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탬포러리 장신구 도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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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예술경영, 미술사
프랑스의 대표적인 장식미술관인 파리 아르데코 미술관Musée des Arts Décoratifs에서 <Un peu de Terre sur la peau: 피부를 감싸는 도자전>이 성황리에 전시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7개국 18명의 젊은 도예가들이 총 140점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장신구 전문 미술사가인 모니카 브뤼게Monika Brugger와 아르데코 미술관 큐레이터인 프레드릭 보데Frédéric Bodet가 함께 기획하였고, 프랑스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인 베르나르도Bernardaud 재단이 협찬하였다. 한편, 이번 전시는 2008년 <획기적인 테이블 식기전>과 2010년 <세라믹 회로전>에 이은 아르데코 미술관의 컨탬포러리 도예 기획전으로써 세라믹을 활용한 다양한 형태의 장신구를 선보였다.
아르데코 미술관은 1905년에 루브르 박물관 건물의 일부인 마르상 파빌리온에 설립되었다. 마르상 파빌리온은 리볼리가Rue Rivoli에 위치하고 있으며, 튈르리 공원과 인접해 있다. 아르데코 미술관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장식미술관으로 도자기, 의상, 가구, 디자인, 보석 및 장신구, 완구를 총망라하는 폭넓은 컬렉션을 갖고 있으며, 1999년 광고박물관도 아르데코 미술관에 합류하게 되었다. 한편, 1996년 그랑 루브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아르데코 미술관도 총체적인 리노베이션 작업을 통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뿐만 아니라, 아르데코 미술관에서는 연중 내내 다양한 기획전을 통하여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며, 언론 및 일반의 관심을 받고 있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이번 전시의 작품을 보면, 소재가 과연 세라믹이 맞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다양한 영감과 문화 코드가 그 안에 담겨 있으며 소재가 주는 표면의 느낌이 다채롭다. 마치 고대문명의 장신구와 같은 느낌이 드는 팔찌를 비롯해, 도자기가 장신구의 디테일로 들어가 있는 목걸이까지 18명 작가의 다채로운 작품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냈다. 이처럼 세라믹을 활용한 장신구의 활용이 유럽에서 본격적인 트렌드로 정착된 것은 1970년대에 들어와 활성화되었다. 이는 기존의 고전적인 개념의 금속 장신구 및 보석류를 탈피하여,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장신구를 계발하려는 디자인산업에 대한 관심의 증대와 사회적인 지원에서 비롯된 것이다. 물론 이러한 도자기 장신구의 등장은 인류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이집트 문명이나 그리스 문명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 이후 수 세기 동안 인류의 문화 속에서 잊혀져버렸던 것이, 18세기 후반 영국의 웨지우드를 통하여 재인식되었다. 그리고 현재 네덜란드의 도예가인 피터 후즈붐Peter Hoogeboom을 비롯한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이러한 정신을 반영한 도자기와 포슬린 작업을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 소개 된 18명의 도예가를 국가별로 분류해보면 네덜란드 출신인 윌레민 드 그리프Willemijn de Greef(1973년생), 피터 후즈붐Peter Hoogeboom(1961년생), 리안 드 용Rian de Jong(1951년생), 마농 반 쿠스위크Manon van Kouswijk(1967년생), 에베르트 니즐랜드Evert Nijiland(1971년생), 태드 노튼Ted Noten(1956년생), 카챠 프린스Katja Prins(1970년생), 스위스 출신인 루지아 보그트Luzia Vogt(1971년생), 크리스토프 젤웨거Christoph Zellweger(1962년생), 나탈리 루더Natalie Luder(1973년생), 안디 구트Andi Gut(1971년생), 프랑스 출신인 캬롤 댈탱르Carole Deltenre(1983년생), 마리 펑다리에Marie Pendariès(1981년생), 핀란드 출신인 티이나 라자칼리오Tiina Rajakallio(1979년생), 테르히 톨바넨Terhi Tolvanen(1968년생), 스웨덴 작가 야사르 아이딘Yasar Aydin(1975년생)과 타이완 작가인 슈린 우Shu-lin Wu(1980년생)이다.
이번 전시는 예술과 디자인의 경계를 뛰어 넘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컨셉을 토대로 전시장 연출 또한 그러한 노력이 엿보였다. 그 중 프랑스 작가인 캬롤 댈탱르는 설치 작업을 선보였는데, 여성의 신체와 세라믹 장신구의 아름다운 조화를 통하여 예술성을 극대화하였다. 전시장 바닥에 마치 여러 개의 백자의 형태로 놓여있는 각각의 부분들은 클레오파트라를 연상케하는 세라믹 의상으로 변화한다. 뿐만 아니라, 이는 아름다움안에 갖춰진 여성들의 애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작가는 소개했다.
독일 작가인 제진 하켄베르그는 현재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데, 접시 형태의 도자기에 원형의 구멍을 반복적으로 뚫은 조각을 활용한 목걸이를 선보였다. 작가는 테이블위의 장신구와 몸에 착용하는 장신구의 차이점에 의문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후,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오브제와 장신구는 동일선상에 존재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목걸이와 접시를 하나의 작품으로 동시에 소개했다. 핀란드 작가 테르히 톨바넨은 자연과 세라믹의 관계에 대한 작업으로 알려져 있다. 암스테르담에서 활동 중인 작가는 자연과 인위적인 것에 대하여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다양한 소재와 세라믹을 혼합하는 방식의 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마치 동물의 뼈를 연상시키는 형태의 목걸이를 선보였는데, 목재 소재와 조약돌을 세라믹과 함께 사용하였다. 네덜란드 작가 피터 후즈붐은 암스테르담 게리트 리에트벨드 아카데미 출신으로 일상의 오브제를 미니어쳐 형태로 세라믹 작업을 한 후, 이를 마치 구슬이나 끈과 같은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여러 개를 반복적으로 엮거나 연결하고 이어서 장신구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암스테르담 인류사 박물관을 즐겨찾는다는 작가는, 그 곳에서 많은 영감을 얻고 이를 통해서 자신만의 작업의 색깔을 찾는다고 현지 언론을 통하여 발표했다. 그의 작품은 이번 전시의 포스터로도 활용되었는데,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인류 문화의 총체적인 예술세계를 선보여 현지 언론 및 관계자들에게 주목을 받았다.
타이완 출신의 슈린 우는 프랑스 스트라스부르그시의 아르데코미술학교 출신으로 현재 타이페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지금까지 다양한 나라에서 살면서 다양한 문화를 실제로 접하며 흡수했다고 한다. 핀란드, 일본, 프랑스 등 여러 국가에서의 체류경험을 통하여 다양한 문화를 포괄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작가로 젊은 유망주이다. 스칸디나비아 대륙의 디자인적인 요소와 일본적인 정서를 담아서 프랑스에서 학습한 요소로 코스모폴리탄적인 작업코드를 구사하고 있다. 한편, 스웨덴 작가인 야사르 아이딘은 인체의 내부기관의 형태를 응용하여 도예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해초와 화석에서도 영감을 얻는다는 작가는 지극히 독창적인 작업으로 이번 전시의 테마인 피부를 감싸는 도예전에 어느 작품보다 부합하는 작가로 선정되었다. 그리고 스위스 작가인 안디 구트는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아 관련 모형과 의료기구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반지형태의 장신구를 선보였다. 크리스토프 젤웨거는 영국의 로얄아카데미 출신으로 장신구와 조각, 설치작업을 총망라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의 작업 방식은 예술과 디자인은 물론 과학까지 포괄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교차로와 같은 역할을 제시하는 도예로 호평받았다.
한편, 이번 전시를 협찬한 도자기 브랜드인 베르나르도는 1863년에 프랑스 도예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모주에 공방을 설립하여 현재까지 명품브랜드로서의 명성을 지키고 있다. 그리고 2003년에 젊은 작가들을 후원하고 도예 산업의 육성을 후원하고자 ‘베르나르도 파운데이션’을 설립하여 매년 기획전과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하여 도예의 활성화를 적극 도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