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Party’는 초대한 사람과 초대받은 사람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다. ‘파티’의 역사는 로마시대 사자와 사람의 싸움을 보면서 술과 음식을 즐기는 것, 테이블에 장미 대신 황금장식을 하는 것 등 놀라운 이벤트를 여는 것으로 시작됐다. 고려시대에는 ‘눈을 크게 뜬다’, ‘깜짝 놀란다’라는 의미인 향연饗宴이라는 단어로 사용됐고, 19세기 이후가 되면서 유럽에 정착, 비로소 현대적 예의와 예절을 갖춘 파티문화가 확립되기 시작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파티Party’는 다분히 서구적 성격을 띤다. 우리식은 풍성하게 차려진 음식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잔치’가 그것이다. 잔치의 주인은 객을 대접하기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객은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인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미술계에서의 ‘파티’는 전시 오픈식이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전시가 열리는 현장에서 음식냄새를 풀풀 풍겨가며 한상 가득 차려놓는 잔치식의 행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거의 사라졌다. 오히려 서양식 파티 개념으로 간단한 스넥과 와인, 음료 정도를 하객들을 위해 준비한다. 주최 기관이 있는 기획전이나 대규모 그룹전에서는 오픈식을 이런 약식 파티로 마무리 짓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개인작가가 전시를 갖고 오프닝 파티를 하는 경우는 다르다. 전시장에서 갖는 간단한 오프닝 파티 형식은 비슷하지만 이후 ‘뒤풀이’로 이어진다. 보통 뒤풀이는 전시장 인근 식당에 한 상 떡 벌어진 잔치로 마련된다. 전시 축하를 위해 기꺼이 찾아준 손님들에게 예의상 마련한 자리이다. 객들은 그 잔치를 당연시 여긴다. 그곳에서 저녁 끼니를 때우고 때로는 공짜 음주를 만끽하기 위해 작심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는 주인공인 작가 한 사람이 부담한다. 물론 여유가 있어 한없이 베풀 수 있는 재력가라면 문제없겠지만 수 개월간 작품 제작에 소요된 것과 도록제작, (초대전이 아닌 경우)전시장 대관 비용까지 지출하고나서 오프닝 파티와 이어지는 뒤풀이 잔치까지 책임지기란 여간 부담스럽지가 않다.
언젠가 모 작가의 오픈식 뒤풀이에 자리한 일이 있다. 인사동에서 맛 좋기로 소문난 식당에서 열린 만찬이었다. 뒷풀이가 끝나갈 무렵 동료 작가이면서 모 대학의 교수인 한 사람이 나서서 갹출을 제안했다. 그 날의 주인공인 작가보다 선배면 2만원, 후배면 1만원씩 내자는 것이었다. 그간의 전시 뒤풀이 형식을 깨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대접 받겠거니 생각했던 객들도 그렇지만 특히 항상 대접받기에 익숙해 있는 잡지사 기자인 본인의 입장은 더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동병상련! 작품은 못사줄 망정 밥값은 내야지!!”라는 그 교수의 말에 이내 마음이 정리되고 훈훈해졌다.
전시 뒤풀이는 나름 정감있고 훈훈한 소통의 자리로 우리만이 가진 독특한 ‘잔치’ 문화다. 한 상 잘 차려진 음식을 나눠 먹으며 함께한 지인들과 전시에 대한 담론을 즐길 수 있고, 결속력도 견고히 다질 수 있고, 가끔은 아름다운 로맨스의 산실도 되는 멋진 문화다. 다만 그 자리를 마련해준 주인공도 다른 걱정없이 그 축하 자리를 만끽 할 수 있다면 더 의미있고 올바른 전시 뒤풀이 문화로 자리잡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김태완
월간도예 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