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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의 존재가치
  • 김태완 편집장
  • 등록 2013-03-07 10:19:40
  • 수정 2025-07-10 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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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의 존재가치

 

국내 미술공모전 중 도자예술 분야를 다루는 공모전은 수 십 여개에 달한다. 메머드급 규모의 국제비엔날레가 주최하는 공모전이 두 개나 존재하고, 각 지역과 단체에서 개최하는 수 천 만원의 상금이 걸린 공모전도 이미 여럿이다. 이달 ‘대학’ 섹션의 인터뷰를 위해 H대의 교수님 한분을 만났다. 그는 각국의 국제공모전을 겨냥해 전략적인 프로젝트를 기획한 장본인이다. 사실, 애초 그 프로젝트의 소식을 들었을 때는 ‘예술창작의 목적이 순수치 못하고, 공모전에 내걸린 상금을 쟁취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부정적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기우였다. 냉혹한 현실에 첫 발을 내딛는 젊은작가들에게 작업 활동에 대한 효율적인 비용과 방식을 제안하고, 프로젝트의 성공여부에 따라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현실적으로 마련해 줄 수도 있다는 대목에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일종의 새로운 작가양성 프로그램으로 발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애초 ‘공모전 전략 프로젝트’을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판단할 수 밖에 없었던 나름의 이유는 분명히 있다. 과거에 개최돼온 공모전의 병폐 때문이다. 그 병폐를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 한다면 “다수를 볼모로 일종의 속임수가 관행처럼 굳어진 가운데, 권위라는 이름으로 ‘사취詐取’하는 시스템이 자행돼 왔었다는 사실”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그래왔다. 최근에는 그나마 많이 공정하고 투명해진 듯하다. 적어도 심사장에서 애제자의 작품을 대놓고 밀어 올리는 비상한 능력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으니 말이다. 공신력 있는 공모전에서 입상을 한다는 것은 화려한 입신을 꿈꾸는 신진작가들에게는 매력적인 기회다. 또한 작가의 입장에서 본다면 경쟁하듯 상승되는 공모전의 후한 상금은 작업과 생활을 영위하는데 있어 실로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작가들이 공모전 제도에 대해 자기 작품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서 획득한 상금이 작가로서 겪는 창작의 고통 속에서 버틸 수 있는 큰 힘이라고 말하고 있다.

덕분에 과거에 한동안 정의감에 불타 공모전 폐지론자의 편에 서서 “가치판단의 척도가 취미 판단인 예술작품에 서열을 매길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해왔던 본인 스스로의 모습이 좀 머쓱해진 상황이 돼버렸다. 감히 예술작품의 서열화를 내세우면서 비평을 위한 비평을 한 것은 아니었나, 또 과연 그것이 전업작가들을 위해 정당한 것이었나, 자문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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