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릉동의 한 아파트 단지 옆 골목. 큼지막하게 쓰인 ‘다린갤러리’ 간판과 초록색 파라솔이 눈에 띈다. 머리 위로 내리쬐는 7월의 따사로운 햇빛을 피해 서둘러 안으로 들어가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주문해 더위를 식히고 커피원두의 신선한 향에 상쾌해진 기분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까페 내부를 둘러본다. DIY 나무 테이블과 의자, 갖가지 앙증맞은 화분들은 일반 까페 다름없어 보이지만 선반에 가득쌓인 초벌기물과 바닥에 놓인 목물레, 굽이 예쁘게 깎여 건조 중인 도자기 등은 이곳이 도예 공방임을 한눈에 보여준다.
오전임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매우 잦다. 야외 테라스에는 시원한 음료로 더위를 식히는 연인, 팥빙수를 맛보는 중년 여인들, 갤러리 내부에는 아이스크림을 손에 하나씩 들고 재잘거리는 초등학생들, 커피를 주문하는 학부모들로 북적인다. 딱히 부류가 정해지지 않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들이 이곳으로 줄지어 들어온다. 도자기공방의 기존 틀을 벗어나 까페를 함께 운영하는 이곳 다린갤러리에서는 도예일일체험, 정규수업, 초중고 특수학급 도예수업과 함께 화분, 식기 등의 생활도자기와 DIY가구 주문판매도 이루어지고 있다.
최은실 다린갤러리 운영자는 단국대학교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졸업 후 전공과 무관한 미술학원, 영어학원 등을 운영해오던 중 우연히 어린이도예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흙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느껴 이를 계기로 다시 흙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초벌도자기 핸드페인팅으로 시작된 것이 이내 곧 목물레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다. 2006년 집 앞 허름한 상가 2층에 마련한 작업실이 지금은 1층으로 옮겨져 현재의 ‘다린갤러리’로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공방운영을 계획할 때 되도록 적은 돈으로 효율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나씩 직접 준비하기로 했어요. 목공방에 찾아가 목공기초부터 배우며 나무를 사다가 공방에서 필요한 선반을 직접 짜고 탁자와 의자를 만들었어요. 공방을 운영하며 회원도 늘어나고 특수학급 학교수업을 맡게 되면서 다시 ‘도자의 길’을 걷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찾았어요. 다시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거죠.”
처음에는 가마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있던 공간이 지금은 갖가지 도예관련 기자재와 DIY 가구들로 가득 채워져있다. 식당그릇을 주문받아 얻은 수익으로 물레, 토련기 등 작업에 필요한 기자재들을 하나씩 구입했고 이러한 과정을 거치는 동안 어느새 흙작업 실력도 늘어갔다.
많을다 이웃린-‘많은 이웃과 함께 소통하고 공유하다’라는 의미의 다린갤러리는 만남을 통한 감성 공유와 자유로운 소통을 꿈꾼다. 도자기 그릇에 담겨 나오는 수제햄버거, 팥빙수 등의 정성어린 메뉴는 흙내음 가득한 공간에 다시한번 담겨 특별한 기억을 선사한다.
다린 갤러리 070.8727.4072 서울특별시 노원구 공릉로 38길 58. 1층
장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