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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8월호 | 칼럼/학술 ]

한여름의 비보悲報
  • 김태완 편집장
  • 등록 2013-03-07 10:21:03
  • 수정 2025-07-10 14: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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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비보悲報

 

도자생산지로 잘 알려진 경기도 한지역의 대학 도예과가 폐지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취업률 평가와 도자산업 침체 등을 이유로 내년부터 신입생을 선발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벌써 몇 해 전부터 지방의 대학도예과들이 폐과되거나 통폐합되는 현상을 봐온 터였지만 이번만큼은 체감의 무게가 다르다. 교육 제도권과 크게 관련이 없었던 지역의 도예인들 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라서 더 그렇다.

취업률로 대학평가 등급기준을 세운다면 학생들을 졸업과 동시에 무직자로 배출해낼 수밖에 없는 순수예술학문은 최하위 등급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고스란히 학교에 적을 둔 교육자들의 몫이 된다. 그리고 그들은 잔인한 현실 앞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는 존재가 된다. 취업이 잘 될 것만 같은 이름으로 학과명을 바꿔야만하고, 학생수를 뺏기지 않으려고 동료들과 치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어느새 교육자로써의 의식은 소멸되고 커다란 위기감 속에서 전전긍긍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바라봐야만 하는 안타까움은 본인을 포함한 많은 도예인들을 힘들게 한다.

개인적으로 대학의 도예과가 축소되고 전공생의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매월 도예잡지를 만들어내는 이유 중 중요한 한 가지가 잘려져 나가는 기분이다. 어떤 이들은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잘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잡지의 체질을 바꾸라는 얘기다. 말처럼 쉽지는 않다. 트렌드에 맞춰 재빠르게 적응하고, 변화하고, 대처하지 못하는 개인적인 성향의 탓도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도 힘든 건 사실이다.

문화수준의 척도는 문화를 생산하는 인적재원과 그들이 생산해낸 문화를 제대로 즐기고 만족 할 수 있는 수혜자가 동시에 존재해야 가능하다. 대학은 이 두 가지 부류의 인재들을 균형 있게 배출해야 할 의무를 가진 기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의 문화를 생산하는 창조적 예술가를 양성해야할 곳이 철저한 경제논리로 재단되는 상황을 바라보면서 갖게 되는 비애감은 너무나 크다.

일찍이 대학교육의 현장에서 현실적 어려움을 겪고, 책임을 통감, 제도권을 떠나 전업도예가로 안착해 성공적으로 활동하시는 한 분의 말을 마지막으로 전한다.

“그게 시대의, 세월의 문제이겠습니까? 모두 우리 도예인들의 책임이죠. 더 안으로 들어가면 내 책임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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