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연
월간도예,세라믹코리아 발행인/회장
희망찬 신묘년辛卯年 새해가 밝았습니다. 한 해 동안 물심양면으로 성원해주신 애독자와 광고주 및 집필진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지난해는 지속되는 경기불안정은 물론 국가적 안보 위협까지 겪는 등 유난히 다사다난한 한해였습니다. 반면 우리 도예계는 한 해 동안 소용돌이의 급류 속과 같은 어지러운 정세 속에서 가쁜 한숨을 몰아쉬기보다 차분한 호흡으로 한해를 보낸 듯 합니다. 2009년 신종플루로 인해 1년 연기돼 치러진 ‘세계옹기문화엑스포’외에 눈에 띄는 국제규모의 대형행사도 없었고, 전시 수도 크게 늘지 않은 지난 한해였습니다.
작금의 도예계는 시대적 변화에 발은 맞추되 긴 호흡 속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쓰임’을 전제로 하는 공예의 한 분야로서 본다면 도예는 우선적으로 우리의 삶 안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도자기는 보는 것이 아니라 쓰면서 즐기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배고픔을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맛과 분위기를 즐기고자 바라게 되었으며, 또 그것이 곧 삶의 수준이나 질을 판단하는 척도가 되었습니다. 꼭 편하고 빠른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그런 추세에 맞춰 최근 백화점들은 문화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 하나로 연초 VIP 고객들에게 보내는 선물로 도자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제 가정이나 식당들에서도 도자기를 점차 사용하고 있으며, 이는 날로 늘어가는 추세입니다. 도예계 자체에서도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감각의 도자기 제작에 더욱 많은 고민이 있으며, 보다 현대적인 생활환경에 적합한 디자인을 고심하기 시작했습니다. 생활도자의 전개와 별도로 도자예술은 과학기술의 힘을 얻어 우리가 미처 상상하지 못하는 곳까지 지속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습니다. 도예의 친환경적이며, 자연적인 소재와 제작방식이 생활공간으로 본격적인 진입을 시작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제는 단순한 활용이 아니라 공간에 색다른 개성을 부여하는 장치로서 이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조형도자는 생활도자기의 영역을 넘어 순수예술로 그 영역을 넓히고자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예로서의 도예가 안고 있는 쓰임을 염두하지 않고 단지 그 자체로서 어떤 개념과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도자예술은 이제 다원주의와 다매체를 의미하는 현대미술의 한 갈래로써 흙은 단지 선택 가능한 하나의 매체로 다뤄지게 되는 것입니다.
도자예술은 우리의 삶이 보다 편리해지고, 빨라질수록 그 매력을 더 할 것입니다. 흙에서 비롯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양식의 하나인 도자예술은 비록 그것이 느리고, 불편하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의 삶을 푸근하게 안아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시대적 패러다임의 변화 및 과학기술의 발달과 맞물린 도자예술 분야는 이제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곳까지 파고들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어쩌면 더 바람직한 것은 우리 스스로 도자예술에 관련된 우리의 문화를 보다 고양하고 즐기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삶의 방식에 대한 생각이 더욱 달라져야 합니다. 우리네 삶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란 결코 거창한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들이나 마당에 핀 청초한 풀꽃의 그것처럼 낮은 곳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희망에 가득찬 사람은 그 자신이 희망인 것이고, 길을 찾고 있는 사람은 그 자신이 새 길인 것입니다. 또한 참 좋은 사람은 그 자신이 이미 좋은 세상입니다. 희망찬 신묘년 새해,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우리 도예계 역시 새로운 희망을 가득 품고 있습니다. 그 새로운 희망을 향해 새 길을 내고 우리 모두 전진하고 또 전진해 나갑시다.
2011년 1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