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FA New York 2012, 4/20~23, Park Avenue Armory
전신연 미국리포터
제15회 소파 뉴욕Sculptural Object & Functional Art Fair in New York이 지난 20일부터 23일까지 열렸는데, 필자는 본지 리포터의 자격으로 4월 20일에 방문할 수 있었다. 11시에 시작하는 강연 시간에 맞추어가느라 아침 일찍부터 분주히 서둘러 뉴욕행 버스에 몸을 실었고 뉴욕에 도착해서는 택시를 이용해서 팍 에버뉴 아모리Park Avenue Armory에 도착했다. 이번이 4번째의 방문인 필자는 익숙한 발걸음으로 행사장을 둘러 볼 수 있었고 갤러리 디렉터, 아티스트, 뮤지엄 큐레이터 등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예술 문화의 산실인 뉴욕에서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작가, 컬렉터, 큐레이터와 디자이너 등 50여개의 인터내셔널 갤러리들을 통해 그들의 작품들을 선보이고, 최근 미술계의 이슈에 대해 의견을 나누는 축제의 장이다. 주로 갤러리를 중심으로 유리, 섬유, 도자, 종이, 철 등을 이용해서 만든 장식적이거나 기능적인 오브제, 조각 등의 삼차원적인 시각 미술작품들을 전시한다. 미국 내의 갤러리와 딜러들뿐만 아니라 아르헨티나, 벨기에, 브라질,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등과 세련된 장식 미술의 오랜 역사를 가진 영국도 매년 참가해 행사를 빛낸다. 또한 한국, 일본, 중국의 아티스트들의 작품들이 미국내 갤러리들에 의해 선보이고 있었다는 점도 인상 깊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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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 역시 도예가이고 전시된 많은 작품에서 현대적인 느낌을 받았다고 언급했고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도예 분야에서의 테크놀로지의 진보/발전에 대해서 질문하자 이와 같이 대답했다. “다른 모든 분야에서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테크놀로지는 도예 분야도 변화시키고 있다. 래피드 프로토 타이핑Rapid Prototyping과 다양한 작품 생산 테크닉은 젊은 아티스트들에게는 생소한 것이 아닌 그들의 매일의 삶 속에 쓰이는 것이다. 우리가 같은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와는 무척 다른 포스트 디지털 세대의 아티스트들은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창의적이고 예상되지 않던 새로운 방법으로 이용하여 작업에 도입시킨다. 그 예들을 여기에서도 볼 수 있다."
첫날 11시에 시작된 첫 번째 강연은 <Covet에 관한 토론>이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 Covet은 미국 도자예술의 대표적인 화랑인 메사추세스주에 위치한 페린 갤러리Ferrin Gallery가 기획하고 있는 일련의 전시회인데, 뮤지엄의 컬렉션에 있는 작품들을 정해 그것을 재해석해서 받은 영감으로 새로이 제작된 작가들의 현대 작품이 소개될 것이라고 한다. 세 달이 넘게 계속될 전시회에서는 디자인, 조각, 회화, 도예, 사진, 판화, 종이 공예 등 다양한 작품이 선보이게 될 것이지만 이번 SOFA 뉴욕에서는 이 기획의 전초전의 형태로 선택된 도예 설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강연에서는 페린 갤러리의 Molly Hatch, 시에나 갤러리 Sienna Gallery의 Jonathan Wahl, 밀워키 아트 뮤지엄의 큐레이터인 Ethan Lasser가 역사적인 미술작품들과 현대작들과의 연관성, 사회적인 배경, 후원과 관련된 이슈 등에 대해서 토론하고 뉴욕의 Museum of Arts and Design의 수석 큐레이터인 David McFadden이 사회를 맡았다. 한편 행사장의 부스에서는 Sergei Isupov와 Kurt Weiser 등의 잘 알려진 10여명의 도자 예술 작가들이 그 주제를 그들 나름대로 해석한 새로운 작품으로 올해의 인스탈레이션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에 잘 알려진 덴마크 작가 보딜 만츠Bodil Manz의 작품은 라코스테 갤러리에서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녀의 종이처럼 얇은 두께의 달걀 껍질 같은 포슬린 원통형의 빛이 투과되는 베셀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이번 소파 뉴욕에 처음으로 참가한 플로리다 주의 민디 솔로몬 갤러리Mindy Solomon Gallery는 한국의 현대 도예작가들의 작품들을 선보였다. 서양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옹기 작가 이강효의 작품은 화장토로 덮힌 표면에 강한 붓놀림과 손가락으로 그린 그림 등을 장식하고 장작가마에서 소성한 작품들로 전시되어 있었고, 현란한 붓질의 분청 도자를 선보인 이수종의 큰 항아리들이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듀안 리드 갤러리Duane Reed Gallery의 디렉터와의 대화에서 그가 어떻게 작가들을 선정하고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비결이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이렇게 답했다. 그의 갤러리와 관계를 맺고 있는 작가들은 대부분이 긴 세월을 함께했는데 작품 판매에만 그치는 관계가 아닌 그가 할 수 있는 한 작가들의 커리어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같은 작가들의 작품을 계속해서 약 20여 년 동안 뮤지엄과 SOFA New York, SOFA Chicago 등의 행사에서 선보이고 있고 그러므로 인해 그들이 커리어를 계속 개발함과 동시에 그들의 작품 가격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무엇보다도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그들의 작품들을 알아볼 수 있게 되어서 가격이 높아도 힘들지 않게 구매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도예작가들은 Paul Drasang, Michael Lucero, Jun Kaneko 등이다. 그러면 러셀 랭클Russell Wrankle같은 새로운 아티스트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했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나는 그의 작품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묘함과, 얼핏 봐서는 레진처럼 보이는 미디엄이 도자기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였고, 또한 그 표면에 잘 입혀진 아름다운 유약에 주목했다. 일단 작품이 나에게 흥미를 유발했기 때문에 시험적으로 그의 세 작품을 가져왔고, 관객들의 반응이 어떤지를 지켜 본 후에 계속 관계를 유지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 작가의 주요한 갤러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작가와의 관계가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날 때까지는 최종결정을 미룬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그는 그가 전시하는 작가들의 배경, 그들의 작품제작 과정, 어디에서 영감을 가져왔는지 등 소소한 디테일에까지 열정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마이클 루세로Michale Lucero라는 미국의 잘 알려진 도예작가에 대해 그는 12년 동안 그 작가와의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하며 넓고 다양한 그의 시리즈들을 관객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다고 했다. 마이클은 도예뿐만이 아니고 도예 재료를 사용해서 조각 작품을 만드는 아티스트로 순수미술세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는 작가이다. 컬렉터들은 그가 사용하는 재료를 주시하며 지켜보고 있고 그의 작품을 사 모아 그들의 컬렉션 내에서 그의 작품이 진화하는 것을 보는 것을 즐긴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마이클은 진짜 재주가 많으며 자신의 벽을 허물고 나오는Think outside of his box 몇 안되는 사람 중의 하나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작가로서 남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기위해 작업하지 않고 그만의 작품을 하는 것이 그의 목표라고 했다. 필자가 기억하는 그의 지난 해의 작품들은 세로로 긴 쇠파이프에 세라믹으로 보이는 타원형의 형태를 위쪽에 설치하고 수많은 천 조각으로 스커트 모양처럼 붙인 외계인 같은 형상의 조각/설치 작품들이었다. 그 기괴한 작품들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뮤지엄과 컬렉터들이 그의 작품들을 좇고 있다고 하며, 그런 인기에 대해서 그가 이미 잘 알려진 작가란 점, 그의 작품에서 그만의 독특한 감성을 볼 수 있다는 점, 그가 사용하는 평범치 않은 재료들, 보통의 생각으로는 그런 재료들이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부수는 그의 영민함 등을 그 이유로 들었다.
부스를 돌아보던 중에 44회 미국 도자예술 학회NCECA를 개최를 주도했던 필라델피아 클레이 스튜디오의 디렉터인 제프 구이도Jeff Guido와 우연히 마주쳤다.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필자는 현재도예계의 흐름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등에 대해서 질문했다. 그는 그가 일하는 센터의 레지던시를 예로 들며 아티스트들을 위한 지원금이 현저히 줄었고, site specific &environmental art 등의 현대 미술의 트렌드가 도자예술 분야에도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작품 경향으로 본다면 흙을 이용해서 갤러리 공간에 설치하는 소성과정이 필요 없는 설치 작업들, 가마소성을 이용한 흙의 물성적 변이와 그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는 디지탈 미디어와의 결합 형태의 전시 등 새로운 세대들의 도자예술에서도 변화된 인식을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정말로 좋은 작품은 시간을 초월하는 생명력이 있고 아름다움은 그 아름다움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며 작품가격으로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그가 속한 클레이 스튜디오는 개인 소유가 아니고 대중과 함께하는 커뮤니티에 속한 비영리 기관이기에 그들이 원하는 것을 파악해서 도예와 조각 수업을 계속하고 지역사회에 도자기 전시회와 도자조소, 인스탈레이션, 퍼포먼스 등 계속해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전시회를 포함한 행사들은 흙이란 재료가 보여지는 형태가 기존의 전통방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하며 좀 더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활발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면 전시된 작품들이 관객들이 만지고 직접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그 흙을 이용해서 무언가를 만들며 이해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만지는게 허락되지 않고 그저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었던 기존의 도예 전시와는 전혀 다른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의 아름다운 도자기와 조각품을 전시하고 있었던 Nexxt20 부스에서 만난 아트 딜러와는 Secondary 시장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녀가 수집하는 도예작품들은 20세기의 도예작가들의 작품들로 수집가들로부터 사들여서 원하는 컬렉터들에게 다시 판매한다며 소파 뉴욕과 같은 미국 전역의 큰 아트페어들에 참가하며 작품 판매를 한다고 했다. Secondary 시장은 미국 경제 상황이 안 좋은 지금 그 어느 때 보다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힘들다고 토로했다.
일본의 현대 도예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시카고의 플로딩 월드 갤러리Floating World gallery의 전시 디렉터 엘리아스 마틴Elias Martin과도 인터뷰를 할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전시하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일본에서 작업하고 있고 유리, 도자, 도예 조각가로 그 계통에서 널리 알려진 작가들이다. 여기에 전시하는 삼차원적인 작품들 외에도 에도 시대Edo Period의 그림과 판화들 그리고 현대작가들의 그림, 판화들도 거래한다". 작품 운반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필자의 질문에 그는 작품이 안팔려서 작품을 일본으로 되돌려 보낸 적은 한번도 없다고 한다. 놀라운 사실은 99%의 바이어들이 미국사람들이라는 것이었는데, 그의 분석으로는 일본의 예술과 문화가 미국의 여러 분야의 예술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면서, 그 예로 그가 아는 한 수집가는 인상주의작품들을 수집하는데 그들은 또한 우끼오예Ukiyo-e의 작품들을 수집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19세기 말의 화가들, 모네, 반 고gm 등이 우끼오예 아티스트들의 영향을 받아 그들의 작품에 우끼오에 작품들의 특징인 특이한 구성, 강렬한 색상이 나타나고 매화 등의 아시아 지역에서 자라는 식물이 모티브로 자주 사용되었다고 한다. 덧붙여서 그는 "아름답고 훌륭한 미술작품들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걸어 다니다 보면 대부분의 작품들에게서 날카롭게 외치는 커다란 소리나 메시지를 들을 수 있는데 우리 갤러리의 작품들에게서는 조용하면서도 낮은 저음의 명상하는 듯 한 소리가 들린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 작품들이 시각적으로 더 오랜 생명력이 있고 보는 사람과의 소통이 더 오래간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렇게 소리치는 작품들의 생명은 파워풀하지만 짧고 여기 있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은 조용하지만 깊이가 있어서 작품을 이해하고 그것과 대화하는데 긴 시간이 걸린다고 하며, 그런 이유에서 한번 구입한 컬렉터들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또한 시카고 소파보다 규모는 작지만 비중있는 컬렉터들이 뉴욕 소파에 방문한다고 했다.
행사장을 벗어나와 15분 거리의 맨하탄의 미드타운에 위치한 MOMAThe Museum of Modern Art에 들러서 책과 광고 등을 통해서 수없이 들어봤던 미국의 인기 여류 사진작가 신디 셔먼Cindy Sherman의 전시회를 보았다. 지난 30여 년 동안 자신을 모델로 삼아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서 그 역할로 분장하고 찍은 사진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들었다. MOMA에서 나와 들른 곳은 젊은 현대 작가들의 설치미술을 전시하는 갤러리 룸이었다. 그곳에서 아리조나 주립대학의 도예과 조교수로 활동 중인 샘 청을 우연히 만났다. 코리언 아메리칸으로 미국 도자예술 주류사회에서 잘 알려진 그는 슬랩을 이용한 독특한 형태와 색상의 자기 항아리, 주전자 등을 만드는 작가다. 다음 호에서는 그의 작품세계와 기법 등에 대해서 다루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