있다.위에서 보면 둥근 면이던 원판이, 옆에서 보면 아주 가는 수평의 선으로 보인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차곡차곡 쌓인 수평선 사이, 그림자 속에서, 받침구조가 만든 중심 기둥을 인지하는 순간에 꽉 차있던 그림자는 빈 공간이 되고 만다. 원판의 수평선과 중심 기둥의 수직선이 빈 공간에 세워진 뼈대처럼 보일 뿐이다. 정확한 수평면을 가진 원판을 쌓아 올려 만든 형태는 그림자 덕
분에, 분리되어 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단단한 존재감을 가진다. 원판의 날개 폭이 넓어질수록 날개 아래 빈 공간은 깊어지고, 그림자 역시 짙어진다. 얇은 면이 모여 만들어진 입체의 형태가 흔들림 없이 튼실하게 서있는 데에는 그림자의 역할이 크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9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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