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기록물 전시전경
전시 작품 대신 전시 작품이 인쇄된 기록물을 모아 전시한다는 점에서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이 기획한 <A/S : 끝난 전시 다시 보기>(이하 A/S)는 아카이브 전시의 성격을 띤다. 공동운영단은 1990년대 후반에서 2010년대 중반에 이르는 전시 기록물을 공모하여 연대 순으로 300여개의 번호를 붙여 느슨하게 나열했다. 그러나 ‘역사적 정보를 담고 있는 콜렉션’ 또는 ‘콜렉션이 저장되어 있는 물리적 장소’이 아카이브라면 이 전시에 소환된 기록물들은 일종의 아카이브라고 보기 어려울지도 모른다.1) 특히 기획(자)의 의도를 반영하기 위해 기록물을 재배치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이 전시는 기존의 아카이브 전시와 성격이 다르다.
여기서 다시 한 번 A/S의 시작점을 생각해보자. ‘지난 전시를 다시 한 번 소개하는 프로젝트’가 필요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전시를 만든 기획자들도, 기록물을 보낸 예술가들도, 전시장을 방문한 관람자들도 공감할 것이다. 작가는 왜 이미 지나간 전시를 다시 호명해주기를 기다린 걸까. 관객이 지나간 전시의 기록물을 다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A/S는 예술가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전시 관련 도록, 리플릿 등의 전시 기록물을 임의로 수집하였다는 점, 기록물의 연한 자체가 90년대~2016년까지 진행된 전시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지나간 전시를 소환하는 수단으로써 ‘기록물’을 선택한 일종의 메타전시에 가깝다.
이와 같은 A/S의 특징은 나열된 도록물을 특정한 목적으로 수집하고 재배치하는 역할을 관람자에게 일임하는 커스텀 북 제작 코너 ‘괜찮은 뒷북’에서 극대화된다. 전시 기록물을 선택하는 관람객은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전시 취향, 작품에 대한 기억, 작가에 대한 정보를 열람하고 나아가 가치판단의 영역으로 진입하는 것이다. A/S를 기획한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은 재미있을 것 같아서 시작한 이번 전시가 생각보다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고 말한다. 전시가 마무리 된 5월 어느 날, 내년에도 또 다른 A/S를 고민하고 있는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을 만났다.
서교예술실험센터 공동운영단 Interview
강정아(기획자, 공간운영), 강지윤(작가), 박종일(작가), 봄로야(작가, 기획자), 임나래(기획자), 조 말(작가), 배소현(총괄매니저)
월간 도예 독자들을 위해 서교예술실험센터와 공동운영단의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서교예술실험센터는 2009년 서울문화재단 서교동사무소를 리모델링하여 개관한 곳으로, 2013년부터는 예술인으로 구성된 문화예술 거버넌스 <공동운영단>을 중심으로 홍대 앞 문화예술생태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운영 중입니다. 5기 공동운영단은 강정아, 강지윤, 박종일, 봄로야, 임나래, 조말과 서울문화재단 배소현 총괄매니저까지 7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커스텀 북 제작 코너 ´괜찮은 뒷북’
<A/SAfter Show : 끝난 전시 다시 보기>라는 실험적인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와 기획 의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지윤 공동운영단 사업 제안을 할 때 홍대 인근 갤러리들의 일년 도록을 모아 제본해서 책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박종일 공동운영단에 (시각예술) 작가들이 많다보니, 우리를 포함해 주변에 도록을 많이 갖고 계신 분들이 많아요. 얘기를 나누다보니 ‘이런 도록들이 그냥 어딘가에 숨어있는 게 아쉽지 않나’라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시작했어요. 도록이나 리플렛이 다시 전시되고, 보여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작가들에게도 좋을 것 같았고,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도록이나 리플렛을 통해 ‘끝난 전시를 다시 본다’는 개념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배소현 공동운영단은 창작자 내지는 기획자로 구성되어있다 보니 나에게 필요한 사업을 만들어서 외부에 있는 예술가들도 함께 참여하는 개념이거든요. 이번 기획도 여섯 분 모두 ‘도록이 많다’는 점에서 공감대 형성이 됐고, 주변 작가들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며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봄로야 원래는 ‘괜찮은 뒷북’이라는 제목으로 가지고 있는 도록을 꺼내자는 의도였어요. 기획 프로그램을 고민하면서 ‘도록을 스크랩 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더해졌는데, 도록을 모아놓고 보여주는 기존의 아카이브 전시와 달리 가져갈 수 있고 커스텀 할 수 있는 새로운 아카이브 전을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요.
‘끝난 전시 다시 보기’는 1990년~2016년에 진행된 전시 기록물(도록, 리플릿, 포스터, 엽서, 스티커 등)을 예술가/공간이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공모를 받았는데요. 이와 같은 수집대상 선정의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강정아 일단 도록에 실린 작업들이 작가의 개인 작품이다보니, 작가 본인에게 직접 받는 방식을 택하게 된 부분이 있고요. 2016년 이전 도록을 모으기로 했었는데 실제로 모인 것은 90년대 후반이 상한선이었던 것 같아요.
임나래 90년대부터 활발히 활동한 분들 중에는 지금은 자리를 잡으신 분들이거나 혹은 작업을 더 이상 하지 않는 분도 계실 테지요. 이 전시에 주로 참여할 것 같은 작가들을 생각했고, 섭외 가능 여부도 고려했고요. 또 공모를 하면서 작년 또는 재작년에 이슈화됐던 전시, 또는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함께 보면 좋겠다는 작가 및 공간은 섭외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조 말 처음에는 시각매체를 중심으로 생각했지만, 대상을 얘기하다 보니 ‘시각의 경계는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더라고요. 요즘은 장르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시각끼리도 조금씩 다르기도 하고. 그러다 보니 대상을 예술가 본인의 판단에 맡기자고 생각하게 됐어요. 그래서 다양한 현재 미술계의 흐름을 다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결과가 나온 것 같습니다.
<본 사이트에는 일부 내용이 생략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월간도예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