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도예가 영국 웨일즈 인스티튜트 카디프 대학교 박사과정
영국에서 박물관은 대중들에게 단지 박물관으로써의 기능을 벗어나서 직접 대중과 현대 예술과의 호흡을 시도하고 있다. 그 중 한가지는 ‘박물관과 현대 도자기의 새로운 소통’에 관한 프로젝트이다. 이는 박물관이 소장한 소장품들을 작가들과 함께 공유하며 새로운 시각으로 전통과 현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 도예와 전통의 새로운 대화의 시도는 대중들에게 많은 궁금증과 흥미를 제공하고 있다. 2009년 Victoria and Albert Museum의 돔 천정에 설치한 대형 현대 도예 작업Edmund de Waal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에 열린 영국 북서쪽의 Carlise에 위치한 Tullie House Museum and Gallery에서 주최한 앤드류 리빙스톤Andrew Livingstone의 전시는 주목할 만하다.
앤드류 리빙스톤Andrew Livingstone은 Robert Hardy Willamson의 8백점이 넘는 영국 백자 소장품들 중 그가 원하는 것을 선택해 전통의 개념들을 현대의 개념과 새로운 미디어로 아카데믹하게 재해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Robert Hardy Willamson은 부유한 집안의 아들로써 사업을 이어 받아 살아 생전 영국 각지에 있는 많은 전통도자기들을 수집하고 사후에 이 박물관에 자신의 소장품을 기증한 인물이다. 그가 살았던 당시 18-19세기에는 백자 디너세트나 장식품을 수집하는 것이 부의 상징이었으며 엘리트 사회의 상징이기도 했다.
앤드류 리빙스톤이 2008년 7월에 박물관에 처음으로 방문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가진 질문에서 이번 전시의 의도가 보인다. 그것은 현재에 이러한 소장품들이 현대인들에겐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보여지는 것일까 하는 물음과 소장품들의 잊혀지고 감추어진 뒷면의 이야기들 즉 그 시대의 사회적 문화적 현상에 대해 현대적 시점으로 폭로하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과의 전시대의 시차적 관점에 대한 연관성과 소통에 관한 해답이라 할 수 있다.
영국의 술잔치Booze Britain 이 작품은 1756-58년경으로 추정되는 큰 화병의 그림을 주제로 그 당시의 술 문화와 현재의 영국 술 문화를 표현하고 있다. 작가는 작업에 필요한 영감을 위해 Newcastle과 Carlisle의 술로 흥청거리는 곳에 잠입하여 비밀리에 비디오 촬영하였다고 한다. 촬영된 영상 속에 나와있는 사람들과 술을 마신 후의 사람들의 행동은 고스란히 드로잉돼 전사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장식 판 액자에 장식돼 있다. 전시 방법으로는 작가가 선택한 박물관의 소장품을 시작 지점에 놓고 현대의 술 문화를 표현하는 도자기와 디지털 미디어를 병렬로 연결함으로써 관중들에게 술 문화라는 주제가 다른 시간과 공간에 어떠한 형식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시차적 관점을 적절히 표현한 것이라 보여진다. 또한 사람들이 토해내는 불순물들을 수금으로 표현하여 더럽고 추악한 이미지들을 부조화의 장식적 기능으로 승화시켰다. 관람자에게 당시의 술 문화와 현재의 술 문화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를 전달하고 현재의 술 문화에 대한 경각심으로 관람자 각자가 술 문화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갖도록 한다. 동시에 전 시대와 현대의 술 문화에 연결고리를 일깨워 주며 계몽을 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열, 계층Pecking Order 앤드류 리빙스톤은 이 작품에서 가치의 관념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18세기 「노래하는 새」라는 자기 인형들이 그 당시에는 소위 말하는 부의 척도로 사회적 계층까지도 알게 해주던 장식품들이었다. 현대에는 구호 단체에서 만든 shop에 나오는 상품과 동등한 위치를 가지게 됨으로써 현대와 고대의 계층, 서열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지며 이는 현재에 어떤 가치로 박물관의 콘텐츠로 전달되는지를 알려주고 있다. 박물관 유리 장식장안에 있던 작은 소장품들이 단지 그 시대의 상위 계층들의 척도로 현대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장식장 밖으로 나와서 관객과 함께 숨을 쉬며 새의 본래의 기능인 아름다운 소리와 작은 도자기 소품의 장식적 기능을 자랑하며 현대 관객들과 새로운 계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 작품에서 단지 작품만을 전시한 것이 아닌 작품과 새소리를 디지털 방식으로 동시에 들려줌으로써 장식장에서 우아하게 있던 옛 주인들의 부의 상징적 의미만을 지닌 새들에게 생명을 부여하면서 계층과 서열의 무의미성을 표현하고 시대적 계층보다는 새의 본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려 했다. 또한 이러한 박물관의 소장품이 현시점에 와서 대중과 다른 기능으로 접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계층과 서열에 대한 시차적 견해에 대한 변화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Postmodern Animal 1765-70 첼시의 자기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 촛대는 이 당시의 영국 경제를 지배했던 농업에 대한 상징의 일환이다. 동물들은 우리 인간의 역사와 분리해 살 수 없는 존재이다. 더욱이 농경 사회에서는 동물이 인간에게 노동력과 먹을 거리까지 제공을 함으로써 인간과 동물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 이 시대에 목동들은 소나 양들을 가축함에 있어서 개란 존재는 같이 일하는 동료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특히 이 촛대에서 보여지듯이 이 개는 소나 양을 매니저하는 포지션까지 지닌 것을 표현해주고 있다. 그러므로 개란 동물은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 보여지는 개는 단지 애완용으로써 인간들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존재이기 보다는 그들이 욕구를 충족 시켜주는 기능을 가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애완견이 한 시대에 트랜드임을 가정하에 길거리 패션을 디자이너에게 직접 주문 제작하여 입힘으로써 개를 의인화하고 현대사회에서 트랜드화 된 애완동물의 작용을 반영하고 있다. 즉 이는 현대 라이프 스타일의 하나인 액세서리 기능으로써의 애완 동물을 나타내고 있으며 모조품의 파생물에 대한 기능적 장애와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현재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동물에 대한 의의를 다시 한번 일깨워주게 해준다.
Britannia 땅과 바다에서의 영국의 힘과 도자기 문화를 개미로 인하여 의인화 한 작품으로 장식용 도자기 인형들과 그 인형들의 깨진 파편 무덤 위를 일하는 개미가 줄을 지어 무언가를 나르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서 현재 영국 산업도자의 소멸과 대량 학살을 직접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소비 시장의 축소와 비싼 인건비에서 오는 불균형적 현상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미래를 제시하고 있다. 개미들은 그들 만의 방식으로 산업 도자의 파편을 서서히 자신의 둥지에 나르고 있다. 그럼으로써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들은 작은 파편들을 나르고 있고 정상에선 여신 같은 포즈의 그 옛날 부의 상징과 산업 도자의 흥행을 상징하는 도자기 인형이 굳건히 그녀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캐스팅한 도자기들과 완성된 도자기 인형들 그리고 파편들을 혼란스럽게 설치 함으로써 산업도자의 새로운 힘과 비전을 낳는 새로운 흔적을 개미를 통해서 제시하는 것이다. 산업 도자 작품도 개미처럼 그들만의 특색을 찾아서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설치를 한다면 고대의 그 명성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새로운 제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이 그는 전통과 현대의 시차적 시점만을 표현하는 작가는 아니다. 그는 우리의 눈에 익숙한 도자기 오브제들을 찾아서 그 오브제들이 어떻게 현대 미술 분야에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그것들의 확실성과 진실성을 재조명하며 이 친근한 오브제들이 작가들의 작업에 어떤 공헌을 하는지에 대한 개념을 가지고 고민을 하며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예로 2009년과 2008년의 전시 작품을 소개하려 한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6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