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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10월호 | 해외 ]

천년의 유산, 오늘의 실험 룽취안 청자 다섯 작가 이야기
  • 신승은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도예·유리과 박사
  • 등록 2025-10-31 12:34:27
  • 수정 2025-10-31 12:3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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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말

지난해 필자는 월간도예 9월호와 10월호를 통해 중국 룽취안 지역에서 열린 <2024 여름 국제 대학 도예 교류 창작 캠프전>을 소개하며, 룽취안 청자의 역사와 전통, 국제 교류의 현장을 전한 바 있다.

올해 8월, 다시금 룽취안에서 <2025 아시아 대학 국제 도예 창작 및 교류 심포지엄>이 열렸다. 이번에도 다양한 나라에서 모인 참여자들이 소통하며 청자를 재해석한 작품을 제작하며 룽취안 청자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장이 마련되었다.

이번 글에서는 행사의 취지와 성격을 반복 소개하기 보다 룽취안 지역의 다섯 명의 작가들과 나눈 서면 인터뷰를 바탕으로 현지 청자가 오늘날 어떤 변화와 확장을 시도하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지역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발판과 동력을 살펴보고자 한다.


룽취안 청자의 역사와 산업적 성과

룽취안 청자는 송대宋代를 정점으로 옥과 같은 빛깔, 단아한 기형으로 동아시아 미학을 대표하였다.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한국, 일본, 동남아, 중동, 유럽에 이르기까지 그 아름다움이 전해졌고 오늘날까지도 그 명성이 이어진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룽취안 청자의 복원과 연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본격적으로 마련되었다. 1957년, 룽취안요龙泉窑 국영 연구소가 설립되어 재료 및 번조를 아우르는 연구와 전승 체계를 정비하였고, 2009년 룽취안 청자의 제작 기술은 세계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2024년 기준, 룽취안 청자 산업의 영업수익은 약 24.67억 위안(한화 약 4,570억원), 산업 부가가치는 약 8.22억 위안 (한화 약 1,520억원)으로 집계되었다.1) 같은 해 기준, 관련 사업체는 4,600~4,700개, 종사자는 2만 명 이상으로 파악 하였다. 이 가운데 부가가치는 전년 대비 약 10.6% 증가하 였다.2) 이와 같은 룽취안 청자의 성과는 현장의 작가들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손끝에서 전통은 새롭게 살아나고 각자의 생각과 실험을 통해 오늘의 청자가 만들어진다. 바로 이러한 점이 룽취안 청자를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예술이자 산업으로 만드는 힘이다. 

이제, 다섯 명의 현지 작가와 나눈 이야기를 통해 그 힘의 구체적인 면모를 들여다보자.


룽취안의 오늘을 빚는 다섯 작가


쉬즈웨이 徐志伟

중국미술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하던 시절 여름, 룽취안을 찾았다. 당시 그는 국가급 거장 및 중국 지적 재산권 문화 대사로 지정 된 대가 쉬차오싱徐朝兴의 작업실에서 청자를 배우는 기회를 얻었고, 쉬링徐凌과 주나야竺娜亚로부터 청자 제작 기술을 사사했다. 2012년 석사과정 이후 룽취안에 정착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작 「잔연꽃 残荷的系列」3) 연작은 얕은 부조 기법浅浮雕으로 연잎과 줄기를 새겨 넣어 청자 특유의 맑고 자연스러운 정서를 담아낸다. 최근작 「천엽대반 千叶大盘」은 직경 50cm에 달하는 크기로 시유와 번조의 높은 난이도를 극복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영국의 윌리엄 모리스의 미술공예운동의 식물 문양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찻잎이 물 속에서 춤추는 듯한 역동적인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그는 자연 식물, 특히 잎사귀의 생명력을 청자로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고 하였다. 잎의 다양한 형태와 색채는 청자의 무궁무진한 조형 가능성을 열어주며, 청자의 대표적인 색인 매자청梅子青 또한 푸른 열매의 색에서 비롯되었다고 언급하였다. 이러한 자연과 색채의 연관성을 탐구하는 것이 작가 쉬즈웨이의 향후 주요 과제라고 한다.


「천엽대반 千叶大盘」


주나야 竺娜亚

주나야는 남편과 함께 룽취안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청자를 접하게 되었다. 숲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의 녹색은 청자의 색채와 이어지며 주나야는 재료와 번조가 이미 지역의 문화를 담고 있다고 말하였다. 따라서 그녀에 게 청자는 단순히 룽취안의 산물이 아니라, 그곳의 자연과 정체성을 드러내는 매체이다.

주나야의 작품의 특징은 신화적 동물 조형이다. 손가락으로 흙을 눌러 만들어낸 형상과 자국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오늘의 작가와 옛 장인 사이를 잇는 비밀스러운 통로가 된다. 그녀는 이를 “이수저심以手抵心, 손끝의 행위를 통해 곧바로 마음을 드러낸다, 차고소생借古塑生, 옛 조형 방식을 빌려 새 새명을 불어 넣는다”라고 표현하며, 손끝의 직관과 옛 조형의 재해석을 작업의 철학으로 삼는다. 이로써 주나야의 작품은 단순한 생활 도구가 아니라, 부재한 신수를 불러오는 일종의 이동하는 제단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최근 작업에서는 장식으로서의 동물 조형이 아니라, 작품의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기하학적 구조물을 무대로 삼아 신화적 동물들이 서사를 펼치는 방식이다. 주나야에게 청자는 과거의 유산을 지키는 동시에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장場이며, 이는 룽취안 청자를 오늘의 예술로 살아 있게 하는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망월 望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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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丽水新闻网 [Lishui News], “截至2024年,龙泉青瓷产 业营业收入达24.67亿元,实现产业增加值8.22亿元,” 2025년 8월 보도

2) 浙江文明网 [Zhejiang Wenming], “龙泉青瓷行业已拥有 市场主体4700余家,从业人员超2万人;2024年青瓷产 业增加值8.22亿元,同比增长10.6%,” 2025년 3월 보도

3) 연꽃, 잔하(殘荷)는 가을 연꽃의 쓸쓸한 아름다움을 상징, 중국 미학에서는 덧없음과 고요한 정취를 표현하는 소재로 사용되기도 함



사진. 작가 제공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2025년 10월 호를 참조 바랍니다. 정기구독(온라인 정기구독 포함)하시면 지난호 보기에서 모든 과월호 PDF 전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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