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 2012.09월호 | 칼럼/학술 ]

태풍을 뚫고 국회에 입성하는 사람들
  • 김태완 편집장
  • 등록 2013-03-07 10:20:33
  • 수정 2025-07-10 14:04:35
기사수정

태풍을 뚫고 국회에 입성하는 사람들

 

사무실 책상에 앉아 마지막 글을 쓰고 있는 지금. 국회의사당 헌정기념관에서는 <도자산업 활성화 </span>방안 및 법률제정에 관한 정책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경기도 이천시장 출신 초선 국회의원의 주관으로 열린 자리다. 사회는 전라남도 강진군수 출신 초선 국회의원이 맡는다. 이 자리에 국회의장과 장관급 인사가 대거 참석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당장이라도 도자산업 관련법이 만들어질 것처럼 들썩거리는 지인들로부터 여러 차례 전화가 걸려왔다. “함께 가봅시다, 도자산업진흥법 만들어지면 월간도예도 힘 좀 쓰게 될꺼야”라는 회유도 있다. 이쯤 되면 직무유기라는 소리까지 들을까 싶어 “오늘 2시 서울에 상륙한다는 태풍 ‘볼라벤’ 때문에 사무실을 지켜야한다”는 핑계까지 대본다.

사실 몇 달 전에도 이와 비슷한 공청회가 국회에서 열린 일이 있었다. 국회 문방위 소속 국회의원이 비엔날레 참관을 위해 이천을 찾았다가 만나게된 도예인들의 원성을 듣고 공청회 개최를 약속해 열린 것이었다. 본인 역시 적지 않은 기대를 갖고 국회에 입성(?)했다. 공청회 시작 시간이 이미 지난 후 주최 의원의 보좌관이 당혹스러운 얼굴로 “의원님께서 당내 중대한 사안 결정을 위한 긴급회의에 참석하셔야 한다”며 참석이 어렵다는 메시지를 전달했고, 그날 토론자로 자리한 학계, 도예인, 문광부 사무관의 주제 발표는 진행됐다. 결국 주제를 발표하는 발표자와 청중은 모두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도예인들 뿐이었다. 장소만 국회로 바뀐 것뿐 토론의 주제는 언제나 그렇듯 우리들만의 고민이었다.

도자분야는 다른 문화예술 분야와 달리 작업 방식과 재료수급 등의 여건에 맞춰 종사자들이 한 지역에 군집하게 된다. 따라서 도예인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정치활동을 하는 이들은 지역 민심인 도예인들의 지지를 받아야만 한다. 도자축제 개막식은 그들의 존재 알리기에 아주 좋은 기회다. 대부분의 개막식은 그 자리에 참석한 주요 정치인들의 줄 이은 축하인사가 전부이다. 그마저도 본인 차례의 인사말을 남기기가 무섭게 중요 의정활동 스케줄을 이유로 자리를 뜨는 일이 부지기수다. 영향력 좀 있네 하는 인물 일수록 참석 시간은 훨씬 짧아진다.

솔직히 한반도를 덮치고 있는 초강력 태풍을 뚫고 강행한다는 이번 국회 토론회만큼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적지않은 기대를 주는 게 사실이다. 오랜 기간 도자지역에서 도예인들의 민심의 기반으로 정치활동을 해온 인물들이 당파를 떠나 손을 맞잡고 벌이는 일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 도예인을 볼모로 삼아 자기 실속과 이득 챙기는 일에만 열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다만, 부디 토론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고민을 충분히 듣고, 함께 의견을 충분히 나누고 자리를 떴다는 기분 좋은 소식이 들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0
인기소식더보기
특집더보기
산청도예초벌전시장_사이드배너
세라55_사이드
전시더보기
비담은 도재상_사이드배너
설봉초벌_사이드배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