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링컨기념관 앞에서 반전 데모를 벌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두 주인공이 커다란 인공 연못, 리플렉팅 풀을 건너 포옹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또 기억할 수도 없이 많은, 미국 정치 권력의 음모를 다룬 영화들은 세계 정치의 1번지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다. 포토맥 강가에 조성된 미국의 수도이자 계획 도시 워싱턴 여행의 시작은 바로 링컨 기념관과 백악관이 있는 이곳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워싱턴Washington D.C은 필자가 지내고 있는 콜롬비아에서 꽤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 서울과 일산정도의 거리라고 할까. 평소보다 따뜻한 기온과 한산한 수요일 오전의 분위기, 조금씩 떨어지는 빗방울이 워싱턴의 공원과 잘 어울리는 날에 이곳을 찾았다. 백악관에서 두세 블록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내셔날 몰National Mall은 미술관과 박물관이 모여있는 곳으로 곳곳에 핫도그와 커피를 파는 곳만 빼면 모든 건물이 뮤지엄이다. 이 몰을 중심으로 한 약4km는 다행스럽게도 도보만으로 충분히 둘러볼 수 있다. 이곳에는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스미손James Smithson의 기부금과 유언에 따라 지어진 16개의 스미소니언 박물관Smithsonian Museums중 11개가 이곳 워싱턴에 위치해 있다. 재미있는 점은 제임스 스미손은 미국에 한번도 간 적이 없다는 점이다. 방대한 전시품과 시설을 자랑하는 스미소니언 계열의 박물관, 미술관, 동물원은 간단한 소지품 검사만 거치면 전부 무료 입장을 할 수 있다. 필자가 향한 곳은 스미소니언 박물관 계열 중에 하나인 Arthur M. Sackler 갤러리로 컬렉터Arthur M. Sackle가 모아온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아시아미술품 1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아시아 미술품 갤러리인 만큼 아시아관련 문화행사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지난 12월 9일에는 우리나라 국악과 미국재즈협연 콘서트도 있었다고 한다. 음악회, 퍼포먼스, 영화제 등 여러 장르의 행사뿐만 아니라 지하 2층에 위치한 동양미술교실에서는
이곳은 독특하게도 지하에 전시장이 위치하고 있다. 1층은 소지품 검사대와 안내데스크, 그리고 인도출신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약 4.9미터 길이의 스틸steel 작품 「S-Curve」가 전시되어 있다. 지하1층에는 6개의 전시 인도 왕실회화전
중앙 전시실에 펼쳐진 인도 왕실 회화전은 최근 발견된 말왈-조드프루Marwar-Jodhpur 지역의 궁정콜렉션이며 전시된 60점은 이제까지 학자들에게도 보여진 적 없는 것이라고 한다. 한 켠에 돋보기를 비치해놓을 정도로 인물들의 의상과 액세서리의 화려한 패턴의 세세한 묘사가 많았고, 금을 많이 사용한 인도 특유의 색감과 가로 1미터가 넘는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필자가 가장 유심히 살펴본 전시는 동남아시아 도자기전
Arthur M. Sackler 갤러리는 다른 스미소니언 계열 박물관들 중 작은 규모이지만 여러 장르와 주제의 전시를 선보이며 다양한 문화행사도 끊임없이 열리고 있어, 겉으로 조용해 보이는 외관에 비해 활발한 내용들로 꽉 차 있는 듯이 느껴졌다. 미리 신청만 하면 한국어로 가이드도 받을 수 있고, 마음이 내키는 대로 나가 다른 뮤지엄도 돌아볼 수 있으니, 앞으로 열릴 이란영화제나 중국전통악기와 색소폰협연 콘서트를 핑계 삼아 다시 한번 이곳을 찾을까 한다.
Freer + sackler gallery 홈페이지 www.asia.si.edu
<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 2009년 1월호를 참조바랍니다.>