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이는 도넛들이 구르고, 솟고, 겹쳐지고, 무너진다. 익숙하고 달콤한 형상 속에 복잡한 감정이 감겨 있다. 보기엔 유쾌하지만, 곧 낯설고, 그러다 묻는다. “이건 왜 이런 모습일까?”,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
그는 감각, 태도, 윤리, 사유로 공예를 구성하려 한다. 그래서 그의 입장과 태도에 대해 물었다. 기술보다 앞선 생각, 장르보다 먼저인 태도, 그리고 예술가로 존재한다는 것의 윤리에 대하여.

―Q 작가님은 스스로를 ‘실험의 대상’이라 표현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A 저는 교수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작업자잖아요. 가르치는 입장에 있다고 해서 가르치는 사람의 정답이 늘 옳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내가 먼저 시도해 보고, 실패하고, 다시 꿰매면서 나온 결과를 학생들에게 보여주는 게 진짜 교육일 수 있어요.
그래서 내가 실험대상이 되는 거죠. 교수가 말로만 이론을 설명하고 뒤로 빠지는 게 아니라, 직접 땅에 들어가서 흙을 만지고, 넘어지고, 실패하는 과정을 학생들과 공유하는 겁니다. 그런 구조 안에서 학생들도 용기를 내요. “아, 저렇게 해도 되는구나” 하고.
―그 실험의 방향성은 어디서 출발하나요? 어떤 기준으로 새로운 작업을 결정하시나요?
―딱 하나예요. “이걸 내가 왜 하고 싶은가.” 그 질문이 없으면 작업이 오래 못 가요. 재료가 흥미롭거나, 유행하는 형식이라도 그 안에 나만의 동기가 없으면 스스로 지쳐요. 그래서 저는 늘 작업 전에 한 발짝 물러서요. “내가 이 재료를 왜 선택했지?”, “이 형식이 진짜 나의 언어가 될 수 있을까?”라고 묻죠. 이걸 계속 물어야 작업이 오래 가요. 자기한테 귀 기울이는 연습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분명할 때, 형식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보시나요?
―맞아요. 형식은 결과예요. 어떤 주제를 다룰지, 어떤 정서를 건드릴지를 먼저 정하고 나면 재료나 방식은 자연스럽게 정리돼요. 예를 들어 도넛이라는 형상을 선택한 것도 그래요. 달콤하고, 비어 있고, 반복되고, 기호처럼 사용되면서도 어떤 익숙한 위로를 주는 이미지. 그게 제가 하고 싶은 말과 잘 맞았어요. 그다음은 재료를 고르는 일이었죠. 러스터, 크롬, 레진 등 감각을 반사시키는 재료들이 도넛과 잘 어울렸고, 감정의 표면을 구현하기에도 적절했어요. 결국, 도자기도, 회화도, 설치도 다 똑같 아요.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가 제일 먼저예요.

「도넛 쏘지마!! Donut shoot!!」 Glazed Ceramic and Swarovski Crystal
| H 71×W 46×D 17cm | 2012
―작가님에게 있어 언어로서의 도자란 어떤 감각에 가까운가요?
―음... 저한텐 리듬이에요. 손으로 빚고, 면을 만들고, 표면을 다듬고, 유약을 입히는 모든 과정이 마치 말을 할 때의 호흡처럼 느껴져요. 도자기 표면에 남는 손 자국, 유약의 흐름, 크랙, 광택—all of that, 그게 다 말이에요. 저는 말보다 먼저 감각이 오거든요. ‘어떤 느낌이구나’, ‘지금 이만큼 비어 있구나’ 하는 게 먼저 오고, 그걸 흙으로 표현하면 언어가 되죠. 그래서 저는 흙을 글씨 쓰듯 다뤄요. 말이 되기 전의 마음을 손으로 옮기는 거예요.
―공예에 대한 작가님의 관점은 기존의 정의와는 다르게 다가옵니다. 작가님에게 공예는 어떤 개념인가요?
―저는 공예를 기술의 장르가 아니라 태도의 방식으로 봅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예는 손기술이다”라고 말하죠. 물론 기술은 중요해요. 그런데 요즘 시대엔 기술보다 태도가 더 중요해졌어요. ‘이걸 왜 만드는가’, ‘내가 어떤 감각을 구성하고 싶은가’, ‘이 물성을 통해 내가 보여주고 싶은 윤리는 무엇인가’—이런 걸 고민해야 공예가 살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도 “너는 지금 무엇에 예민한가”를 먼저 묻죠. 그게 입장이 되고, 입장이 작업이 되는 거니까요.

「발이 묶인 청화 유니콘 Blue and White Unicorn in Captivity」 Ceramic, Under Glaze, Cobalt Oxide, Glaze, Swarovski crystals | H 45×W 33×D 3.8cm | 2019
사진. 작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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