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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6월호 | 해외 ]

제44회 NCECA Conference: Independence
  • 편집부
  • 등록 2010-08-12 10:07:22
  • 수정 2010-09-15 1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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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31~4.3 미국 필라델피아 펜실베니아

 

전신연 미국 리포터

44th NCECA 미국도자예술학회가 지난 3월 31일부터 펜실베니아 주, 필라델피아의 컨벤션 센터와 매리엇 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학회의 모토는 《Independence》였는데, 기존의 벽을 허물고, 전통적인 재료인 흙의 이해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에 독립정신Independent Spirit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전통을 추구하는 도예가traditionalists들과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는 도예가groundbreakers들을 모두 아우르는 학회를 표방하고 있었다.

NCECA는 올해로 50년을 맞는 도자예술에 관련된 교육자, 작가, 학생들, 미술비평가, 수집가, 출판업자, 제품제조자, 납품업자 등을 총 망라하는 독특한 공동체이다. 회원들은 일년에 한번 개최되는 이 학회에서 만나 그동안의 업적과, 작업 등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도예계의 최근의 동향이나 이슈 등을 강연이나 토론을 통해 나누고 그에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이다. 또한 관련된 이 분야의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교우할 수 있는 호기로 삼는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5천여명이 넘는 미국 각주와 세계 50여 개국에서 온 도자예술에 관련된 열정적인 참가자들로 행사장은 북적였다.
예년과 같이 필라델피아 곳곳에 위치한 80여개의 전시장을 지역별로 도는 버스 투어, 유명한 도예가들의 작품 제작과정에 대한 하루 세 시간씩, 이틀에 걸친 6시간이 넘는 시연, 전국 초,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학생들의 작품들의 공모전인 K12 전시회, 이번으로 열 여덟 번째를 맞는 회원들의 컵을 기부형식으로 행사장에서 받아서 팔아 모은 돈으로 장학금과 외국 레지던시 기회를 주는 <Annual Cup Sale Submission and Exhibition> 등의 다채로운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그 중 필자의 눈길을 끈 행사는 페린 갤러리Ferrin Gallery를 비롯한 도자예술의 대표적인 갤러리들이 잘 알려진 작가들의 소품을 포함한 작품들을 소규모 공간을 마련하여 전시하고 현장에서 즉석으로 적당한 가격으로 판매는 갤러리 엑스포Gallery Expo였다.
올해의 키노트 스피커로는 테리 그로스Terry Gross로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잘 알려진 라디오 MC인데,  NPRNational Public Radio에서 Fresh Air라는 프로그램을 1975년부터 진행해온 인물이었다. 테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유명인사들에게 마약, 성생활 등, 매우 개인적인 사생활에 대한 것들을 어떻게 질문했는가, 또한 그들이 그녀의 질문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등을 직접 녹음 테이프를 들려주며 청중들의 흥미를 자아냈다. 그녀는 정치인, 연예인들은 그들의 경험이나 언행을 크게 부풀려서 얘기하거나 때로는 방어적, 가식적인 반면, 아티스트들과의 인터뷰에서는 “작가들은 그들의 눈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는 것을 느꼈다고 하면서, 그녀 역시 그런 새로운 시각을 접함으로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고 했다.
본격적인 학회의 첫날인 목요일 아침 9시에는 <20세기 도예비평의 핵심 요소Key Texts in Twentieth- Century Ceramic Criticism>라는 주제로 패널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캔사스 스테이트 대학의 20세기/현대미술사 교수인 글렌 브라운Glen Brown, 바드 대학의 미술사 강사 제니 소킨Jenni Sorkin과 이번 세션의 진행을 맡은 알프레드 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에즈라 쉐일즈Ezra Shales가 나와서 주제 발표와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쉽게도 발표자 명단과 학회 저널에 패널의 한명으로 나오기로 된 가스 클락Garth Clark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그의 발표는 에즈라 쉐일즈가 스크립트를 읽는 걸로 대신했다.
미국 내 대학교/대학원 학생 공모전National Student Juried Exhibition에서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통해 흙이라는 재료에 대한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과 접근이 많이 눈에 띄었다. 또한 기존의 인물상이나 용기 등의 주제들도 21세기를 사는 젊은이들의 입맛에 맞게 참신하고 다양하게 해석되어 다루어졌다고 본다.
목요일 오후 학회의 마지막 한 시간 반에 할당된 NCECA Connection에서는 10여개의 작은 세션들이 학회장의 소규모 강의실을 비롯한 곳곳에서 도자예술에 관련된 크고 작은 문제들이나 기술적, 재료적인 주제들을 소규모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리더들을 중심으로 토론과 정보 등을 나누는 장이 열렸다. 필자는 메릴랜드에 위치한 2년제 대학교 앤 아룬델 커뮤니티 컬리지Anne Arundel Community College의 미대 학장을 맡고 있는 릭 말그랜Rick Malmgren이 <전문대학의 도예프로그램: 다가오는 지역공동체의 문화의 핵심community College Ceramics Programs: Coming from the Cultural Core of the Community>이라는 주제로 진행하는 세션에 들러서 15명 정도의 전문대학 도예과 교수들이 나누는 토론을 지켜보았다. 지역사회 문화의 한몫을 담당하는 커뮤니티 컬리지에서 도예교육을 하는 그들은 프로그램을 더 탄탄하게 운영할 방안,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제작 개발, 도예 클럽을 통한 지원, 평생 배움터로서의 대학의 입지, 앞으로 교수나 강사로 전문대학에서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에 대한 조언 등, 그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토론을 진행했다.

학회 이틀째인 금요일에는 Ferrin Gallery의 레즐리 페린Leslie Ferrin(월간도예 2006년 5월호 [해외도자전문 갤러리 운영 사례] 소개)이 <Selling Out>이란 주제로 한 시간짜리 강연을 했다. (“How does an artist ‘sell out’ without selling out? How does one Red Dot make more than Red Dot?”) 그녀는 페린 갤러리가 주최하거나 참가했던 박람회 등의 전시 슬라이드를 보여주며 한 전시에서 전시된 모든 작품이 팔렸던 경험, 갤러리 소유주로써 작가들과 얽힌 재미있는 사연 등을 나누며 강연을 진행해 나갔다. 이어지는 토론에서 레즐리는 갤러리와 작가와의 관계, 작가로서의 기대감과 갤러리의 기준과의 차이, 직업상 서로 지켜야 하는 예의, 작가/딜러/고객 사이의 비즈니스 관계에서 얻어지는 이득과 시너지, 각자간의 입장 등을 명확하게 짚고 넘어갔다. 또한 작가를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의 기준 등을 설명하고 잘 알려진 작가들과 그들과의 관계를 갤러리 오너로써 어떻게 유지해 왔는지를 말했다. 그녀가 먼저 작가에게 다가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은 작가가 직접 찾아와서 만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한국 작가 김명진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했다.

금요일의 일정이 오후 6시경에 끝나고 호텔방을 나눠쓰던 세명의 친구들과 차를 몰고 갤러리 탐방에 나섰다. 우선 이번 학회의 주도적 역할을 한 필라의 서쪽에 위치한 The Clay Studio를 방문 했다. 금요일 저녁이라 그곳의 갤러리나 도예작품 판매장, 작가 스튜디오들이 많은 방문객들로 북적였다. The Clay Art Studio는 필라델피아 지역에서 유일하게 도자예술 교육의 증진과 장려를 목적으로 아티스트 스튜디오와 갤러리를 갖고 있는 곳으로 지역사회 주민을 위한 전시회, 워크샵과 도예 수업 등을 열고 있는 비영리 기관이다. 미국 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도예 분야에서 알려진 시설로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들은 그 이름을 익히 들어 보았으리라 생각된다. 이곳에서 제공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는 55여명까지 수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인상 깊었던 점은 2009년 가을부터 2011년 여름까지의 2년 반의 모든 레지던트 아티스트들의 매월 지불해야하는 $250의 스튜디오 사용료를 이름을 밝히지 않은 후원자가 모두 지불했다는 사실이다.
이밖에도 그 근처의 두 블럭에서 수 많은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는데 그중 웩슬러 갤러리Wexler gallery에서 열린 <The Hermaphrodites: Living In Two Worlds>라는 제목의 전시회였는데 필자가 리써치하고 실제로 만남을 가졌던 여러 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고 마침 갤러리 오프닝이 진행되어서 그 중의 몇몇과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이 전시를 주도한 레즐리 페린이 작가들에게 이 주제를 미리 알려 주고 작품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이 주제에 걸맞는 작품을 제작하는 기존의 작가들로는 세르게이 아이수포프Sergei Isupov나 아이리나 젝세바Irina Zaytceva 등과 같은 작가가 있고, 자신의 고유한 형태에 기반해서 전시 주제를 작품에 적용시킨 팁 톨란드와 크리스 안테만의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필자가 2008년 본지에 소개한 팁 톨란드와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엣지edge하다는 표현을 하면서 젊은 여인의 몸에 남자의 성기가 달린 전시 작품을 설명했다. 덧붙이자면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겠지만, 무척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Some people will love it and some people will hate it”)
학회의 마지막 날인 토요일 참가자들은 호텔에서의 여장을 마무리하고 이머징 아티스트Emerging Artists 발표와 폐회식이 진행되는 대회장으로 향했다. 올해의 이머징 아티스트들은 수상과 함께 파워포인트 프레젠테이션 형식으로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설명했다.
페회식 강연은 말콤 시노 유약을 발명해내고 그것을 개발하여 도예계에 널리 알려진 도예가 말콤 데이비스 Malcolm Davis가 맡았다. 그는 신학교 졸업 후 전도사로 활동하다가 1960년대의 워싱턴 디시Washington D.C에 위치한 조지 워싱턴 대학George Washington University의 캠퍼스 미니스터Campus Minister로 임명되어 베트남 참전, 캐네디 대통령 암살 등 정치적, 사회적으로 혼란한 시기를 보내던 중, 이웃의 권유로 동네의 저녁 성인교육 도예 프로그램에 우연히 간 것이 도예에로의 입문이었다고 한다. 흙덩이 한 자루를 받아서 집에 온 후 아무 형체가 없는 흙덩어리에서 그의 손을 거쳐서 무언가 확실하게 만질 수 있는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을 체험한 이후에 그것이 그 당시의 퇴폐한 자본주의의 행태에서 사람들의 영혼 구원을 추구하는 전도사의 역할보다 더욱 강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회상하며 그 이후부터는 계속 도예수업을 들었다고 한다. 그의 나이 40이 넘어서 노스 캐롤라이나의 팬랜드Penland 공예학교에서 주말에 주방에서 요리사로 일하며 도예작업을 했었는데, 한 워크샵 강사가 그의 수업에서 포슬린만 쓰게 한 후부터 그것에 매료되어서 석기흙은 쓰지않고 쭉 포슬린만 사용했다고 한다. 그의 나이 45살 1982년도에 그는 전도사로써의 직업을 그만두고 도예작업에만 전념하게 되었다고 한다. 어떤 때에는 500파운드의 포슬린 흙으로 그만의 형태를 찾기 위해 물레작업으로 작품을 만들고, 뭉개고, 다시 재생하고 하는 작업을 반복하기를 일년 동안 했다고 한다. 스승으로부터 배운 기술이나 기법들을 넘어서 자신만의 독특한 형태, 즉 그의 정신세계가 나타나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는데, 그 일년 동안 매일 작업하면서 소성은 초벌구이 한 번만 했다고 한다. 도자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듯이 용기든 조소 작업이든 형태를 만드는 것은 도자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그 과정의 일부일 뿐이다. 초벌, 재벌, 유약, 표면처리 등 복잡하고 시간과 노동이 소요되는 과정이 추가된다. 그런데 말콤 데이비스는 다른 과정을 뒤로 한 채 그만의 형태를 개발하기 위해 일년의 시간을 소비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일부 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10.0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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