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와 드로잉 사이의 관계 탐구
| 이 은 도예가
드로잉이라는 것은 작가의 아이디어 발상을 위한 매체로써 단순히 아이디어를 묘사하고 스케치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닌, 작업의 향방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듯하다. 본고에서 소개되는 지난해 영국 맨체스터의 학술회에서는 그 타이틀 <Firing Thoughts>에서 알 수 있듯이 성격이 각기 다른 드로잉 작업을 하는 작가들이 드로잉의 역할에 대한 이러한 의견을 나눈다. 이 학술회에 참여한 여러 작가들은 드로잉이라는 매개가 단지 아이디어의 구체적 묘사와 발현으로의 직접적인 역할만을 해주는 것인지, 그 이상의 어떤 역할이 있는지에 대해 드로잉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도자 작품과의 연관성을 연구하여 발표하였다.
21명의 작가가 참여하고 이들 중 8명에 의해 발표가 되었는데, 그 중 엠마뉴엘 쿠퍼Emmanuel Cooper에 의해 발표된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 의 드로잉》에서는 페인팅과 세라믹의 연관성을 찾으려고 한 흔적들이 많이 보인다. 그는 영국의 공방작가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고,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도자기와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동양적인 요소를 그의 도자에 적절히 접목하곤 하였다. 이러한 그는 도자의 형태를 기존의 것에서 가져온 채 그 표면에 자신이 디자인하고 회화적 처리를 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하여 드로잉을 도자에 접목시킨다. 버나드 리치Bernard Leach와 함께 에릭 제임스 멜론Eric James Mellon과 카이라 케인Kyra Cane 역시 자신의 회화적인 드로잉을 도자 표면에 그대로 접목시키는 방식을 취한다. 카이라 케인Kyra Cane의 경우엔 드로잉에 따른 도자 형形의 변형을 주곤 하지만, 보편적으로 이들은 도자라는 매체를 자신의 회화적인 페인팅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발현하기 위한 매개로 이용한다.
펠리시티 아일리프Felicity Aylieff는 식물의 줄기와 유기적인 형태의 것에서 부피, 공간, 표면과 질감 등의 요소들을 고려하여 기하학적인 형태의 커다란 덩어리를 만들어낸다. 언뜻 보면 식물도감에서 볼 수 있는, 작업을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꺼내어 놓는 듯한 그러한 직접적인 묘사위주의 드로잉을 진행하는 작가이다.
클레어 커닌Claire Curneen은 이와 조금은 다른 차원의 드로잉을 하고 도자로 실현하는데, 개인의 종교적인 시각에서 생성된 성자를 은유하는 형태에 작가의 감정과 치유의 의미들을 전사와 안료를 통한 필묘와 텍스처를 대입하여 표현한다. 이는 단순히 형을 그리고 도자로 만드는 것과는 달리 작가의 감정과 감각들이 2차원적으로 상징화되고 3차원적으로 발현이 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 하다.
한편, 롭 케슬러Rob Kesseler와 타브스 요르겐센Tavs Jorgensen은 현대 3D 테크놀로지 기술을 그들의 작업 발현 매체로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롭 케슬러Rob Kesseler의 경우는 마이크로 세계에 관심을 두어 꽃가루나 씨앗 등의 모습을 현미경으로 포착하여 작가의 감각으로 색을 입히는 등의 후 컴퓨터 처리를 통하여 드로잉을 이끌어낸다. 이런 과정으로 통해 나온 드로잉은 약간의 디자인 변화를 준 후 전사기법을 통해 그가 차용한 도자 형태에 프린트 된다.
<일부내용이 생략됩니다. 월간도예 2009년 7월호를 참조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