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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7월호 | 특집 ]

특집1) 도록을 위한 변명
  • 편집부
  • 등록 2020-07-29 12:08:11
  • 수정 2020-08-15 17: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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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요즘, 도록

도록은 작가의 작업과 전시를 고스란히 기록하는가 하면 영감을 불어넣는 깊이있는 텍스트를 묵묵이 전달하기도 한다. 도록 출판은 결과물 이상의 과정이 담기며, 의뢰자와 제작자의 협업이 함께 일하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요즘 도록을 제작하는 문화가 축소 지향에 정점을 찍고, 디지털 시대를 맞아 그 정체성과 역할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이러한 현상과 문화를 그냥 지나치기 쉬운 오늘날, 잊혀져가는 도록을 되짚어보자.

SPECIAL FEATURE I

도록을 위한 변명
글. 김상규
  서울과학기술대 디자인학과 교수

작업실을 옮기거나 이사를 할 때면 비워야 할 것이 눈에 들어온다. 낡은 가구며 유행이 지난 구닥다리 가전제품이나 옷 따위다. 이 정도는 미련없이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책이 문제다. 그 중에서도 도록은 끝까지 망설이게 된다. 오래된 도록은 다시 구할 수 없는 희소성이 있는데다 가끔 전시를 기획하거나 글을 쓸 때 요긴하게 쓰이곤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직접 기획했거나 작가로 참여한 도록은 꼭 간직해왔다. 그깟 도록이 뭐 그리 대 수냐고 할 수 있지만 창작자나 기획자에게 도록은 전시를 기념하는 것 정도가 아니라 ‘전리품’이다. 누가 뭐래도 전시의 꼴을 만 들고 실현하기까지 성실하게, 때로는 치열하게 성취해낸 결과이니 말이다.

어제 같지 않은 오늘의 도록
전시의 의미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작가가 자신의 작업을 알 리는 플랫폼으로서 효용가치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시의 기록이자 증거물이 되는 도록도 별 수 없다. 지난 몇 년간 작은 전시장에 모여서 전시를 기획하고 실험적인 전시를 열었던 젊은 작가들은 소셜 네트워크로 전시를 알리곤 했다.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서 전시와 관 련된 프로젝트 북이나 독립출판물을 만들었으니 이것이 일종의 도록인 셈이다. 또 전시를 직접 보러가는 경우가 적다고 하니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이미지와 텍스트가 전시를 대체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런 와중에 누가 애써 도록을 만들까. 생각해보면, 전통적인 갤러리의 전시에서 도록은 도판을 제작하고 편집하고 인쇄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는 작업이었다. 그럼에도 작품과 그 정보를 기록하고 보여줄 거의 유일한 매체였기 때문에 소중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양한 매체가 등장했고 사람들이 전시를 관 람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그렇다고 도록이 쓸모없진 않다. 다른 방식의 소통 채널이 되었을 뿐이다. 오늘의 도록은 사진과 글을 싣고 전달하는 전형을 넘어서 콘텐츠를 확장한 출판물이다. 그리고 과거에 비해 제작과정이 간소화되었고 그만큼 비용도 줄어들었다. 기술적으로는 소량으로 특별한 편집과 제본 방식의 책을 만 드는 일도 가능해졌다.

기록의 가치
도록은 ‘기록’이라는 가치를 담고있다. 아카이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기록학을 가르치는 대학도 생겨났고 문화 예술 분야에서 아카이브 관련 연구와 기록 작업이 늘어났다. 즉, 한 전시의 도록은 참여한 작가 또는 그룹이 전시를 증명하는 기록물에서 끝나지 않고 한 시기에 창작자 들이 주목한 시각, 당대의 기록으로 가치 를 갖는다. 동시대 문화를 공유한 이들에 게 문화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1990년대 전시도록을 조사하고 기록한 책이 출판되었다. <한국의 90년 대 전시 도록 xyz>은 파주 타이포그래피 학교PaTI의 수업에서 진행된 프로젝트의 결과물인데 주요 도록을 정리하여 목록화 한 작업이다. 90년대는 컴퓨터 편집이 시작된 시기였고 이미지와 영상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고 문화연구가 활발하던 때였다. 당시 자료를 보면 도록의 판 형, 지류와 인쇄 방식, 표지 이미지, 콘텐 츠, 글꼴 등 모든 것이 이전 세대와는 다 름을 확인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또 그 때와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지금 도록을 만드는 것은 개인 의 창작을 기록하는 매체 이상의 가치가 있다. 공예가에게도 지금 작업하는 것이 스스로 고민하고 기획한 결과이지만 한편 으로는 당대 문화의 영향을 받았고 전시 를 기획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도록을 기획하게 된다. 결국 도록은 공예가의 생각 과 작업, 그리고 실제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정제해서 보여줄 수 있는 매체이자 다음 세대의 공예가, 연구자에게 제공해 줄 기록이다. 인스타그램으로 소비 되고 유통되는 이미지와 텍스트는 그 나름의 효용이 있지만 불안정하고 휘발성이 높다. 반면에 인쇄된 도록은 ‘책’ 형태의 실체를 갖고 있어서 오히려 더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는 매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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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0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정기구독하시면 지난호보기에서 PDF를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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