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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8월호 | 전시리뷰 ]

소멸을 거부하는 의지의 표상
  • 조새미 평론가
  • 등록 2024-08-30 14: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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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세나 《병합Intersection》
  • 6. 21. ~7.7. 도큐서울

구세나의 「병합」(2024) 연작은 가상과 현 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현재와 미래가 얽히는 복잡한 직조물이자 교차로이다. 작가 는 분초 단위 시간의 흐름을 기록하는 집요한 관찰자의 시점에서 작업을 시작했다. 연극적 손동작과 하얀 그림자 형상의 공생 관계는 창조와 작업, 의사소통과 표현, 연 결과 관계, 보호와 돌봄, 권력과 통제, 영 성과 기도와 같은 손의 의미를 복합적으로 변주한다. 작가는 “손을 관찰하면 할수록 수많은 세포들과 혈관, 피부 층이 만들어 낸 색상이 마치 작은 우주와 같다는 생각 이 들었다”고 말한다. 손의 뼈, 근육, 지방, 정맥, 동맥, 실핏줄 등의 해부학적 요소를 적층 구조로 인식했다. 실존적 과정. 자신의 내밀한 분열을 촘촘히 나열해 표면 위에 겹겹이 쌓아 올렸다. 자신의 절단된 다리를 해부하여 가장 미세한 힘줄까지 잘라가며 아킬레스건을 발견한 폴란드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Olga Tokarczuk(b.1962~)의 소설 『방랑자들Bieguni』의 등장인물처럼. 작가의 작업은 집요한 관찰을 통해 실핏줄 에 피가 흐르는 소리를 듣기 위한 노력이자 “나라는 존재의 고통스러운 경계”를 지속적으로 탐험한 결과였다.


손의 형상을 하고 있는 「병합」 연작은 낯선 존재이다. 그 크기로 인해 중성적인 대상이 되었다. 여성의 손인 것 같지만 그 크기는 건장한 남성의 것이다. 그래서 더 이상 작가 자신의 것도 타자의 것도 아닌 상태. 편견이나 환상을 뛰어넘는 감수성이  「병합」 연작의 아우라가 되었다. 작가의 작업을 응시하는 행위, 아우라를 느끼고자 노력하는 상황은 낯섦을 연습하는 과정이다. 두 개의 ‘자아’는 자기 반영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며, 물질적 성격을 배가시킨다. 또한 「병합」 연작은 시간이 중첩된 결과물 이다. 시간의 문제는 현대조각에서 중요 화두 중의 하나였다. 미술이론가 로잔린드 크라우스Rosalind Krauss(b.1941~)는 오귀 스트 로댕Auguste Rodin(1840~1917)의 작품 에 관해 “계속적으로 관람자가 작품을 과 정의 결과로서, 즉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형상을 이루는 행위의 결과로서 인식하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구세나는 조각의 시간성을 3D 스캔 기술 을 도입해 시간 차이로 발생하는 움직임의 잔상을 결합했다. 그래서 입체적 레이어가 겹쳐진 공간은 시간이 지워진 공간이기도 하다. 시간의 흐름에 관한 수용과 저항이 상호작용하는 상황이 「병합」 연작의 곳곳 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병합된 형상은 손 동작의 변화를 통해 축적되면서 가상과 현실의 경계마저 모호하게 만든다.


 

-------------이하 생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4년 8월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과월호 PDF를 다운로드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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